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도 사과는 해야지

22.10.16(주일)

by 어깨아빠

아내는 거의 밤을 샜다. 코가 막혀서 손을 빨지 못하는 서윤이가 밤새 짜증을 내며 울었고 아내는 그걸 달래느라 덩달아 잠을 설쳤다. 달랜다고 달래지지도 않는 짜증과 울음을 상대하느라 진을 뺐다.


“여보. 신생아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네?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깼어”


아내와 서윤이는 결국 거실로 나가서 잤다. 마침 소윤이가 우리(아내와 나)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잤는데 서윤이가 너무 시끄럽게 우니까 나간 거다. 덕분에 나와 소윤이는 오붓하게 누워서 잤다. 하루를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하루를 마칠 때쯤의 피로와 함께 시작하는 아내가 걱정이 됐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교회에 갔는데 가방을 집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내려주고 다시 집에 가서 가방을 챙겼다. 서둘러 예배당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아까 아동부 예배실로 들어갔던 시윤이가 보였다. 공을 가진 다른 자녀와 서로 공을 빼앗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장난의 수위를 넘어섰다는 게 느껴졌다. 공을 가진 자녀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윤이는 빼앗기 위해 흥분했다는 게 보였다. 서로 과격을 넘어 공격도 불사하고 있었다. 시윤이를 밖으로 불러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간단하게 듣고 시윤이가 뭘 잘못한 건지 얘기해 줬다. 시윤이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분히 표현하기 위해 짓는 표정이었다. 뭐가 억울한 지 물었더니 말은 하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속상한 것’과 ‘억울한 것’의 차이를 설명했다. 억울한 건, 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오해를 받거나 잘못이 아닌 일을 잘못이라고 오해를 받는 거라고 얘기했다. 상대방이 어떻게 했든 시윤이가 ‘나쁜 마음을 품고 폭력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과할지도 모르지만)인 행동’을 한 건 사실이니 그게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니 억울한 것도 아니라고, 대신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속상할 수는 있고 그건 잘못이 아니지만 억울한 것과는 다르다고. 속상하고 억울한 일은 엄마나 아빠에게 와서 이야기하고 마음을 풀고 상황에 따라서는 엄마나 아빠가 어느 정도 해결도 해 줄 거라고. 시윤이도 이해하고 수긍하는 듯했다.


시윤이 입장에서는 ‘왜 나만’, ‘저 형아가 나를 먼저 속상하게 했는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잘못’의 기준은 상대방이 될 수 없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면 어떤 경우든 ‘폭력적’인 말과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시윤이가 과격하고 폭력적인 면을 자주 드러내는 편은 아닌데 가끔 동성의 형이나 또래와 놀 때 억눌렀던 본능이 터져 나오는 듯하다. 시윤이를 다시 아동부실로 보내지 않고 본당에서 함께 어른 예배를 드리게 했다.


아내는 밤의 후폭풍을 거세게 맞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내와 함께 고생한 서윤이는 의자에 누워 잠들었지만 아내는 그럴 수도 없었다. 게다가 아내는 며칠 전부터 손목이 아프다고 했다. 손목의 통증도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병원에 가도 ‘손목을 쓰지 마라’는 처방 뿐이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못한다. 손목 뼈가 골절이 된 나처럼 조금만 구부려도 엄청 아프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구부리는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왼손에 깁스를, 아내는 오른손에 손목 보호대를 차고 지냈다. 이런 게 부창부수인가. 아내에게 본 예배만 드리고 서윤이와 함께 집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괜찮다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교회에 머물렀다. 서윤이는 어제보다는 숨 쉬는 게 편안했는지 손을 빨면서도 잘 잤다. 코로 숨이 나왔다 들어가는 소리도 잘 들렸다. 서윤이도 엄청 피곤했을 거다. 예배가 끝나고 유모차에 옮길 때 살짝 깼는데 유모차에 눕혀놓고


“서윤아. 조금 더 자. 눈 감고”


라고 얘기했더니 진짜 조금 더 잤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후 예배와 목장 모임까지 마치고 집으로 갔다. 난 성경공부가 있어서 조금 더 교회에 있었다.


저녁은 세 종류로 구성됐다. 아이들은 장모님께서 주고 가신 밑반찬으로, 난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치킨과 닭똥집으로, 아내는 라면으로. 각자의 취향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뭐 먹지?’라는 고민을 지우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시윤이에게 아까 사과는 했냐고 물어봤는데 안 했다고 했다. 시윤이 스스로 사과를 한다고 했고, 꼭 하라고 했는데 아마 멋쩍으니까 못했나 보다. 내일 만나면 꼭 하라고 했다. 사과를 먼저 하는 건 창피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거라고, 마음을 먹었으면 미루지 않아야 한다고 얘기해 줬다. 시윤이가


“아빠도 그렇게 해여?”


라고 물어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이들이 자러 들어갈 때, 아내에게도 바로 자지 않을 거냐고 물어봤다. 아내는 이렇게 일찍 자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그때가 여덟 시 무렵이었으니 이른 시간이긴 했다. 어차피 일찍 안 잔다고 하길래 커피를 한 잔 사다 줬다.


숙면을 생각하면 안 마시는 게 옳지만, 주말을 기분 좋게 마무리 하기에 이것보다 저렴하고 좋은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