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은 자유부인으로

22.09.12(월)

by 어깨아빠

아침을 먹고 한가로이 쉬고 있을 때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아내와 나는 한 공간 안에 있었다. 아이들의 귀를 피하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음성 대화 대신 글자 대화를 선택했다.


“1. 다 같이 바람 쐬러, 2. 내가 애들이랑 바람 쐬러, 3. 서윤이는 집에서 재우고 1호, 2호만 바람 쐬러. 어떤 걸 원하시나?”


아내는 3번을 골랐다. 서윤이가 전혀 피곤해 보이지도 않았고 시간상으로도 약간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빠른 외출을 위해 바로 재워 보기로 했다.


“서윤아. 이제 아빠랑 코 자자. 낮잠 자자”


서윤이는 순순히 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눕는 것까지도 일사천리였다. 조금의 거부도 없이 바로 누워서 손가락을 빨고 눈을 감았다. ‘하나도 졸려 보이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졸렸나’ 하는 나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서윤이는 잠이 오지 않는 게 맞았다. 자세만 빠르게 잡았을 뿐 그 뒤로는 계속 중얼거리고 뒹굴뒹굴하면서 자지 않았다.


“서윤아. 조용히 하고 얼른 자세요. 자꾸 중얼중얼 하면 아빠 나갈 거에요”


라는 말을 몇 번을 더 했다. 밤잠도 아니고 낮잠이었고, 워낙 일찍 데리고 들어 오기도 했다. 안 자는 게 당연했다. 그러니까 말만 저렇게 하고 당장 어떤 행동은 취하지 못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오래 걸렸다. 거의 한 시간을 재우고 나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나가자”


점심도 아예 밖에서 먹기로 했다. 아내는 서윤이가 깨기 전에 얼른 짜파게티를 끓여 먹어야겠다고 했다.


그냥 바닷가를 걸었다. 또 쾌감을 느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 산책 = 상가 건물 사이 산책’이었는데 이제 ‘동네 산책 = 바닷가 산책’이 가능해졌다는 게 짜릿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떤지 궁금했다.


“소윤아, 시윤아. 바다 진짜 좋지 않아? 아빠는 맨날 봐도 맨날 좋던데”

“저도 좋아여”

“지겹지는 않아?”

“네. 저는 장난감이 더 지겨워여. 금방 재미가 없어져여”

“그래. 맞아. 자연은 맨날 똑같은 곳에 가도 맨날 새롭게 놀 수 있잖아”


소윤이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듯했다. 시윤이는 별 말을 안 했지만 한 번도 싫증을 내거나 지루해 하지 않은 걸 보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둘은 꽤 긴 거리를, 한참 걸었다. 시윤이는 꽤 수가 많은 계단도 뛰어서 올라갔다. 나도 헉헉 거리면서 올라야 하는 계단이었는데 정말 지치지도 않고 올라갔다.


“소윤아. 조만간 시윤이가 소윤이보다 달리기도 빨라지고 힘도 세지겠는데?”


소윤이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인정하기 어렵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점심은 공원 안에 있는 숲에서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김밥, 나는 컵라면과 김밥.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긴 했다. 나름대로 나들이였으니 과자도 한 봉지 샀다. 밥을 다 먹고 나눠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출렁다리도 건넜다. 지난번에 혼자 건넜을 때는 굉장히 잠잠했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좌우로 많이 흔들렸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무척 재밌어 했다. 마치 놀이 기구를 타는 것처럼 약간 무서우면서도 재밌었나 보다. 공원 놀이터에서도 한참 놀았다. 말이 놀이터지 용 모양의 커다란 구조물과 미끄럼틀 정도만 있는 곳이었다. 그 단순한 곳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했고 소윤이와 시윤이도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놀았다.


서윤이는 엄청 금방 깼다고 했다. 피곤하지 않을 때 자서 많이 안 잤나 보다. 아내가 짜파게티를 다 먹기도 전에 깼다고 했다. 다행히 거의 다 먹긴 했지만. 아내와 서윤이도 나왔다. 집 근처의 작은 공원에서 만났다. 거기서도 조금 더 놀았다.


아내는 저녁에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 두 명의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한 명이 여덟 시부터 시간이 된다고 해서 그 시간에 맞춰 나간다고 했다. 그러지 말고 더 일찍 나가라고 했다. 나머지 친구 한 명하고는 먼저 만나고 있어도 되는 거니까. 아내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가는 게 미안해서 그랬는지 나가기 전에 많은 걸 하고 나갔다. 마치 예전에 축구하러 가기 전의 나를 보는 듯했다.


“여보. 애들은 내일 내가 샤워시킬 게. 오늘은 그냥 간단히 씻겨”

“그래? 내가 씻겨도 되는데”

“힘들잖아”


덕분에 여섯 시 쯤 모든 게 끝났다. 아내는 그때 나갔다. 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아빠. 우노 하자여”

“그래”


우노도 하고, 스트림스도 하고, 도블도 했다. 여러 판 했다. 서윤이는 내 품에 앉혀서 나의 대리인으로 참가시켰다. 그러지 않았으면 자기만 못 한다고 심통이 나서 울고불고 난리였을 거다. 사실 스트림스는 시윤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임이다. 규칙을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엄청 고민하면서 숫자를 쓰는 시윤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가끔씩 ’14’를 ’41’로 쓰는 모습도. 보드게임을 다 하고 나서 책도 읽었다. 서윤이가 고른 책도 한 권, 시윤이가 고른 책도 한 권 읽었다. 자기 전에 이토록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것도 오랜만이다. 체감상으로는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내는 나가면서 ‘오늘은 일찍 올 거야’라고 얘기하고 나갔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여덟 시에 만나기로 했다고 했지만, 일단 그것부터 늦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만남은 아홉 시에 성사됐다고 했다. 꽤 늦게 올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아내에게 미리 안전운전을 당부하는 메시지와 마음 놓고 편히 놀다 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랜만에 아내가 귀가하기 전에 먼저 침대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