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5(주일)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 우리 가족만 그런 게 아니라 교회 전체가 함께 예배 드리는 날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달라지는 건 크게 없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른 예배에서도 얌전히 잘 앉아 있는다. 얼마나 집중하고 몰입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서윤이는 예배 끝자락 즈음에 잠들었다. 점심은 김밥과 컵라면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곧장 다시 예배당으로 와야 했다. 오후에 전교인 성경 퀴즈 대회가 있었다. 어차피 금방 다시 올라와야 하니 굳이 서윤이를 식당으로 데리고 내려가지 않았다. 예배당 의자에 누워서 잠든 상태 그대로 뒀다. 난 서윤이가 잘 보이는 본당 옆 휴게실에서 점심을 먹었다. 서윤이는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쯤 깼다.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찾았다. 웬만하면 내가 데리고 먹여 보려고 했는데 먹는 게 영 시원찮았다. 식당에 있던 아내에게 서윤이를 데려다줬다. 왼팔은 있지만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오른팔로만 서윤이를 안아야 한다. 다행히 아직은 가능하다. 물론 초단거리만.
오후에는 전교인 성경 퀴즈 대회를 했다. 뭔가 비장해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성경 퀴즈였다. 소윤이는 아내와 내가 감히 정답 근처에도 못 가는 문제를 풀기도 했다. 깜짝 놀랐다. 아내와 나 둘 다
“어떻게 그걸 알아?”
라는 반응이 나왔다. 두어 번 그랬다. 오히려 아내와 내가 잘못된 정답을 알려줘서 틀릴 뻔하기도 했다. 수시로 ‘성경을 그냥 읽으면 안 되고 집중해서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그렇게 잔소리를 했는데, 그럴 입장이 아니었다. 전혀 고민하지 않고 휙휙 답을 적는 소윤이의 모습에 몇 번이나 놀랐다. 시윤이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아빠. 근데 저도 약간 그런 거 같긴 했어여”
서윤이는 그냥 망아지였고.
우리 가족 누구도 끝까지 살아남지는 못했다. 그래도 어쩌다 보니 선물은 많이 받아왔다. 다자녀 특수를 좀 누렸다. 한 개씩만 받아도 다섯 개니까. 게다가 아내도 역할을 톡톡하게 했다. 패자부활의 기회를 얻기 위해 훌라후프 돌리기를 했는데 아내가 모든 경쟁자를 이기고 1등을 했다. 아내가 훌라후프를 그렇게 잘 돌리는지 몰랐다. 예로부터 머리가 안 되면 몸으로 때우는 거라고 했다.
성경 퀴즈 대회가 끝나고 난 뒤에는 성경공부 모임이 있었다. 이건 나만 하는 거였다. 아내와 아이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2층 휴게실에서 성경공부를 하는데 중간에 아내와 아이들이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성경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아내에게
“여보. 오늘 저녁에 00랑 나갔다 와”
라고 얘기했는데 아마도 ‘밤 외출’을 위해 빠른 진행을 하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빠른 육아 퇴근 및 최소한의 업무(?) 인계를 위해 열심히 달렸다고 했다. 성경공부를 마치고 집에 갔을 때는 아이들이 이미 샤워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저녁만 먹으면 됐는데 그마저도 아내가 준비하고 있었다. 나에게 남은 거라고는 아이들과 함께 저녁 먹고 양치하고 책 읽는 것뿐이었다. 신입사원일 때, 휴가를 내면 선배에게 인수인계를 해야 했는데 넘기는 업무의 양을 최대한 줄이려고 휴가 전이 더 힘들었었다. 아내가 꼭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하는 게 없었는데도 책을 읽어주다가 졸았다. 읽다가 헛소리를 한 건 물론이고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이상한’ 의성어.
“아빠. 지금 그게 무슨 소리에여? 왜 그런 소리를 냈어여?”
“그러게. 아빠가 지금 어떻게 소리 냈어?”
“으이이이이. 이렇게”
아내는 엄청 일찍 귀가했다. 여기 오고 나서는 자유시간을 꽉 채워서 쓰지 않는 듯하다. 그만큼 간절하지 않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