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팬티와 오줌팬티의 콜라보레이션

22.08.30(화)

by 어깨아빠

오랜만에 아무도 못 보고 집에서 나왔다. 서윤이가 살짝 깬 것 같기도 했는데 거실로 나오지는 않았다. 아내는 어제 자기 전에


“내일 아침에 나 깨워요. 안 일어나도 한 번은 꼭 깨워요”


라고 얘기했다. 아예 안 깨웠다. 아내가 다른 일이 있어서 그런 거면 깨웠을 거다. 남편이 나가는데 자고 있는 게 미안하고 뭐라도 챙겨 주려고 그런 거라 굳이 깨우지 않았다. 마음만 받아도 충분하다. 집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세 녀석의 목소리도 함께 들렸다.


“아빠”

“어, 소윤아”

“아빠 벌써 나갔어여?”

“어, 조금 전에 나왔어”

“아이”


소윤이가 가장 아쉬워했다. 하필 오늘은 늦게까지 일이 있어서 퇴근하고 나서도 아이들을 못 만났다.


아내는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에 갔다. 그냥 카페가 아니라 아이들이 놀 만한 공간이 있는, 키즈카페는 아니지만 큰 정글짐과 놀이 기구가 있는 곳에 갔다. 우리 아이들만 데리고 간 게 아니라 친구의 아들 두 명도 함께 데리고 갔다. 혼자 아이 다섯이라니. 별로 위험한 게 없고 한 눈에 보이는 공간이라 그나마 신경이 덜 쓰이는 곳이기는 해도, 혼자 다섯을 봐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지, 쉬운 일은 아닌 게 아니라 아무나 수용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서윤이가 없었으면 좀 쉬었을지도 모르는데 서윤이가 있어서 뭔가 계속 신경을 쓰긴 해야 했어. 00이가 소외되지 않게 계속 얘기도 했고. 아무튼 편히 앉아서 쉰 느낌은 아니었어”


애초에 아내가 쉬려고 거기를 간 건 아니긴 했다. 다 놀고 나서는 집으로 데리고 와서 씻기고 저녁도 먹였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시윤이가 씻는 거 가지고 아내와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꽤 힘들었다고 했다. 극으로 치닫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르게 얘기하면 아내가 인내하느라 적지 않은 소모를 했다는 말이었다. 극으로 가지 않기 위해 아내가 무한한 인내와 수용을 발휘했다는 말이다. 저녁도 먹이고 다 씻긴 뒤에는 친구 아들들을 데려다 주고 왔다고 했다. 물론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도 함께 갔고. 이 녀석들이 노난 하루였다. 잘 준비가 끝났는데 차를 타고 나가다니.


꽤 늦은 시간에 퇴근했는데 아내는 그제야 저녁을 먹고 있었다. 정신은 풍성해 보였지만 육체는 가난해 보였다. 아내에게 오늘의 고생담을 전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엄마. 서윤이 똥 쌌어여”


소윤이와 시윤이의 얘기에 깜짝 놀라서 일어났는데 다행히도 서윤이는 기저귀를 찬 상태였다. 안심은 잠시 뿐이었다. 밤 사이 오줌도 많이 싸고 똥도 많이 쌌는지 두 가지 결합물이 좀 샜고, 작은방 문 앞에 그 흔적이 있었다. 서윤이가 밟고 돌아다녀서 여기저기 발자국도 남고. 낮에는 소변이 든 좌변기를 서윤이가 들고 돌아다녀서 이곳저곳 소변이 흩뿌려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똥과 오줌의 굴레에 갇힌 삶이랄까. 이 문장을 적는데 기시감이 들었다. 벌써 세 번째니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똥팬티와 오줌팬티를 빨아야 서윤이가 완전히 기저귀 해방을 맞게 될지 궁금하다.


아내는 저녁을 다 먹고 나니 오히려 활동성을 잃었다. 어떤 심정이자 상황인지 잘 안다. 채우고 움직이기 위해 먹었지만 채우고 나니 늘어지는 이 역설. 아내는 잠시 엉덩이를 붙였다가 이내 일어나서 남은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