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포카칩 한 봉지는 괜찮잖아?

22.08.25(목)

by 어깨아빠

서윤이는 오늘도 아내와 내가 있는 방을 찾았다. 새벽 세 시에. 꼭 잔뜩 우는 표정으로 툭툭툭툭 걸어 온다. 별 말도 안 하고 울지도 않고 그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오늘은 마침 내가 침대 바깥 쪽에서 자고 있어서 서윤이를 맞이했다. 나에게 자기 삶을 맡기듯 안기는 서윤이를 안으니 잠결에도 엄청 기분이 좋았다. 서윤이는 순순히 바닥에 누웠다.


아침에도 서윤이가 가장 먼저 나와 눈을 맞췄다. 화장실에서 씻고 나왔는데 바닥에 누운 서윤이가 배시시 웃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덜 깼나 싶었는데 언니와 오빠가 거실로 나온 소리를 듣고는 금방 일어나서 나왔다. 퇴근이 늦었다. 아침에 아이들 본 게 오늘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누구보다 아내가 슬퍼했다. 어제 아내에게 ‘내일은 퇴근이 늦는다’고 얘기했더니


“왜?”


라면서 슬퍼했다.


오후에 갑작스럽게 밤 약속이 생겼다. 아는 아빠 네 명이 모여서 스타크래프트를 하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이미 잘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미리 말하지는 않았다. 아내의 육아가 진행형이었다면 당연히 허락을 득해야 한다. 아니면 애초에 스타크래프트 회동에 합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육아 퇴근 후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선 결정 후 고지를 했다.


집에 꽤 늦게 왔다. 거의 자정이 다 됐다. 함께 간 아빠 한 명이 포카칩 두 봉지를 사 줘서 아내에게 전달했다. ‘세심한 남편의 작은 선물’로 포장할 수도 있었지만, 솔직하게 얘기했다.


“00이가 사 줬어”


아내는 오늘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아내에게 열심히 살지 않은 날이, 아니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싶긴 하다. 아내는 스스로를 많이 칭찬했다. 아까 통화하면서 오늘은 괜찮았냐고 물었을 때도 대답이 꽤 청량했다. 아내는 스스로의 하루가 만족스러워 보였다. 열심히 살기도 했고, 후회할 말이나 행동도 덜 했고, 감정의 소모도 적었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는 건 그만큼 보람찼다는 얘기다.


그래, 여보. 포카칩 한 봉지 쯤은 괜찮아. 열심히 살았으니까. 비록 자정이지만 괜찮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