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19(금)
아내와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난 그때 막 일어난 건데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아침이었지만 잔뜩 신이 났고 아내는 다소 지쳐 보였다. 어제 늦게 자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들을 늦게 재운 만큼 수다와 대화의 시간도 늦게까지 이어졌을 거다. 아이들은 무자비하게 일찍 일어났을 거고.
아내와 아이들은 양떼 목장에 간다고 했다. 거제도에도 양떼 목장이 있는지 몰랐다. 아내와 통화를 할 때마다 아내의 고단함이 전해졌다. 서윤이가 짜증을 많이 낸다고 했다. 아내가 전해 주는 느낌으로는, 한 시도 쉬지 않고 계속 그러는 듯했다. 울기도 많이 울고 짜증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낸다고 했다.
양떼 목장은 엄청 힘든 곳이었다. 그간 전해 듣던 수준의 고단함보다 한 차원 높은 느낌이었다. 아내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집 앞 편의점만 가도 무척 힘들 때가 많다. 하물며 양떼 목장이라니. 아내는 서윤이를 지고 등산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소윤이, 시윤이가 너무 즐겁게 잘 놀아서 좋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어폰을 꽂은 듯 끊이지 않는 서윤이의 짜증 소리와 육체의 고통(?)이 더해져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힘들어 보였다.
서윤이는 아빠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그냥 짜증의 구실일지도 모르지만, 아빠에게 가겠다거나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보람을 느낀다. 서윤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울기만 하면 달려 가서 안아 줬던 보람을.
아내는 통화를 할 때마다 힘들어 보였던 건 물론이고 뒤로 갈수록 힘이 더 없어졌다. 원래 오후 쯤 출발한다고 했는데 차가 너무 막히는 시간이라 아예 해가 지면 출발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윤이는 기침을 조금씩 한다고 했다. 아무리 요즘 짜증을 많이 낸다고 해도 너무 많이 낸다 싶었는데 몸이 조금 안 좋아서 그런가 싶었다.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아내는 일곱 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두 시간 반 정도 후에 도착 예정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모두 씻기기도 했고 간단히 저녁도 먹였다고 했다. 출발한 지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았을 때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서윤이가 토를 했네”
“아 진짜? 지금은 어디야?”
“여기 무슨 카페에 왔는데 여기 사장님이 엄청 친절하시네”
“서윤이는 먹은 거 넘겼어?”
“어. 저녁 먹은 거 거의 다 넘겼어”
“토하고 나서는 좀 괜찮아졌어?
“어. 토하고 나니까 조금 기운을 차렸나 보네”
“그래? 다행이네. 여보 놀랐겠네”
“그러니까. 깜짝 놀랐지. 그래도 서윤이가 토를 너무 잘 해서. 거의 안 흘리고 옷으로만”
위급(?)한 상황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난 덕분인지 아내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아니, 지쳤겠지. 속도감이나 긴장감이 하나도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열 시가 다 돼서 도착했다. 아내는 자신이 겪은 무용담을 주르륵 풀어 놓았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모두 잠들어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잠에서 잠시 깼다가 곧바로 누웠고, 서윤이는 그대로 눕혔다. 서윤이는 자면서 ‘컹컹’거리는 기침을 몇 번이나 했다. 마음의 각오를 다지라는 서윤이의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서윤이가 내일 열이 나거나 아플 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아내가 생각보다 엄청 힘든 1박 2일을 보내고 오긴 했지만 힘든 건 힘든 거고, 좋기도 무척 좋았다고 했다. 어제 새벽 세 시까지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 시간을 위해서 다른 시간을 견디고 버틴 거다. 그렇게 힘들었어도 다음에 또 가고 싶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마찬가지였다. 애들이야 뭐 아내처럼 힘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좋은 기억 뿐이었다.
“여보가 너무 그리웠다”
다음에는 나도 함께 가면 아내에게도 훨씬 더 아름다운 기억만 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