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대신 하는 배변훈련

22.10.03(월)

by 어깨아빠

처치홈스쿨에서 소풍을 갔다. 당일치기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가기로 해서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목표로 삼았던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었지만, 애초에 목표 시간 자체를 일부러 30분 일찍 잡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휴일이었지만 차도 안 막혀서 다행히 늦지 않고 도착했다. 아침은 먹일 시간이 없었다. 집에 있던 빵을 챙겨서 차 안에서 나눠줬다. 평소에 식빵을 잘 안 먹는 서윤이도 맛있게 잘 먹었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주기철 목사님 기념관이었다. 책을 읽는 게 가능한 자녀는 미리 책도 읽었다. 최고 연령이 여덟 살인 자녀들을 데리고 관람하는 거라 그 의미를 모두 전달하기는 어러웠다. 사실 어른들도 전시를 통해 감동을 받는 건 한계가 있다. 그래도 자녀들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퍼즐에 색칠하기 같은 체험활동도 있어서 자녀들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자녀들이 많기도 했고 서윤이처럼 걷는 능력은 있지만 온전히 질서를 따르는 능력은 아직 부족한 자녀들을 관리하느라 신경을 많이 쓰기는 했다.


근처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점심도 먹었다. 카페에 조그맣게 야외 공간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거기서는 밥을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미리 준비한 김밥을 먹었다. 하필 날이 흐리고 중간 중간 비가 내리다 말고를 반복하기도 했지만 김밥은 맛있었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다들 많이 먹었다. 김밥을 먹고 나서는 잠시 카페에도 들어갔다. 잠시라고 하기에는 제법 오래 머물렀다. 2층도 있고, 옥상도 있는 곳이었는데 옥상은 아이들은 출입 금지였고 2층은 부모와 함께라면 올라가도 되는 곳이었다. 2층의 경치가 좋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올라갔다. 나름 통제와 단속을 한다고 했는데 자녀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아홉 명) 우리 스스로도 다소 부담이 느껴질 정도로 소란스러운 순간이 더러 있었다. 여러 가정이고 자녀가 많다 보니 어디를 가든 조심스럽지만 부모들이 조심스러운 만큼 자녀들도 조심스럽지는 않아서 곤혹스럽기도 하다.


그 다음 목적지는 섬이었다. 배를 10분 정도 타고 들어가는 섬이었는데 물길이 열리는 때와 맞물리면 작은 게를 마음껏 잡을 수 있는 곳이었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저녁에 물길이 열린다고 했다. 물론 일행 중에 가 봤던 사람은 없었다. 온라인에서 검색으로 얻은 정보였다. 그래도 배를 타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굉장히 습하고 푹푹 찌는 날씨였다. 덕분에 배를 타고 들어가는 10분이 무척 행복했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아홉 명의 자녀 모두 배를 처음 타는 거였다. 자녀들도 즐거워했다.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바다 한 가운데서 맞는 바람은 꽤 매력적이었다. 10분이어서 매우 짧게 느껴졌지만 조금 더 길었으면 멀미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섬에는 캠핑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모습이 낭만적이거나 운치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다소 야생(?)의 느낌이 강했다. 예전에 상암에 있는 노을캠핑장을 봤을 때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지속적으로 습하고 더운 날씨에 부모들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게다가 상상과 다소 다른 섬의 풍경에 당황하기도 했던 것 같다. 며칠 씩 자려고 단단히 준비한 것 같은 여러 텐트 사이에서 돗자리만 펴고 앉았다. 자녀들은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젖은 몸과 옷을 처리해야 하는 수고가 너무 버거웠다. 더군다나 바다의 풍경이 다소 거칠어서 굳이 아이들을 물에 넣고 싶지 않았다. 자녀들은 모래놀이로 물놀이를 대신했다.


섬 반대쪽으로 가면 그나마 조금 나은 풍경과 분위기가 있다고 해서 아빠들이 자녀들과 함께 가 봤다. 정말 처음 배에서 내린 곳보다는 조금 나았다. 여전히 자녀들은 물에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허락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소윤이와 시윤이는 슬리퍼나 반바지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바다에 못 갈 걸로 예상을 하고 챙기지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발이라도 담그고 싶다고 했지만 여벌의 옷이나 운동화가 없었다. 그렇다고 맨발로 다니라고 하기에는 한 번씩 깨진 유리조각이 나와서 위험해 보였다. 그래도 금방 포기하고 언제나처럼 나름대로의 놀이를 찾아서 놀았다. 아빠들도 캠핑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을 봐도 되는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거기서 꽤 한참을 놀았다. 다시 처음 배가 내렸던 곳으로 돌아가서 나가는 배를 기다렸다. 들어올 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나가는 배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다. 배가 뭍에 들어오고 차례대로 배에 올라 타는 게 흡사 피난민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캠핑 장비가 많아서 짐도 한가득이었다. 섬 안에서도 너무 즐겁고 신이 났는데 다시 육지에 내린다고 하니 반가운 건 사실이었다.


