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9(월)
매일 새벽마다 서윤이를 만난다. 요즘은 내가 침대 바깥쪽에서 자는데 덕분에 서윤이를 배웅하는 게 항상 나다. 서윤이는 오늘도 침대 곁으로 와서 쭈뼛쭈뼛 말을 못하고 손가락만 빨았다. 잠결이지만 언제나 내가 쩔쩔맨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어, 서윤아. 왜 또 왔어. 이리 와. 아빠가 안아줄게. 서윤아. 침대는 위험하니까 여기 밑에서 자? 알았지? 엄마랑 아빠랑 다 여기 있으니까”
서윤이는 오늘도 순순히 침대 옆 이불에 누워서 다시 잠을 청했다. 신생아도 아니고 매일 꼭 한 번씩 이렇게 깨우는데 도대체 왜 하나도 화가 안 나지?
오늘도 모든 자녀의 배웅을 받으며 집에서 나왔다. 오히려 아내만 아직 자고 있었다. 집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는 얼굴도 못 보고 출근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이 아내를 깨우지 못하도록 안방 문이라도 잠그고 나오고 싶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 혹시 시윤이가 아침에 좀 뜨거웠어요?”
“시윤이? 아니? 왜?”
“아, 아침 먹는 것도 좀 힘들다고 하고 지금도 힘들다고 하길래”
“그래? 전혀 그런 건 없었는데. 열이 나?”“아주 약간? 미열 정도?”
“주말에 너무 열심히 놀았나?”
“열심히 놀긴 했지. 피곤했을 거야”
시윤이가 진짜 병으로 이어지면 그 원인은 ‘과로’일 거다. 주말 동안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놀고 늦게 자고’의 반복이었다.
시윤이보다 아내가 걱정이었다. 활동을 개시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는데도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여보는 괜찮냐는 나의 물음에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누가 들어도 괜찮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한 목소리였다. 다행히(?) 시윤이 때문에 그런 건 아닌 것 같았고 오히려 서윤이가 가장 힘들게 하는 눈치였다. 울기도 많이 울고, 떼도 많이 쓰고, 거기에 시도 때도 없이 싸고. 오줌이며 똥이며 할 것 없이. 두어 번 더 통화했을 때도 비슷했다.
아내는 애써 힘을 내고 있었다. 그냥 하루가 힘들었나 보다. 아이들도 아내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오묘하게 축축 처지는 분위기가 집을 휘감는 느낌이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에 그랬나.
서윤이는 저녁 먹는 태도가 불성실했다. 조금 먹더니 이제 못 먹겠다고 하길래, 일부러 조금 엄한 목소리로 끝까지 먹으라고 했다. 장난도 못 치게 하고 나중에는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서윤이는 아빠의 엄한 훈육으로만 느꼈겠지만, 난 약간의 장난도 섞여 있었다. 입을 꾹 다물고 울듯 말듯한 표정으로 숟가락질을 하는 서윤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윤이가 안 볼 때 아내와 눈을 맞추고 웃었다. 서윤이는 마지막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나서는 오히려 더 입을 삐죽거리며 울음을 참았다. 훈육하는 와중에도 기쁨과 애정이 샘솟는 건, 막내의 특권이리라.
아이들은 샤워를 하지 않아도 돼서 금방 씻었다. 그마저도 각자 알아서. 스스로 세수하고, 스스로 양치하고. 서윤이만 아내가 씻겼다. 난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서(견딜 수 없을 만큼) 거실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였다. 대자로 누워서 급속 충전을 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도 이어졌다. 아주 유용하다. 몇 시간은 더 활동할 힘이 생긴다.
아이들을 눕히고 나오면서 아내에게 슬쩍 얘기했다.
“여보. 나갔다 올래?”
“어? 왜?”
“그냥. 힘들어 보여서. 바람 쐬고 오라고”
“아, 그럴까”
“귀찮으면 안 나가도 되고. 나가고 싶으면”
“그래. 나갈게”
아내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고, 아내의 친구도 남편에게 물어본다고 했고 바로 합의를 마쳤다고 했다. 아내의 친구가 바람을 쐬러 나간다면서 나도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거절할 리가 없는 사람(아내 친구의 남편)이었다. 정말 너무 많이 극도로 피곤하지 않은 이상은. 괜히 미안했다. 나의 제안이 나비효과가 되어 그 남편의 밤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서.
아내는 아주 늦게 들어왔다. 카페도 가고, 드라이브도 가고, 산책도 했다고 했다. 활기를 찾은 듯 보여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