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보신에는 역시 라면이지

22.10.19(수)

by 어깨아빠

오전 업무를 마치고 잠시 미용실에 들렀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간 거라 머리를 하고 나서 밥을 먹어야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전에 수요예배에 갔다. 얼추 시간이 비슷할 거 같아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김밥을 샀다고 했다. 아내에게 내 것도 사 달라고 했다. 나도 집으로 와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아내는 컵라면도 같이 먹는다고 했고, 당연히 나도 컵라면을 곁들였다.


다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그저 단순한 식곤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피로감이었다. 소파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더니 아내가 20분이라도 자고 나가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정말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왠지 20분으로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었다. 졸음을 이겨내고 소파에서 일어서서 나왔다. 밖에 나와서 찬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소파에서처럼 심각하게 졸리지는 않았다. 역시 ‘소파’ 그 곳이 문제인가.


오후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또 머리가 살살 아프다고 했다. 많이 아픈 건 아닌데 기분을 나쁘게 할 정도는 된다고 했다. 혹시 몸살 기운이 있는 건 아닌지 물어봤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요즘 우리 집에 감기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어서 물어봤다. 가장 먼저 서윤이가 증상을 보이면서 하루 정도 고생하더니 시윤이와 나도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 완전히 몸살이 난 것처럼 아프지는 않지만 극심한 콧물과 기운 상실로 고생하고 있다. 아내에게도 차례가 온 건가 싶었는데 아직은 아니었다. 아내는 저녁에 성경공부 모임이 있었는데 고민 끝에 불참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저녁으로 함박스테이크와 닭다리 살을 구워줬다. 아내는 나도 그걸 같이 먹으면 된다고 했지만 양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점심에도 라면을 먹은 터라 또 라면을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밥도 별로 당기지는 않았다. 라면보다는 밥이 더 먹기 싫었나 보다. 결국 라면을 끓였다. 몸이 영 별로였는데 라면을 먹고 나니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마치 보양식을 먹은 것처럼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나는 듯했다. 아내도 입맛이 없다고 했다. 아내는 아예 안 먹었다.


아이들을 눕히고 얼마 안 됐을 때 아내가 냉동실에서 뭔가를 꺼냈다. 베이글이었다. 발라서 먹을 잼도 여러 개를 꺼냈다. 아내도 입맛이 없었던 게 아니었나 보다. 며칠 동안 비슷한 밑반찬에 먹는 게 다소 물렸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는 베이글을 그렇게 잘 베어 먹기가 어려웠다. 내가 막 웃었더니 자기를 놀리는 거냐며 눈을 흘겼다.


난 자기 전에 감기 약을 한 알 먹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