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22.10.02(주일)

by 어깨아빠

서윤이는 어제 이불에 오줌을 쌌다. 아내와 내가 막 자려고 할 때 갑자기 깨서 나왔는데 이미 팬티와 이불이 젖어 있었다. 아마 앞으로 한동안은 이런 일이 자주 생길 거다. 한 번 뿐이었던 게 감사할 따름이다.


아침에 분주하게 교회에 갈 준비를 하면서 소윤이에게 헌금은 준비했냐고 물어봤더니, 준비는 했는데 용돈기입장의 잔액과 실제 잔액이 안 맞는다고 했다. 아직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어서 소윤이를 앉혀 놓고 차분하게 살펴봤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표기를 잘못한 걸 발견했다. ‘1’이라고 쓴 걸 나중에는 ‘7’로 보고 계산을 한 거다. 잔액이었고 천원 단위였으니까 그만큼 돈이 모자랐던 거다. 백원 단위 돈도 미세하게 안 맞았다. 왜 그렇게 됐는지 설명해 주고 어디서 틀어졌는지 찾기 어려운 몇 백원은 그냥 헌금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다. 소윤이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서윤이는 교회에 갈 때도 팬티를 입었다. 이것도 처음이었다. 한참 동안 밖에 나갈 때는 기저귀를 입혔다. 그렇게 하면 서윤이도 헷갈릴 것 같아서 일관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내는 갈아입힐 팬티와 옷도 챙겼다. 아직 서윤이 스스로 변의를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때에 물어보고 화장실에 데리고 가야 한다. 예배를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에 데리고 갔다. 예배가 끝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서윤이가 말하기도 전에 부지런히 데리고 가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기다린다고 먼저 말하지는 않아서 일단 그렇게 하고 있다. 특히 밖에서는 굉장히 번거로워지니까.


소윤이와 시윤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교회의 친구, 언니(누나), 형들과 놀았다. 3층에 있는 놀이 공간에서 주로 놀았고 얼음땡을 했다. 가만히 지켜 보니 바람직하지 않은 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계속 뭔가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는데 오늘 나름대로 그게 정리가 됐다. 우선 너무 술래 한 명을 따돌리는 분위기가 형성이 된다. 물론 술래야 돌아가면서 하면 되니까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여러 명이 술래 한 명을 따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또 서로 놀리고 조롱하게 된다. 사실 그맛에 하는 놀이다. 술래 아닌 아이들은 술래에게 ‘나 잡아 봐’라면서 약간의 조롱 아닌 조롱을 하게 된다. 서로 다툼도 일어난다. 예로부터 얼음땡 다툼의 주된 원인은 역시 ‘얼음과 찜의 선후관계’다. 얼음을 먼저 했네 먼저 찜을 했네 이러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이것 또한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경험이 된다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내가 유심히, 여러 번 관찰한 결과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마치 어른의 싸움처럼 일단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고작 얼음땡인데 내가 너무 예민한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지켜봤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찰한 결과, 일단은 안 하는 게 유익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른이 함께 동참해서 지속적으로 바른 규칙과 분위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아이들끼리는 나쁜 문화(?)를 자기도 모르게 체득하는 장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느낀 바를 모두 말하고 앞으로 얼음땡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다.


나도 얼음땡을 숱하게 하면서 자랐다. 사실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깍두기’처럼 약자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문화도 배울 수 있다. 그럼에도 뭔지 모르게 느껴졌던 그 불편한 감정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다. 얼음땡을 대체할 만한, 운동량도 많으면서 재미도 있지만 서로 배려하고 돕는 문화를 습득할 수 있는 그런 놀이를 찾아 봐야겠다. 개발할 기지가 있으면 참 좋으련만.


목장 모임을 할 때까지는 아내와 나, 아이들 모두 교회에 있었다. 목장 모임을 마친 뒤에 나는 성경공부가 있었고 아내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집에 갈 거라서 자동차 열쇠를 건넸는데 잠시 후에 다시 나에게 가지고 왔다.


“왜?”

“아, 차 놓고 가려고”


성경공부를 하던 중이라 자세히 묻지는 못했지만, 바로 집으로 가는 게 아닌 거 같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교회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다 집에 갔다고 했다. 내가 성경공부를 끝내고 전화했을 때 막 집에 도착했다고 했으니까 꽤 오래 논 거다.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소윤이를 씻기고 있었다. 시윤이와 서윤이도 차례대로 아내가 씻겼다.


“여보. 저녁은 뭐 먹을 거야?”

“그러게. 일단 밥은 올려 놨는데. 교회에서 고기 싸 주셨는데 그거 먹을까?”

“아, 그래. 그러면 되겠네”


점심에 수육이 나왔는데 남은 걸 싸 주셨다. 점심에 먹은 걸 저녁에도 먹으면 조금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다른 반찬이 아니라 고기니까 얼마든지 그렇게 해도 된다. 사실 고기가 아니라 다른 반찬이어도 마찬가지다. 굶지 않고 먹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 한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워낙 어려서부터 들어서 그런지 먹는 것 가지고는 거의 불평이나 불만이 없다. 오늘 저녁도 엄청 잘 먹었다. 오히려 밥을 더 떠서.


저녁도 먹고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먹고 양치도 하고 책도 읽고 기도도 하고 뽀뽀도 하고 모든 걸 마치고 방에 눕기 전에, 소윤이가 편지를 하나 건넸다. 요즘 아내에게는 편지를 꾸준히 자주 써도 나에게 쓰는 건 좀 뜸해서 반가웠다.


“아빠 사랑해요. 아까 돈 계산할 때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하트 그림도 있었다. 순간 벙쪘다. 이게 뭐라고 감동스럽기도 하고 약간 부끄럽기도 했다. 혹시나 평소에 너무 불친절하니까 이런 작은 친절에도 기분이 좋았나 싶기도 했고. 어린 녀석이 작은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감사를 표현하는 것도 너무 기특했고.


“소윤아. 아빠가 평소에는 잘 안 그러나?”

“아니여. 안 그럴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래여”


다행이었다. 소윤이는 아무렇지 않게 쓴 편지일지 모르지만 내 나름대로는 다시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에게 친절해야 할 때도 불친절하게 말한 건 아닌지, 이렇게 작은 친절에도 감사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불친절로 일관한 건 아닌지.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는 사이 아내가 슬며시 와서 이야기했다.


“여보. 나 잠깐 자연드림 갔다 올게. 애들 들어가면”

“자연드림? 00랑?”

“어”

“자연드림만 가는 거 맞아? 다른 드림이 있는 거 같은데?”


당연히 아내는 자연드림말고 다른 ‘드림’도 이루고 왔다. 동네에 장 보러 가면서 만날 친구가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