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0(월)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아침 일찍 출발하셨다. 아내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가면서 아침으로 드실 김밥을 주문하느라, 나는 그걸 찾아 오느라 조금 일찍 일어났다. 사실 김밥이 아니었어도 잠을 설쳤다. 서윤이도 깨고 시윤이도 깨고 소윤이도 깨고. 엄청 피곤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의외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시원하게(?) 보내드렸다. 이른 아침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분위기 덕분에 우울한 분위기가 끼어들 틈이 없었던 던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할아버지 가시면 어쩌나 싶었던 서윤이도 아주 밝고 환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오히려 아내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탄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눈물을 흘렸다.
휴일이었지만 일이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야외 일정이었다. 서윤이까지 데리고 가기에는 일에 방해가 될 거 같아서 서윤이만 집에 남겼다. 당연히 서윤이는 자기도 가고 싶어 했다. 곧 만날 거니까 조금만 참으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건네며 헤어졌다. K와 그의 첫째, 둘째도 함께 했다. 아이들은 아빠와 바람 쐬며 노는 기분이었을 거다.
날씨가 엄청 좋았다. 아내와 서윤이, K의 아내와 막내, 처치홈스쿨의 다른 엄마 선생님과 자녀도 우리의 일정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합류했다. 날씨가 좋으니 그냥 좋았다. 시골이라 어디를 봐도 푸르고 파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잔디밭과 푸른 나무, 새파란 하늘이 한 번에 들어오는 장소에서는 모두
“와, 스위스 같다”
라며 감탄했다. 그 누구도 스위스에 가 봤던 적은 없었다. 신기했다. 왜 그런 풍경을 보면 스위스를 떠올리는 걸까.
아이들은 도토리 줍기도 하고 막 뛰기도 하고 수건돌리기도 하고 놀았다. 어른들은 눈에 비치는 풍경과 그 풍경에 담긴 자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휴대폰을 들고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바람이 다소 세게 불어서 춥기도 했지만 그 정도 염려 따위는 무시할 정도로, 모든 근심을 날리는 날씨였다. 해가 지고 나서는 마치 겨울처럼 추워져서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K네 식구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백반집이었는데 구성이 아주 알찼다.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음식이 가득했다. 다만 커다란 고등어 구이가 있었는데 아내는 그걸 아이들에게 발라 주느라 고생했다. 그냥 맨손으로 고등어를 잡고 가시를 발라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육아인의 손끝에 가장 오래 머무는 냄새가 자기 자녀 똥 냄새와 생선 냄새다.
“여보. 어디 생선 흘렸나? 계속 냄새가 나지?”
“여보. 어디 똥이 묻었나? 계속 냄새가 나지?”
“여보 손”
난 안다. 아내는 그렇게 밥을 먹으면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걸. 나야 전쟁통처럼 먹어도 먹을 거 다 먹고 맛도 충분히 느끼며 만족하지만, 아내는 아니다. 아내는 먹기 전에 여러 재료를 숟가락에 올리는 행위부터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며 맛을 음미하는 과정까지 여유롭게 보장되어야 만족을 느낀다. 아내는
“아니야. 나 진짜 잘 먹었어. 맛있게”
라고 얘기했다. 물론 거짓말은 아닐 거다. 고등어 구이만 아니었어도 좀 나았을 거다. 아니면 내 오른팔이 온전했거나.
“여보. 커피 사 줄게. 집에 가는 길에 커피 사 가자”
“커피? 갑자기 왜?”
“여보. 고생했잖아. 오늘”
“내가? 뭘?”
“고등어 바르느라. 장인어른, 장모님 가서 슬프기도 했고”
카페까지 가는 길이 너무 졸렸다. 카페에 도착해서 아내가 커피를 사는 동안 잠시 눈을 붙였고, 그 후로는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아내가 운전석에 앉으면 다소 각성 효과가 생긴다. 아내가 운전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본능의 불안함이 자극되나 보다.
소윤이가 갑자기 힘들다면서 울기 시작했다. 정말 갑자기. 어디가 힘드냐고 물어도 답은 안 하고 계속 울었다. 아내가 혹시 속이 안 좋은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가방에 있던 비닐봉지를 소윤이에게 건넸다. 혹시라도 토가 나오면 거기에다 하라고. 비닐봉지를 받고 나서는 오히려 조금 괜찮아졌는지 울음을 그쳤다.
“엄마. 이거 봉지 구멍 났는데여?”
“아 그래? 큰 일 날 뻔 했네”
시윤이와 서윤이는 자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서윤이는 그대로 매트리스에 눕혔고 시윤이는 알아서 깼다. 소윤이가 집에 올라와서 다시 울기 시작했다. 소윤이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혹시라도 토가 나오면 그대로 하지 말고 바로 화장실로 가라고 했다. 소윤이는 계속 울었다. 그러다 갑자기, 순식간에 토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토를 했다. 다행히(?) 소파와 이불에는 조금밖에 안 묻었지만, 바닥에 아주 질펀하게 쏟아냈다. 사실 나도 엄청 피곤한 상태여서 조금 짜증이 났다. 소윤이에게 뭐라고 했다. 그러게 미리 화장실에 가 있든지 했어야지 거기 앉아서 계속 울기만 하면 어떻게 하냐고, 아빠가 미리 말을 하지 않았냐고. 소윤이는 토를 했으니 더 이상 속이 불편하거나 울렁거리지는 않았을 거다. 그래도 계속 울었다. 아마 나의 야박한 말이 속상했을 거다. 아내가 나 대신 소윤이를 위로했다.
다 들어가서 눕고 잠이 드니, 즉 어느 정도 여유와 고요가 찾아 오니 소윤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요즘 소윤이에게 친절하게 대하기가 내 나름대로의 하루 목표였고 잘 지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