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06(목)
어제 아내에게 쓴 편지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아직 발견을 못했나 싶었다. 발견했으면 편지 사진과 함께
“헐, 이거 뭐야ㅠㅠ”
라며 메시지가 왔을 텐데 그런 게 없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좋아하는 꽃을 다시 들여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여유가 없는 건가 싶어서.
아내는 친구(와 그녀의 자녀)와 함께 동네 공원에 나갔다 왔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갈 때 쯤에도 함께 있다고 했다. K(그녀의 남편)와 함께 집으로 갔다. 저녁으로 먹을 오리불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다 떨어져서 돼지두루치기로 대체했다.
엄마들은 기진맥진이었고 자녀들은 여전히 힘이 넘쳤다. 아빠들의 투입으로 엄마들은 잠시 주방으로 빠져서 저녁 준비를 했다. 저녁 준비도 일이라면 일이지만 조금이나마 아이들과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휴식이기도 하다(아내가 그랬다).
자녀들은 거실에 따로 상을 펴줬다. 각 집의 막내만 어른들과 함께 먹었다. 자녀들끼리 상을 펴 줘도 알아서 잘 먹는다는 게 새삼 새로웠다. 그것도 매콤한 두루치기를. 다들 많이 먹지는 않았다. 얼른 먹고 놀고 싶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배가 불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다 먹자마자 쉬지도 않고 또 놀았다. 장난감도 없는 집에서 뭘 그렇게 노나 싶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찾아서 논다.
오늘은 아빠들의 도움으로 ‘몸으로 말해요’, ‘초성퀴즈’, ‘그림 맞추기’, ‘스무 고개’ 같은 걸 하면서 놀았다. 아빠의 입장에서 꽤 효율적(?)인 놀이다. 몸을 쓰지 않고 입과 손만 움직이면서도 아이들의 재미는 극대화한다. 다행히 나의 자녀도, K의 자녀도 이런 놀이를 좋아한다.
어제 교회에서 받은 케이크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안타깝게도 K의 첫째는 다소 기분 상하는 일이 생겨서 케이크를 먹지 않았다. 케이크도 케이크지만 가기 전에 한참 동안 기분이 안 좋았다. 집에 갈 때는 조금 풀려서 가기는 했다.
뭔가 엄청 피곤했다. 아이들 재우고 한참이나 소파에 널브러졌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
아, 아내는 낮에 편지를 발견했다고 했다. 게다가 울기까지 했다고 했다. 됐다. 올해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