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22.10.07(금)

by 어깨아빠

어제 자기 직전에 소윤이가 깼다. 아내는 씻고 있었고 난 침대에 먼저 누워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윤이에게 엄마가 올 때까지만 침대에 누워 있을 테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다. 소윤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서 아내를 기다렸는데,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나도 소윤이도. 새벽에 깨서 보니 아내는 바닥에 쭈그리고 누워 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아니면 처음으로) 소윤이와 둘이 침대에서 잤다.


하루 종일 바빴다. 특히 일을 마칠 무렵에. 아내에게 얘기한 예상 귀가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날 정도로. 아내도 정신이 없는 듯했다. 항상 정신이 없지만 오늘은 조금 더 그랬을 거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오시기로 했다. 아무리 친정 부모님이어도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맞이하고 싶었을 거다. 그러려면 평소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였을 거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오시는 건 아이들에게는 비밀이었다.


퇴근했을 때 아내는 열심히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내에게 비밀리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언제쯤 도착하시는지 물어봤더니, 30분 정도 뒤에 도착하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금요예배를 안 가는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전혀 눈치를 못 챘다. 내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뻔했다. 반찬으로 올릴 고기를 굽다가


“이 정도 양이면 장인어른이랑 장모님은 손도 안 대실 거 같은데?”


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때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모두 식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내가 나에게 큰 눈짓으로 조용히 하라고 했다. 나도 놀라서 아이들을 봤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책 읽는데 집중해서 내가 한 말을 전혀 못 들은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저녁 준비하느라, 아이들은 저녁을 기다리며 책 읽느라 한창 정신이 없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 누구지? 이 시간에? 택밴가?”

“택배여? 이렇게 늦게여?”


아이들은 비디오폰 화면에 뜨는 사람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라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어? 할머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방방 뛰면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반가움과 기쁨이 느껴졌다. 아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을 거다. 서윤이는 팔딱팔딱 뛰면서 좋아했다. 특히 할아버지에게 그렇게 매달렸다. 아이들보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훨씬 신이 나셨다. 명절이라고 집에 찾아온 자녀와 손주를 맞이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특히 장인어른은 이 곳으로 내려왔을 때 이후로 처음 오신 거였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를 대하는 모습과 표정에서 각별함이 느껴졌다. 짐도 정말 많이 들고 오셨다. 대체로 먹거리였다. 반찬을 비롯해서 여러 간식거리와 과일까지. 가까이 살 때는 수시로 주셨던 건데 이제 그렇게 못하니까 단단히 벼르고 오신 듯했다. 정리하는 데만 한참 걸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셨으니 아이들도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었다. 그래도 들어가서 잘 때는 아쉬워했다. 어른들은 아직 다 안 자는데 자기들만 들어가서 자려니 영 아쉬웠나 보다. 이번에도 서윤이가 유독 서운해 했다. 특히 할아버지를 그리워 하면서.


아이들을 먼저 들여 보내기는 했지만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무척 피곤해 하셨다. 말만 3박 4일이지, 사실상 도로에서 하루를 다 보낸 첫째 날이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지나가는 첫째 날이 아쉬우니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시긴 했지만, 특히 장인어른은 자꾸 눈이 감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