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집 찾아 삼만리

22.10.01(토)

by 어깨아빠

아내도 나도 꽤 늦은 시간까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모두 깨서 놀고 있었다. 이따금씩 서윤이가 방으로 들어와서 아내와 내가 일어났는지 확인도 하고 내가 일어난 걸 눈치 챘을 때는 막 좋아하면서 말도 걸었다. 그때마다 시윤이가 와서 서윤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서윤아. 안 돼. 안방에 들어가면 안 돼. 얼른 나와. 엄마, 아빠 깨셔”


시윤이에게 뭔가 다른 의도가 있나 싶었다. 엄마, 아빠에게 들키면 안 되는 뭔가를 하고 있는데 서윤이 때문에 엄마, 아빠가 깰까 봐 그러는 건가 싶었다. 전혀 그런 의도가 없을 수도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엄마, 아빠가 조금 더 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동생을 데리고 나오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잠시 후에는 결국 세 자녀가 모두 안방으로 들어왔을 뿐 아니라 침대에 올라왔다. 이미 아내와 나도 잠에서 깬 뒤였다.


오후에 목사님과 사모님의 심방 예배가 있었다. 간단한 다과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집 근처의 맛있는 과자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왔다. 온 가족이 다 나왔다. 과자점에는 이미 사람이 많았다. 서윤이보다 조금 어린 듯한 자녀와 함께 앉아서 빵을 먹는 엄마도 있었다. 갑자기 ‘악’하는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돌아 보니 자녀가 먹던 음료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흘러나왔다. 아무런 관계도 없고 앞으로도 다시 볼 가능성이 없는 완전한 남이었는데, 그 장면을 보자마자 깊은 탄식이 올라왔다. 그 엄마는 가게 사장님에게 휴지를 받아서 바닥에 쏟아진 음료를 닦았다. 저쪽에서 빵을 고르던 아내도 나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에 아까보다는 훨씬 긴장감이 없는 탄식이 또 들렸다. 다시 돌아 보니 컵이 한 번 더 쓰려졌다. 정말 신기하다. 왜 그런 일은 꼭 두 번씩, 그것도 첫 번째 사고(?)를 다 수습하기도 전에 연달아 일어나는지.


문구점에도 들렀다. 아내도 살 게 있었고 소윤이와 시윤이도 살 게 있었다. 아이들은 문구점을 참 좋아한다. 없는 게 없는 만물상처럼 보이나. 자주 가고 싶어하고 가서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가끔은 자기 용돈으로 필요한 걸(혹은 갖고 싶은 걸) 사기도 한다. 오늘은 가족 공용의 물품을 사는 거라 용돈을 쓰지는 않았다. 오히려 생각지도 않았던 색종이를 얻었다.


떡도 좀 사려고 동네를 많이 걸었다. 시장에 가면 떡집이 있겠지 싶어서 시장으로 갔는데 결국 떡을 사지 못했다. 떡집이 있긴 했지만 문이 안 열려 있었다. 세 곳 정도를 갔는데 모두 그랬다. 휴대폰으로 근처의 떡집을 검색해서 세 곳 정도를 가 봤는데 마찬가지였다. 다 문이 닫혀 있었다. 그늘에 있으면 시원해도 볕을 받으면 더운 날씨였다. 게다가 떡집 찾느라 생각보다 많이 걸었다.


“아, 목말라”


소윤이와 시윤이는 목이 마르다고 했다. 조금만 참다가 집에 가서 물을 마시자고 했다가 문득 ‘그래, 이것도 나름 산책인데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에 가서 이온음료를 샀다. 시원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해서 지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기 좋아 보였다. 내내 유모차에 앉아 있어서 힘들지 않았던 서윤이도 먹었다. 사실 아내가 제일 힘들었다. 왼팔이 정상이 아닌 덕분에 유모차를 아내가 미는데 언덕이 많았다. 아내가 무척 힘들어 했다. 중간에 내가 유모차를 받아서 밀기도 했다. 손으로 밀면 손목이 아파서 팔 전체를 대고 밀었다. 그래도 대부분 아내가 밀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걷게 될 줄 몰랐다.


집에 와서는 부지런히 청소와 정리를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거들었다.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된다. 시윤이는 신발장 정리를, 소윤이는 이곳저곳의 정리를 맡았다. 서윤이도 부산스럽게 언니와 오빠를 쫓아다니기는 했지만 도움은 안 됐다.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길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듯했다. 방해나 안 하면 다행이었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오셔서 예배를 드리고 대화를 나눴다. 준비한 다과를 대접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잘 먹었다. 생각해 보니 점심을 따로 안 먹어서 배가 고플 만했다. 예배 드리다가 중간에 잠들었던 서윤이도 깨서 나오자마자 바로 빵을 입에 넣었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가시고 나서는 아내와 나도 많이 먹었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오시기 전에도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더 이상 예정된 약속이 없었다. 집을 치우고 정리해야 했지만 일단 소파에 누웠다. 그렇게 2시간을 잤다. 중간에 아내와 아이들의 소리가 꽤 시끄럽게 들리기도 했지만 태풍에 쓰러진 고목처럼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계속 잤다.


“아, 여보. 미안하네”

“아니야. 괜찮아. 여보 꽤 잤네?”

“그러니까”


무척 개운했다.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간 기분이었다.


지인네 가족과 만나서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성사되지 않았다. 친구를 만날까 기대했던 소윤이가 많이 아쉬웠는지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오늘은 우리끼리 오리불고기를 먹자며 위로했다. 아까 낮에 나갔을 때 오리불고기를 조금 샀다. 더 많이 사고 싶었는데 남은 게 그 정도였다. 딱 아이들만 먹을 만한 양이었다. 아이들은 오리불고기를 볶아 주고 아내와 나는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아내가 야채를 썰어줬고 난 볶는 걸 맡았다. 아내는 그 사이 아이들을 씻겼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리불고기를 생각보다 많이 남겼다.


“여보. 우리는 여기에다 밥 볶아서 먹으면 되겠네”


앞으로도 이렇게 먹으면 될 거 같다. 어차피 아내는 고기를 먹으려고 먹는 게 아니다. 양념과 야채의 맛을 즐기는 사람이다. 밥만 볶아서 먹어도 큰 아쉬움이 없을 거다.


서윤이는 여전히 배변 훈련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와 나도 뭔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기저귀를 채울 거면 아예 미루고 쭉 채우거나 팬티를 입힐 거면 어떤 상황에서도 팬티를 입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처음으로 팬티를 입혀서 재웠다. 아내가 서윤이 매트의 방수 기능을 확인하고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서윤아.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펭귄(변기)한테 가. 알았지?”

“이여나면 바루?”

“어. 바로”


서윤아. 이제 기저귀도 다 떨어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