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7(화)
난 전혀 몰랐는데 지난 새벽에 아내는 두통 때문에 꽤 고생했다고 했다. 지난 번 만큼은 아니어도 잠을 이루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됐다고 했다. 거실에 한참 동안 나와 있기도 했고. 다행히 아침에는 두통이 사그라들었다. 다소 안심하고 출근했지만, 혹시나 두통이 다시 심해지지는 않았는지 중간 중간 확인을 했다. 다행히 아내의 목소리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일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패밀리 타임(가족 시간)’에 관한 내용을 다시 보게 됐다. 별 거 아니다. 그냥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데 약간의 의미를 부여하는 거다. 뭘 하든.
“와, 우리 가족 시간 보낼까? 산책하면서?”
“와, 우리 가족 시간 보낼까? 빵 먹으면서?”
“와, 우리 가족 시간 보낼까? 드라이브 하면서?”
이런 식이다. 평소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가족 시간’으로 의미를 부여한 적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를 부여하고 미리 자녀에게 예고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행복감이 상승한다는 내용이 내 마음을 휘감았다. 갑작스럽게 아내에게 제안했다.
“여보. 오늘 저녁에 패밀리 타임?”
세 가지 정도의 안을 제시했다. 차 타고 시내로 나가서 간단한 잡화 쇼핑을 하는 것, 동네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 아예 아이들에게 안을 제시받는 것. 어떤 안이든 커피는 포함이었다. 따로 얘기를 하지 않았어도. 자녀들에게도 뭔가 먹거리를 사 줄 생각이었다. 대신 저녁은 집에서 먹고 나가자고 했다. 저녁을 먹고 나간다는 건, 그만큼 시간이 늦어진다는 거다. 나가는 시간도 돌아오는 시간도. 육아 퇴근이 늦어진다는 거다. 아예 아내가 빠지는 방법도 제시했다. 아내의 몸 상태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몰랐으니까.
“몸은 좀 무거운데 나갈 수 있는 정도예요"
라고 답장이 왔다. 퇴근하자마자 시윤이가 달려오더니
“아빠. 우리 산책 가자여”
라고 했다. 일단 저녁을 먹어야 했다. 아내에게 어떤 안을 골랐는지, 아이들에게 물어봤는지 물었더니 아이들에게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내는 기분전환도 할 겸 시내에 갔다 오자고 했다. 나도 왠지 그게 더 끌리긴 했다. 동네 바닷가 산책이 조금 더 흔한 일상인 느낌이어서 그런가.
서둘러서 진행하는 날에는, 자녀들이 곧 누웠을 시간에 집에서 나왔다. 별 거 아니지만 신이 났다. 밤 바람을 맞으며 차를 타고 가는 것도, 눈에 보이면 들르는 잡화점에 들어가서 쇼핑을 하는 것도. 시내에 나왔으니 빵집에 가는 것도 필수였다. 나에게는 시원하고 아내에게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려고 일부러 좀 걸었다. 덕분에 시간이 좀 늦어졌는데 막 빵집에 도착했을 때 정리를 하고 계셨다.
“아, 죄송한데 영업이 끝났어요”
“아, 진짜요? 빵도 못 사나요?”
“빵 사서 가시는 건 돼요”
“아 그래요? 그럼 사 갈게요”
아내는 큰 위기를 피한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내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동네에서는, 너무 빨리 마감을 하는 빵집 하나 정도만 만났으니까(시내라고 해 봐야 30분이면 족히 도달하지만). 아내는 내일 아이들이 먹을 빵도 샀다.
“이것도 내일 같이 주세요”
우리의 대화를 들은 사장님이 빵을 하나 더 얹어주셨다. 평소에도 인사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편이지만 오늘은 더 강조했다.
두 시간 남짓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다들 많이 피곤했나 보다. 서윤이는 잠들지 못해서 계속 칭얼거렸다. 보통은 졸리면 자는데 오늘은 뭔가 불편했는지 졸리다고 얘기하면서도 자지는 못했다. 시윤이는 잠들었다. 무엇보다 소윤이까지 살짝 잠들었다. 소윤이도 어제의 피로가 누적됐나 보다. 집에 도착하면 서윤이 말고는 모두 깨워야 한다. 3열 좌석에서 자는 시윤이(혹은 드물지만 소윤이)를 꺼내는 것도 힘들고 안고 집까지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왼팔은 사용불능이다.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하니까 정말 늦은 시간에 퇴근을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피곤하긴 했지만 자발적 연장 근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