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15(월)
아내는 아침에 한살림에 다녀온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간다고 했다. 장보기 겸 바람 쐬기 겸 데이트 겸 육아 해방 겸 등 다양한 목적이 중첩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 오랫동안 나갔다 온 줄 알겠지만 고작 두 시간 남짓이었다.
서윤이는 아내가 나간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 계속 아내에게 매달렸다. 울면서. 자기도 같이 갈 거라면서. 너무 서럽게 우니까 아내도 발걸음이 무거웠는지 훌쩍 떠나지 못하고 어떻게든 서윤이를 달래려고 했다. 결국에는 달래지 못하고 떠났다. 서윤이의 울음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비슷하다. 서윤이만 그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가 그런 것 같은데, 헤어지기 전에는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울다가도 막상 헤어짐의 순간을 지나면 빠른 속도로 괜찮아진다. 신기하다.
“아빠. 서윤이 쉬 했어여”
배변 훈련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진짜 이게 훈련이 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조금의 진전도 없이 계속, 주야장천 팬티에 싼다. 아내가 밟는 절차를 그대로 따라서 뒤처리를 한다. 우선 서윤이의 다리와 발에 묻은 오줌을 대충 닦고, 바닥에 흐른 오줌도 대충 닦는다. 서윤이를 그대로 화장실로 옮겨서 팬티를 벗기고 물로 씻긴다. 나와서 새 팬티를 입히고 아직 오줌이 남아 있는 사건 현장으로 간다. 알코올 소독수를 들고. 남은 오줌을 깨끗이 닦아 낸 뒤 소독수를 칙칙 뿌려서 한 번 더 닦는다. 그러고 나면 화장실로 가서 오줌이 젖은 팬티를 빨래 비누를 묻혀 빨고 짜서 베란다에 널어 놓는다. 이 과정을 밟은 지 5분도 안 돼서 다시 소윤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서윤이 동 싼 거 같아여”
“어? 똥?”
아까와 비슷하지만 바닥에 묻은 오줌을 닦는 과정이 사라졌다. 대신 팬티를 빠는 과정이 굉장히 번거로워졌고. 오랜만에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고 흔들렸다.
두 대의 선풍기에 내려 앉은 먼지가 얼마 전부터 눈에 계속 걸렸다. 오늘 마침 시간도 있었고 생각도 나서 바로 분해하고 깨끗하게 씻었다. 그러고 나서는 역시나 오랜만에 화장실 청소를 좀 하려고 했다. 그 전에 서윤이에게 자그마한 오트밀 사탕 하나를 줬다. 어제 교회에서 받은 건데 ‘내일 먹자’고 약속했고, 서윤이는 자기 언니처럼 그런 걸 잘 잊는 아이가 아니다. 서윤이는 자기가 먼저 ‘언니랑 오빠랑 나눠 먹을 거에여’라고 얘기했다. 열심히 선풍기를 씻고 있는데 서윤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 소윤이에게 상황을 들어 보니, 나눠준다고 해서 먹었더니 너무 많이 먹었다고 짜증을 낸다고 했다. 이때부터 뭔가 심사가 틀어졌는지 계속 칭얼거리고 짜증을 냈다. 화장실 청소 도구를 챙기는데 마치 나가는 엄마에게 매달리듯 나에게도 매달렸다. 짜증인지 울음인지 헷갈리는 소리를 내면서. 이때 쯤 똥을 쌌다. 자기 팬티 빨러 가는 것도 못 가게 했다. 자기가 할 것도 아니면서. 무시하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더니 너무 서럽게 울었다.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서윤아. 그럼 잘래? 졸려?”
“네에”
“잘 거야?”
“네에. 잘래여”
“알았어. 그럼 오빠 침대에 가서 누워 있어. 아빠는 서윤이 팬티 빨고 갈게”
순순히 가서 기다렸다. 급히 똥 묻은 팬티를 빨아서 널고 나도 방으로 들어갔다. 서윤이는 금방 잠들었다. 낮잠 자기에는 굉장히 이른 시간이었는데 뭔가 피곤했는지 바로 잠들었다. 아내는 내가 서윤이를 재우고 있을 때 돌아왔다.
K네 가족이 집에 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리불고기와 닭불고기(?)를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과연 먹을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아주 잘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조금씩 매운 맛을 알아가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밖으로 나갔다. 저번에도 갔고 앞으로도 자주 가게 될, 작은 마당이 있는 카페에 갔다. 카페에서 Y네 가정도 만났다. 어른 여섯에 아이 아홉이다. 엄마들은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고 아빠들은 바깥에 앉았다. 아이들이 뛰노는 작은 마당 곁에.
K는 아침부터 몸이 안 좋다고 했다. 아까 집에 왔을 때도 방에 들어가서 누워 있었다. 카페에 가서도 계속 비슷했는지 먼저 일어났다. 우리 집에 가서 좀 쉬고 있겠다고 했다. Y는 회사 일 때문에 바쁜지 통화를 하러 가서 오지 않았다. 아빠 한 명에 아이 아홉이 됐다. 그 중에 거동 능력이 없는 한 명을 빼면 여덟이었다. 아이들끼리 잘 놀아서 딱히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지켜 보는 것 말고는 크게 할 일이 없었다. 한 번씩 너무 흥분한 아이들을 자제 시키거나(주로 내 자녀) 목이 마른 아이들에게 물을 따라 주는 정도였다. 덕분에 카페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저녁에는 다시 우리 집으로 왔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많이 늦어졌다. 어른들은 라면을 먹었고 아이들은 낮에 먹고 남은 양념으로 볶음밥을 해 줬다. 역시나 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들 잘 먹었다. 오히려 양념을 더 넣어서 먹었다. 시윤이는 너무 많이 넣어서 조금 많이 매웠던 것 같기도 했는데 한국인 특유의 ‘맵부심’을 부리며 끝까지 먹었다. 입에서는 ‘쓰읍 쓰읍 하 하’ 소리가 계속 났는데 하나도 안 맵다고 했다. 매우면 맵다고 하면 될 걸 왜 안 맵다고 허세를 부릴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가고 아이들을 씻기는 일만 남았다. 굉장히 귀찮았다. 꼭 해야 하는 일인데 귀찮았다.
“아빠. 오늘 저랑 시윤이랑 둘이 씻어도 돼여?”
“그럴래? 그럼 꼼꼼하게 잘 씻어”
모르긴 몰라도 소윤이가 나보다 훨씬 꼼꼼하게 씻을 거다. 시간이 한참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알아서 씻고 나오니 무지하게 편하긴 했다. 퇴근 시간이 좀 늦어지더라도 차라리 그 시간에 좀 쉬는 게 훨씬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자주 애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