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4(금)
평범하지 않았던 어제 대구 여정의 후폭풍이 꽤 셌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긴 했지만 몸이 가동되는 데는 한참 걸렸다. 몸과 정신이 쉽사리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아마 조금이라도 누웠으면 바로 잠들었을 거다.
차는 무사히 수리가 됐다. 오후에 연락을 받았고 일을 마치고 나서 찾으러 갔다.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금요일이니 금요철야예배가 있었다. 몸이 너무 천근만근이었다. 차를 찾으러 가는 길에 아내와 통화를 하면서
“오늘은 그냥 쉴까?”
라고 슬쩍 물어봤다. 아내는 나에게 결정권을 넘기며 따르겠다고 했다. 차를 찾으러 가는 길에 고민하고 찾아서 돌아오는 길에 결정을 했다.
“여보는? 아무런 의사가 없어?”
“나? 글쎄. 여보가 피곤하면 쉬어도 되지”
“그럼 쉬자. 오늘”
가면 좋겠지만, 너무 피곤했다.
‘오늘은 금요철야예배를 안 드리고 쉰다’
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평안이 몰려왔다. 아내에게 저녁도 집에 있는 반찬으로 간단히 먹으면 되니 다른 건 하지 말라고 했다. 아내는 주인공 반찬이 없어서 좀 그렇다고 했다. 진미채볶음, 멸치볶음, 메추리알 장조림, 김치 같은 반찬만 있다는 말이었다. 난 전혀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그 정도면 엄청 풍성하다고 생각했다. 괜찮으니 다른 거 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집에 가니 아내는 뭔가 만들고 있었다.
“뭐 하게?”
“어, 지난 번에 당면 남았던 게 있어서 그냥 간단하게 잡채”
잡채를 간단한 요리로 얘기할 정도로 주부 내공이 쌓인 건가. 물론 오늘 아내의 잡채는 약식이었다. 그래도 뭔가 자르고 볶는 과정은 거쳐야 했다. 막상 해 놓으니 너무 맛있었다.
피곤해서 예배도 걸렀으니 일찍, 아주 일찍 자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당연히 그러지 않았다. 아이들을 모두 눕히고 샷을 두 개씩 넣어서 커피를 내렸다.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행위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커피를 홀짝거렸다. 정신적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됐다.
내일도 빡빡한 일정이 예상됐지만, 그래도 좋았다. 드디어 주말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