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에서 닭똥집까지

22.10.15(토)

by 어깨아빠

아침에 아내가 QT를 하자고 했다. QT는 각자의 시간 계획에 맞춰서 하고 있었는데, 주말이니 함께 하고 나누자는 뜻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가 정신없이 떠들고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꽤 긴 시간 집중해서 아내와 묵상 나눔을 했다. 폭풍 속의 고요였다. 아이들도 엄마와 아빠가 뭘 하는지 알고 우리의 시간과 공간(소파 위)을 지켜줬다.


QT 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처치홈스쿨 모임이 있었는데 시간이 촉박했다. 아침을 차려서 먹이고 치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집 앞 빵집에 가서 빵을 먹기로 했다. 아이들 모두 잘 먹었다. 빵도 잘 먹고 우유도 많이 먹었다. 서윤이는 빵을 입에 넣고 꼭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결코 빵만 씹어서 넘기지 않았다. 우유에 촉촉이 젖어가는 빵의 맛을 깨달았나 보다.


오전에는 교회에서 처치홈스쿨 일정을 소화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분식과 김밥, 그리고 놀랍게도 족발이었다. 아이들이 잘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난 잘 먹었다. 족발을.


처치홈스쿨 일정을 마친 뒤에는 축제에 갔다. 고래 축제 기간이었는데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쐴 겸 다 함께 갔다. 날씨가 좋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볕이 뜨거웠다. 아침에 나올 때 반팔을 입고 위에 걸칠 겉옷을 챙겼는데 한 번도 입지 않았다. 그 정도로 날씨가 따뜻했다. 축제라고 특별한 구경거리가 있는 건 아니었다. 여러 개의 부스에서 여러 개의 체험 프로그램이나 판매가 진행됐다. 잠시 걸으며 구경을 하다가 잔디밭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시윤이는 형과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소윤이는 주로 아내나 다른 엄마 선생님들 곁에 머물거나 동생들을 보살폈다. 서윤이는 한참 동안 자다 깨서 처음에는 기분이 안 좋았다. 기분이 조금 괜찮아지고 나서는 주로 먹을 걸 찾았다.


원래 놀이터에도 갈 계획이었는데 은근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놀이터에는 가기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많은 자녀들이 슬퍼했다. 소윤이도 마찬가지였다. 많이 기대했나 보다. ‘고래 놀이터’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라 더 그랬나 보다. 대신 고래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생각보다 가격이 제법 나갔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구성이었다. 아이들 마음에도 쏙 들었나 보다. 나란히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데만 집중하고 조용했다. 많이 걸어서 힘들어 보였던 표정도 일시에 밝아졌다.


저녁도 거기서 먹을 계획이었다. 먹거리를 파는 부스도 많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사서 먹으려고 했다. 파는 곳은 많았는데 자리가 없었다. 어른들만 있었으면 대충 아무 데나 앉아서 먹었겠지만 어른보다 많은 수의 자녀를 데리고 다니는 무리라 그러기는 어려웠다. 마땅한 곳이 없었고 금방 자리가 날 것 같지도 않았다. 우리 집에 가기로 했다. 치킨과 피자를 시켜서 우리 집에서 먹기로 했다. 불시에 사람을 초대해도 당황하지 않을 정도의 집 상태를 만들고 나온 아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여보. 개지 않고 둔 빨래가 생각 나네?”


그 정도는 괜찮다. 안방에 던져 놓고 불가침의 영역으로 만들면 되니까.


치킨과 피자, 그리고 닭똥집도 있었다. 낮에는 족발 밤에는 닭똥집이라니. 오늘이 내 생일인가 싶었다. 축제 구경하면서 이것저것 군것질을 많이 해서 그런지 다들 얼마 못 먹었다. 아이도 어른도. 그나마 피자와 닭똥집만 좀 줄었다. 치킨은 거의 그대로 남아서 세 가정이 나눠서 가지고 돌아갔다.


서윤이는 콧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하루 이틀 전부터 조금씩 흘리더니 오늘 밤이 되니 비염 환자처럼 맑은 콧물이 흘렀다. 서윤이는 괴로워했다. 특히 자려고 누웠다가 살짝 잠들었을 때부터 힘들어 했다. 손을 빨아야 하는데 코가 막혀 있으니 손을 빨면 숨쉬기가 어려운 듯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짜증만 엄청 냈다. 저러고 밤에 잠은 제대로 잘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