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06(토)
아이들은 점심 시간 무렵에 집에 왔다. K의 가족도 함께 왔다. 아이들은 오늘 다섯 시 반에 일어났다고 했다. 어제 자기 전에 자기들끼리 약속을 했다고 했다. 가장 먼저 일어난 사람이 나머지를 깨워 주기로 했다는 거다. 소윤이는 네 시쯤 깼는데 너무 이른 시간인 것 같아서 다시 잤다가 K의 아들이 다섯 시 반에 깨워서 일어났다고 했다. 대단한 녀석들이다. 어제는 일찍 잤냐고 물어 봤더니 자기들끼리 한참 얘기를 하다가 잤다고 했다.
K의 아내가 점심 식사를 만들었다. 감자탕이었다. 아이들이 먹을 것도 덜 맵게 따로 만들었다. 아이들도 잘 먹었다. 물론 오늘도 내가 제일 잘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아내들은 잠깐 나갔다 온다고 했다. 잠깐이 될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남편 둘에 아이 여섯이었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다투지 않고 잘 논다. 오히려 자기 형제하고는 다퉈도 다른 친구나 동생하고는 다투지 않는다. 내 자녀도 마찬가지였고 K의 자녀도 마찬가지였다.
각 집의 막내들은 언니와 오빠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따로 놀았다. 서윤이는 가끔씩 언니, 오빠 사이에 끼어 보려고 했지만 방해가 된다며 거절 당했다. 언니, 오빠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배제와 차단으로 일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동생이 방해되고 그러는 거 다 알지만 그래도 계속 막고 따돌리면 안 되는 거야. 동생이 있는 곳에서 놀 때는 너희도 나름대로 감수를 해야지. 무조건 막고 못 오게 하지 말고 동생도 속상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
어려울 거다.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 한다. 결국 나중에는 서윤이가 스스로 포기했다. 내 옆에 붙어서 나와 많이 놀았다.
K가 자녀들의 낮잠 재우기를 시도했다. 워낙 일찍 일어났으니 다들 피곤하긴 했을 거다. 그래도 낮잠을 재우는 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소윤이는 잠들 확률이 거의 0%에 가까웠다. 시윤이는 50%를 예상했다. 굉장히 드문 일이지만 정말 피곤하면 집에서도 낮잠을 자니까. 다만 첫째들은 2층에 둘째들은 1층에 모여서 누웠기 때문에 서로 떠들고 장난치느라 모두가 안 잘 가능성이 제일 커 보였다.
자녀들이 안 자더라도 K와 나에게는 나름의 휴식 시간이었다. 어차피 막내들이 있기 때문에 완전한 휴식은 불가능했지만 잠시 고요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나중에 안방으로 따로 분리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K의 자녀들은 낮잠을 잘 지도 모르니까 방해하지 말라는 차원이었다.
예상대로 소윤이와 시윤이는 잠들지 않았다. K의 첫째도 마찬가지였다. K의 둘째만 깊이 잠들었다. 그래도 한 시간 반 정도를 누워 있었다. 막내들까지 잠들었으면 완벽한 휴식이었겠지만 K의 막내는 계속 아기띠를 해서 재우려고 해도 잠들지 않았다. 서윤이는 점심 먹기 전에 이미 낮잠을 한 번 잤다. 낮잠의 기회는 하루에 딱 한 번이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설령 두 번의 낮잠을 잔다고 해도 결국 밤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도록 아내들이 오지 않았다. 밤에는 바닷가에 가야 했다. 모든 자녀들이 간절히 원했고 굳건한 약속을 주고 받았다. 아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았다. 점심 때 먹고 남은 감자탕을 적극 활용했다. 자녀들과 어른들 모두 볶음밥이었다. 막 준비를 시작할 때쯤 아내들이 돌아왔다.
저녁 먹고 부지런히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집 앞에 모기가 많았다. 먼저 나가서 아내들을 기다리는 그 잠깐 사이에 몇 방을 물렸다. 아이들은 오늘도 지치지 않는 무한동력의 존재였다. 나가자마자 뛰느라 난리였다. 아직 이 동네에 적응을 하는 중이라 긴장이 된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불분명한 곳이 많아서 아이들이 조금만 부주의 하면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도 계속 주의를 주고 있지만 과도한 흥분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잊게 만드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밤이었는데도 바닷가에 사람이 많았다. 낮에 왔을 때보다 더 휴가지 느낌이 풍겼다. 새삼 어색했다. 이런 동네에 내가 살고 있다니. 인파 속에 섞이니 더욱 휴가 온 기분이었다. 자녀들은 어떻게든 바닷물에 들어 가려고 애를 썼다. 부모들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덜 적시려고 애를 썼다.
“발만 담그는 거야. 오늘은 진짜로. 더 젖으면 안 돼”
자기를 향해 달려드는 파도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지 아이들은 자꾸 더 젖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많이 젖은 자녀는 없었다. 다들 다리 정도만 젖었다. 덕분에 뒤처리도 좀 수월했다. 서윤이도 다리까지만 젖은 게 다행이었다. 유모차에만 앉혀 놓기가 불쌍해서 내려줬는데(그러지 않았더라도 자기가 먼저 내려가고 싶다고 했겠지만) 말을 잘 들었다. 물론 내가 계속 두 손을 잡고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긴 했다. 나중에는 힘들어서 빵으로 유혹해서 유모차에 앉혔다.
‘쫀드기’라는 것도 먹었다. 울산에만 있는 길거리 간식인데, 나도 어릴 때 많이 먹었던 그 쫀드기를 라면 수프 비슷한 맛이 나는 무언가 버무려 주는 거다. 첫 입을 먹자마자 ‘우와, 이거 엄청 해로운 맛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희한하게 손은 계속 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입에 맞았는지 계속 더 달라고 했다.
그야말로 밤산책 다운 밤산책이었다. 그전에는 상가와 빌딩 숲 사이를 걸어야 했는데 이제 바다를 옆에 두고 모래 사장을 밟는 게 가능했다. 이게 전부는 아니었지만, 이것도 큰 이유였다. 이런 거 누리려고 이 먼 곳까지 왔다. 부디 자녀들에게도 좋은 추억이자 재산이 되길 바라고 있다.
육아 퇴근 시간이 지나치게 늦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모든 걸 다 얻는 건 불가능하니 뭔가 포기하는 것도 있긴 해야 한다. 아직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이니 다음 주에 일상으로 복귀하면 육아 퇴근도 좀 빨라지지 않을까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