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7(토)
요즘은 서윤이가 제일 먼저 깨는 날이 많다. 보통 나도 함께 잠에서 깬다. 아예 일어날 때도 있고 누워서 정신만 차릴 때도 있다. 서윤이는 배변 훈련을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변기에 앉아서 오줌을 싸게 하고 팬티를 입혀야 변기 배변에 수월하게 적응한다고 한다. 알면서도 미룰 때가 많다. 특히 정신을 차렸지만 누워 있거나 정신이 오락가락 비몽사몽일 때 자주 그런다. 팬티를 입으면 수고스러운 일이 자주 벌어지니까.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엄마와 아빠를 돕기 위한 마음과 동생이 얼른 기저귀를 떼길 바라는 마음이 넘치는 소윤이 덕분이다.
“서윤아. 변기에 쉬 할까?”
“서윤아. 언니가 옷 입혀 줄까?”
언니 잘 둔 덕에 서윤이는 매우 이른 시간부터 팬티를 입는다.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포항에 사는 아내 친구 가족을 만나기로 했다. 밥이 없어서 아이들 아침은 빵, 과일, 만두 등으로 대신했다. 뭘 줘도 군말 없이 잘 먹는 아이들에게 새삼 고마웠다.
아내 친구 가족은 마트에서 만났다. 회원 카드가 있어야 결제가 가능한 마트였고, 우리는 회원이 아니었고 아내 친구 가족은 회원이었다. 마침 아내가 살 게 있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장은 금방 봤다. 무화과 스프레드, 소금 묻은 마카다미아, 견과류, 베이글 같은 게 아내가 말한 ‘사야 할 것’이었다. 아내는 나처럼 많이 먹지는 않지만 먹고 싶은 건 꼭 먹는 집요함이 있다.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잠시 집에 들렀다.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넣어야 하는 것들을 옮겨 넣었다. 피곤이 몰려왔다. 카페에 가서 아내가 커피를 사는 동안 차에서 기다렸는데 금방 잠이 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청 달았다.
그러고 나서는 근처에 있는 바닷가 놀이터에 갔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낸 돈이 아깝지는 않은 곳이었다. 워낙 넓기도 했고 바닷가 근처라 경치도 좋았다.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놀이터가 아닌 건 확실했다. 다만 너무 더웠다. 한참 선선해서 여름이 다 갔나 싶었는데 오늘은 어찌나 뜨겁던지. 소윤이도 처음에는 너무 더워서 힘을 내지 못하고 마치 별로 재미가 없는 것처럼 슬렁슬렁 돌아다녔다. 가기 전에는 그렇게 가고 싶다고 하더니 막상 가니까 싱겁다는 듯 흥을 내지 못했다. 시윤이도 비슷했다. 너무 더워서 지친 것 같기도 했다.
오히려 서윤이가 처음부터 제일 잘 놀았다. 모래밭이 크게 있었는데 거기서 계속 놀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가 서윤이를 챙겼고 난 나머지 아이들을 번갈아 가며 따라다녔다. 놀거리가 워낙 많았다. 같이 놀기도 하고 옆에서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금방 지쳤다. 땀이 마를 새가 없었다. 아이들은 점점 신이 났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마지막에는 아주 긴 미끄럼틀을 타며 마지막 흥을 불태웠다. 다들 다투거나 짜증 내는 일 한 번 없이 끝까지 잘 놀았다.
아내 친구의 남편이 집 앞 편의점에서 아이들 군것질거리를 사 준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이야기가 나와서 소윤이와 시윤이는 다른 걸 고르라고 했다. 여름이라 많이 느슨해졌지만 소윤이는 찬 음식을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시윤이는 누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동참했고. 그러다 중간에 생각을 바꿔서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도 그냥 하나씩 고르라고 했다. 아무리 비염 치료가 중요해도 자기들만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해서 속상해 할 걸 생각하니 좀 안쓰러웠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모두 쌍쌍바를 골랐다. 막대에 묻은 아이스크림까지 성실하게 혓바닥을 핥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집에서 함께 저녁도 먹었다. 집에 밥이 없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짜장라면을 사서 끓였다. 어른 넷에 아이 다섯이었으니 여덟 봉지를 끓이려고 했다. 아내 친구가 너무 많을 것 같다고 해서 두 봉지를 빼고 여섯 봉지를 끓였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너무 열심히 놀아서 배가 고팠는지 엄청 잘 먹었다. 짜장라면 먹고 나서 빵도 먹고 과일도 먹었다.
집에서도 잘 놀았다. 층간 소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집이어서 참 감사했다. 아이들이 아무리 뛰고 소리를 질러도 부담이 없었다. 아침부터 만나서 놀고도 헤어질 시간이 되니 아쉬운 건 똑같나 보다. 가는 사람은 가기 싫어서 아쉽고, 보내는 사람은 보내기 싫어서 아쉽고. 소윤이는 다음에 오면 꼭 자고 가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무척 피곤했지만, 오늘도 아이들을 모두 씻겨 놔서 좋았다. 아까 내가 짜장라면을 끓일 때 아내가 아이들을 모두 씻겼다. 항상 그렇지만 오늘은 유독 더 좋았다. 아이들을 바로 재울 수 있는 게.
아이들을 눕히고 나서 잠시 집에서 나왔다. 오늘 갑자기(는 아니고 항상 잠재되어 있었지만) 축구를 하고 싶은 욕구가 폭발했다. 폭발은 했지만 아직 풀 곳은 없었다. 밤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해소를 해 보려고 나가서 뛰었다. 처음에는 5킬로미터를 목표로 잡았지만 2킬로미터 정도 뛰고 말았다. 상상으로는 이봉주였는데 현실은 그냥 아이 셋을 둔 아저씨였다. 그래도 바다를 옆에 두고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좀 뚫렸다. 뛴 게 너무 짧았으니 조금 더 걸었다.
얼른 축구팀을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