여보, 친정에서 자고 올래?

22.07.13(수)

by 어깨아빠

아내는 오전에 목장 모임에 갔다가 친정에 간다고 했다. 나는 저녁에 송별 회식이 있어서 늦게 귀가할 예정이었고, 아내는 겸사겸사 친정에 가는 거였다. 아내에게 간 김에 아예 자고 오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아내는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다. 친정에서 자는 게 마냥 편하지는 않고(내 집이 아니면 어디든 불편하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일이기도 하니 쉬이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나 보다. 오히려 자고 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오늘은 그냥 오겠다고 했다.


“토요일도 맡겨야 하니까”


하긴. 이번 주말에도 위탁이 예정되어 있었다. 많은 남편들이 그러는 것처럼 '애써 아내를 친정에 보내는' 건 아니었다. 정말 아내를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제안이다. 언제나.


친정에 간다고 언제나 몸과 마음이 편한 건 아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왠지 좋았을 거 같았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으니 모든 걸 내려 놓고(?) 육아 일선에서 잠시나마 뒤로 빠질 수 있지 않았을까. 전혀 아닐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왠지 그랬을 것 같았다. 연락을 자주 못 해서 실제로 아내의 하루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회식은 꽤 늦게 끝났다. 아내는 언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식탁에 앉아 있었다.


“여보. 괜찮았어?”

“어, 괜찮았어”

“애들도?”

“어. 괜찮았지”


식탁에는 치킨이 하나 놓여 있었다. 아내는 나와 대화를 하면서 치킨을 두어 조각 집어 먹었다.


“여보. 배고파?”

“아니, 그냥 앞에 있으니까 먹게 되네”

“치킨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러니까”


아내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서윤이가 깨서 나왔다. 마침 아내와 나도 자러 들어갈 시간이라 서윤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제 멋대로 흩어져 자고 있었다. 누울 때는 분명히 자기 자리가 있지만 자다 보면 무질서하게 뒤섞인다. 특히 요즘은 세 녀석 모두 아내 옆으로 달라 붙는 일이 잦아졌다. 한동안 안 그러더니 요즘 또 심해졌다. 덕분에 아내의 수면의 질은 아주 안 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난 매우 넓게 자고 있고 아내는 세 자녀에게 둘러 쌓여서 찌그러져 있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내 수면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오늘도 서윤이는 엄마의 옆자리를 고수했다. 내일 아침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