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14(수)
아침에 일어나면 조깅을 좀 하려고 했는데, 역시나 육신의 원초적 욕구(더 눕고자 하는)에 지배당하고 말았다. 사실, 거의 매일 아침 지고 있다. 덕분에 일찍 일어나는 성과(?)라도 얻고는 있지만 과연 아침에 나가서 뛰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일어나서 헬스장을 가 본 적은 있어도 어딘가를 뛰어 본 적이 내 생에 단 한 번도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패배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 싶다. 나약한 인간 같으니라고.
오늘은 아침에 조금 늦게 나가서 더 운동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던 거다. 운동은 실패했지만 덕분에 아이들을 모두 보고 나갔다. 아내까지 보고 나갔다. 가장 먼저 일어나서 혼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 한 명씩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는 자녀들을 보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다. 잠이 덜 깬 부스스한 얼굴로 나에게 와서 안기고 뽀뽀하는 것도 좋고.
아내와 아이들은 교회에 가야 했다. 수요예배가 오전에 있고 처치홈스쿨 모임을 겸하기도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요일 오전에는 교회에 간다. 점심도 싸 간다고 했다. 어젯밤에는 막상 점심을 준비해서 싸 가는 게 많이 귀찮았는지 점심은 먹지 않고 그냥 돌아올까 고민도 했다. 결국 아내는 점심을 싸서 갔다고 했다.
“겨우 안 늦고 왔네요”
서윤이가 대자로 뻗어서 자고 있는 사진도 함께 왔다. 서윤이가 평화롭게 잠든 상황에 이르기까지 아내가 꽤 고생하지 않았을까 짐작이 됐다. 통화를 하지 않고 메시지로만 대화를 나눠서 그런지 아내가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긴 했지만.
아내가 오후에 갑자기
“나 오늘 저녁에 소윤이랑 데이트하면 너무 갑작스럽나?”
라고 물어봤다.
“아니. 근데 시윤이가 괜찮겠어?”
“시윤이 너무 아쉬워하겠지. 근데 뭐 언제 데이트 해도 그럴 거 같긴 한데. 탕수육을 사 줘야 하나”
“좋은 생각이네”
요즘 계속 탕수육이 먹고 싶다고 하긴 했다. 시윤이가 아무리 탕수육을 좋아해도 엄마와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보다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현 시점에서 시윤이의 마음을 가장 잘 위로할 수 있는 수단(?)이 탕수육이긴 했다.
아내와 소윤이는 저녁은 먹고 나간다고 했다. 어제 못 먹은 비지찌개와 탕수육 조합이었다. 시윤이는 진심으로 탕수육을 좋아했다. 먹을 때마다 새삼스럽게 놀란다. 양이 꽤 많았는데도 거뜬히 다 먹었다.
“아빠. 저는 더 큰 것도 다 먹을 수 있어여”
라고 얘기하는 시윤이의 말이 허풍이 아닐 거 같았다. 서윤이도 엄청 잘 먹었다. 서윤이도 고기파라는 게 확실해지고 있다. 오빠 못지 않게 부지런히 탕수육을 집어서 먹었다. 먹을 때마다 꼭 소스를 찍어 먹었다. 장난을 치려고 하거나 소스만 먹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맛의 증폭을 위해서 딱 적당한 양의 소스를 찍어서 먹었다. 느리고 차분하게 먹는 소윤이가 굉장히 못 먹는 것처럼 보였다.
탕수육은 맛있게 먹었지만 막상 엄마와 누나가 나간다고 하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꾹 참는 게 보였다. 미소를 띤 얼굴로 자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게 깊은 진심이었다. 오히려 서윤이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래도 시윤이는 웃는 얼굴로 엄마와 누나를 배웅했다.
남은 자의 슬픔을 위로해 주려고 기꺼이 책을 골라 오라고 했는데, 엄청 졸았다. 시윤이가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했는데 답을 하다 말고 졸기도 했다. 꾸역꾸역 읽기는 했는데 엄청 재미가 없었을 거다. 김이 빠졌을 거다.
자리에 누운 건 꽤 이른 시간이었는데 둘 다 엄청 안 잤다. 요즘은 재워 주지 않으니 엄마의 부재는 크게 상관이 없었을 테고, 오히려 누나(언니)의 부재가 더 실감이 났을 거다. 시윤이는 콧물이 나온다고 한 번, 화장실에 간다고 한 번 방에서 나왔다. 그때마다 서윤이도 따라서 나왔다. 서윤이는 별 목적이 없었다. 그냥 따라 나왔다. 정확한 시간을 확인은 못했지만 누운 지 한 시간 반이 다 돼서야 잠들었을 거 같다.
아내와 소윤이는 꽤 늦게 왔다. 카페에 갔다가 강변을 산책하고 왔다고 했다. 중간에 통화를 했는데 소윤이의 목소리에서 ‘행복함’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온 소윤이의 얼굴에서도 똑같은 ‘행복함’이 느껴졌다. 아내가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생각이었다. 사실 언제나 좋다. 누가 됐든 자녀 한 명하고 시간을 보내는 건 항상 좋았다. 그 마음과 시간을 내기까지가 어려울 따름이다. 자녀가 많아서 좋은 것도 많지만, 그럴 수록 확보하기 어려운 독대의 시간을 통해 얻는 기쁨도 크다. 이건 아마 부모인 아내와 나보다 자녀들이 더 크게 느끼지 않을까.
소윤이는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루는 자기가, 하루는 시윤이가 이렇게. 사실 시윤이하고 나는 아직까지 데이트를 못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하자고 했는데 아직까지 못했는지.
빠른 시일 내에 아들과의 데이트를 추진해야겠다. 시윤이가 엄마와의 데이트가 아니라서 아쉬워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