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8(수)
오전에는 교회에서 일을 했다. 수요예배가 있었는데 그전까지 교회에서 일을 했다. 덕분에 아침에 나오기 전에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 교회에서도 또 봤다. 원래 점심도 교회에서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목사님과 식사를 하게 돼서 점심은 같이 못 먹었다. 아내가 준비한 점심은 볶음밥이었다. 내가 먹을 걸 생각해서 꽤 많은 양을 준비했는데 함께 먹지 못한다고 하니 다소 허탈해 했다.
“여보. 이따 저녁에 그거 먹으면 되겠네”
아내와 아이들은 오후에 처치홈스쿨 기도회도 있었다. 원래 그때 서윤이를 재우는 게 아내의 계획이었는데 오전에 예배 드릴 때 이미 낮잠을 잤다. 아내는 무척 아쉬워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다섯 시가 거의 다 됐을 때 집에 도착했다고 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아침에 교회에서 만났을 때, 아내의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기는 했는데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다. 저녁에도 시간이 없었다.
아내는 저녁에 성경공부 모임도 있었다. 아내는 부지런히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내의 몸짓과 분위기에서 느껴졌다. 남편에게 최대한 일을 남기지 않고 떠나겠다는 의지가. 안 그래도 되는데, 놀러 갈 때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심지어 놀러 가는 것도 아닌데.
“여보. 이거 치우지 마. 그냥 둬”
저녁을 먹고 생산된 설거지거리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설거지야 식기세척기가 하지만 약간의 애벌 세척은 한다. 왼팔을 못 쓰니까 자연스레 여러 집안일에서도 열외를 하게 된다. 그게 미안해서 어떻게든 한 팔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애벌 설거지도 그 중 하나다.
“어, 알았어”
라고 대답은 했지만 아내가 나가고 나면 할 생각이었다. 저녁을 다 먹고 어제 산 빵을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아내는 그 사이 나갈 준비를 했다.
“여보. 갈게”
“어, 잘 갔다 와”
싱크대가 깔끔했다. 그새 그걸 치우고 갔나 보다. 아예 식기 세척기도 돌아가고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또 무거운 피로가 몰려왔다. 잠시 소파에 누웠는데 심각한 의식불명 상태로 접어들었다.
‘아, 얼른 애들 씻겨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잠결에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소윤아. 미안한데 들어가서 세수하고 손발 닦고 양치 좀 해”
시윤이에게도 얘기했다.
“시윤아. 시윤이도 들어가서 씻어”
“아빠. 아빠가 씻겨주면 좋겠어여”
“시윤아. 진짜 미안. 아빠가 지금 너무 피곤하네. 오늘은 시윤이가 혼자 좀 씻자? 아빠가 부탁할게”
“알았어여”
그러고 보니 아내가 서윤이도 다 씻겨 놓고 갔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모두 씻고 나왔을 때 비로소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와, 너무 피곤하네. 다 잘 씻었어? 꼼꼼하게?”
“네”
그러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기도하고 뽀뽀를 나누는 것으로 오늘의 임무를 마쳤다. 혼자 어떻게 셋을 보냐며 놀라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사실 이렇게 날로 먹는 날도 더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