서윤이는 오늘도 팬티를 입었다. 덕분에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지린내와 똥내의 향연인 공중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다고 했다.


“하아. 여보. 내 몸에서 화장실 냄새가 나는 거 같네?”


덕분에 서윤이는 한 번도 팬티에 오줌을 싸지 않았다. 서윤이의 영민함이라기 보다는 아내의 부지런함으로 인한 성과(?)였다. 다만 그저께, 어저께 모두 똥을 안 싼 게 잠재적인 두려움이었다.


저녁은 선착장 근처의 칼국수 가게에서 먹었다. 아내들이 각 집의 막내들을 데리고 먹었다. 서윤이는 식당에 들어가기 직전에 유모차에서 잠들었다. 시윤이가 아내 옆에서 먹었다. 나머지 자녀들은 아빠들과 함께 앉았다. 아빠들은 각각 하나씩 시키고 자녀들은 칼국수와 돈까스를 시켜서 나눠줬다. 다들 잘 먹었다. 다들 열심히 노느라 배가 고팠나 보다. 남기거나 깨작거리는 자녀가 하나도 없었다.


아빠들이 먼저 식사를 마쳐서 자녀들을 데리고 식당 앞에 나가서 엄마들을 기다렸다. 엄마들은 자녀가 모두 빠진 덕분인지 매우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듯했다.


“엄마들이 굉장히 여유롭게 밥을 먹나 봐요”


밖에서 꽤 한참을 기다렸다. 시윤이도 안 나왔다. 다른 자녀들이 밖에 나가 있는 걸 보면 자기도 나가겠다고 할 게 분명한데 이상하게 안 나왔다. 시윤이는 엄마들과 함께 나왔다. 안 나온 이유가 있었다. 먹느라 안 나온 거였다.


“시윤이가 거의 1.5인분은 먹었어요. 진짜 많이 먹던데요?”


거기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서윤이는 여전히 잤다. 낮잠도 안 자고 그렇게 놀았으니 엄청 피곤했을 거다. 밤잠인가 싶을 정도로 곤히 잤다. 차에 옮겨도 깨지 않았다. 저녁을 먹지 못한 게 조금 걱정이었지만 너무 깊이 잤다.


피곤이 아주 무겁게 내려앉았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고 습한 날씨에 체력 소모가 더 크기도 했다. 바닷바람을 맞은 덕분에 괜히 몸이 더 무거운 거 같기도 했고. 집에 갈 때가 아주 큰 고비였다. 너무 졸려서 잠시 차를 세우고 몸을 풀었는데도 금방 또 위기가 찾아왔다. 아내는 졸린 남편을 각성시키기 위해 일단 자기라도 깨어 있어 보려고 의지를 발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방전되어가는 로봇처럼 졸다가 깨서 느릿느릿 움직이며 말하다가 다시 멈추고, 또 깨서 천천히 얘기하다가 잠들고를 반복했다. 내가 너무 졸려 하니까 차라리 자기가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난 또 내 나름대로 아내에게 운전을 맡기는 게 염려스러웠다. 아내도 졸면 어떡하나 싶었다.


“여보. 나는 잠 깼어. 괜찮아”

“그럼 얘기해 줘”

“얘기? 무슨 얘기?”

“그냥 아무 얘기나”


졸음 퇴치에는 수다가 최고다. 다행히 아내가 잠을 떨쳐 낸 후로는 대화가 가능해져서 나도 졸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자취를 감췄던 피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 자녀를 부지런히 씻기고 자리에 눕혔다. 집에 오는 동안 너무 깊이 잠들어서 도착해서 깨웠더니 울음을 터뜨린 시윤이나, 세 시간 넘게 잔 서윤이나 쉽게 잠들지는 않을 거 같았지만 그래도 일단은 눕혀야 한다.


서윤이는 밖에 한 번 나왔다. 사실 데리고 나온 거나 마찬가지다. 쭈그리고 앉아서 문틈 사이로 거실을 보는 서윤이를 아내가 발견했다.


“서윤아. 잠깐 나와”


저녁도 못 먹고 누웠으니 얼마나 배가 고플까 싶은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건 두 번째였다. 그냥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주고 한참 동안 서윤이의 애교를 감상했다.


“서윤아. 이제 5분 있다 들어가서 자자?”

“근데 담이 안 와여어”

“그래도 들어가서 누워야지”


실제로는 한 20분을 더 보내고 서윤이에게 아내가 말했다.


“서윤아. 이제 들어가자. 쉬 한 번 하고”

“네에”


“서윤아. 잘 자”

“네. 잘자여”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서 누웠다. 저 털털함과 당당함은 막내들의 공통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