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우리도 같이 얼음땡 해도 돼요?

22.08.10(수)

by 어깨아빠

서윤이는 갑자기 배변 훈련을 시작했다. 허벅지에 난 두드러기가 혹시나 기저귀 때문인가 싶어서 아내가 낮에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를 입혔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이맘 때쯤 시작했다. 말도 잘 하고 언니 같아서 단번에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는 않았는데 헛된 바람이었다. 사실 며칠 전부터 한 번씩 화장실에 가서 소변 보는 걸 시도해 봤는데 잘 못했다. 오늘도 몇 번이나 바닥에 줄줄 쌌다고 했다. 아내 말에 의하면, 소윤이는 참았다가 한 번에 많이 싸는 편이었는데 서윤이는 조금씩 자주 싸는 편이라고 했다. 기저귀를 벗겨 놓고 보니 알게 됐다. 시윤이 배변 훈련할 때 똥 묻은 팬티를 많이 빨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아내는 낮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의 작은 공원에 갔다고 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얼굴이 벌게지고 땀이 주르륵 흐르는 아이들 사진을 받았다. 아이들만 열심히 뛰어 놀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초등학생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와 함께 얼음땡을 했다고 했다. 소윤이, 시윤이하고 하고 있었는데 그게 재밌어 보였는지 같이 해도 되냐고 물어왔다고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 자녀하고 하는 얼음땡도 얼른 그만 두고 싶었을 거다. 생판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얼음땡이, 아내는 당연히 내키지 않았지만 참된 어른의 정신을 가지고 기꺼이 범 놀이터적인 얼음땡 커뮤니티를 가동했다고 했다.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지켜야 할 사항을 알려줬다고 했다. 과격하게 하면 안 되고 욕 하면 안 되고. 아내는 건성으로 하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해서 뛰었다고 했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규칙을 잘 지켰다고 했다. 나름 재밌었다고 했다. 나였으면 애초에 안 했을 거다.


“아저씨. 우리도 같이 얼음땡 해도 돼여?”

“아, 얼음땡? 같이 하고 싶어? 그럴래?”


그러고 난 빠졌을 거다.


얼음땡 덕분이었는지 아내의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여보. 괜찮아?”

“어 괜찮아”

“많이 힘들었나 보네?”

“힘들긴 했지. 진짜 열심히 뛰었다”


아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실컷 뛰고 와서 좋았나 보다. 다들 엄청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소윤이와 서윤이는 집에 오자마자 바로 샤워도 했다고 했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낮잠도 안 잤고. 이 소식을 듣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저녁 반찬은 생선이었다. 난 어제 먹고 남은 김치찜을 먹었다. 아내는 너무 열심히 뛰어서 식욕이 별로 없었는지 밥을 엄청 조금만 먹었다. 대신 아이들 생선 발라주느라 쉴 틈이 없었다. 소윤이도, 시윤이도, 서윤이도 계속 밥을 더 찾았다. 특히 시윤이가 그랬다.


“아, 아직 배가 하나도 안 찼다. 아빠. 뭐 더 먹을 거 없어여?”


요거트와 복숭아를 줬다. 방금 밥을 먹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금방 먹었다. 시윤이는 그러고도 배가 안 찼다고 했다. 괜히 하는 말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꽤 먹기도 했고 더 줄 것도 마땅하지 않고 그래서 뭘 더 주지는 않았다. 포만감이야 시간이 지나면 차오르는 법이니까.


서윤이는 오늘도 눕고 나서 미련이 가득한 울음을 내보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자겠다거나 와서 재워달라고는 하지 않는다.


“엄마가 이부 덮어두데여어어”


고작 부탁한다는 게 이불 덮어 달라는 거라니. 아내는 기꺼이 이불을 덮어 주고 나왔다. 서윤이는 잠잠해졌고 금방 잠들었다. 시윤이도 마찬가지였고.


제법 빠른 퇴근을 한 아내는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차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사는 사이니 동네에서 만났다. 밤바람이 선선하니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사람 많고 밝은 곳만 걸으라고 했다. 조금 걷다가 카페에 갔다고 했다. 만나기 전에도 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만나고 와서도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아니, 그동안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어떻게 살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