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메주 냄새가 날 때

22.10.23(주일)

by 어깨아빠

아내가 예배 시간에 졸리면 먹으라고 새콤달콤을 하나 줬다. 졸리지는 않았지만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졸린 것과 상관없이 세 개를 먹었다.


서윤이는 예배당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의자에 누워서 손을 빨았다. 습관이 됐나 보다. 엄청 이른 시간이니 잠이 막 오는 것도 아닐 텐데 일단 눕는다. 누워도 잠이 안 오니 일어났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며 장난을 치다가, 결국 잠이 들기는 한다. 평일에 비하면 훨씬 이른 시간에. 예배가 끝나면 유모차로 옮기는데 오늘은 깨지 않았다. 바로 점심을 먹어야 해서 유모차는 식당 입구에 두고 밥을 먹었다. 소윤이는 물론이고 시윤이 때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아마 교대로 먹었을 거다.


“잘 있나?”

“어. 잘 자던데”

“깨면 어떡하지?”

“누가 말해 주겠지”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동부 전도사님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많았다. 아동부 전도사님이 마치 육아 도우미 같은 모습이었다. 서윤이는 뒤늦게 깨서 점심을 먹었다. 잠을 잘 잤는지 일어나자마자 바로 앉아서 잘 먹었다.


점심 먹고 조금 쉬다가 바로 오후 예배를 드렸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도 함께 드렸다. 오전에는 맛있어서 새콤달콤을 먹었는데 오후에는 정말 잠을 깨기 위해 먹었다. 안타깝게도 새콤달콤 따위가 육중한 졸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후 예배 후에는 목장 모임, 목장 모임 후에는 성경공부(나만)였다. 아내와 아이들은 목장 모임을 하고 집으로 갔다. 성경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면 여섯 시가 넘는다. 두 시간 정도 떨어졌다 만나는 거라 아내의 상태(?)가 평일에 비하면 훨씬 좋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시간이 시간인지라 지쳐 있을 때도 많다. 아내는 나와 함께 먹을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저녁을 먹고 있었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애매하게 남은 대패삼겹살을 구워서 먹었다.


아이들은 아내가 씻겼고 난 책을 읽어줬다. 재미있게.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의 진짜 웃음이 터져 나오도록. 아침부터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못 마셨다. 아이들을 눕히고 나면 나가서 커피라도 사 올까 싶었다. 아내도 나와 마찬가지였으니 강력하게 커피가 고플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눕히고 나서 아내가 먼저 얘기했다.


“여보.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지금? 어디?”

“아, 나 내일 예배 준비도 해야 되고 그래서”

“아, 알았어. 혼자?”

“어”


기왕 나갈 거면 차라리 조금 더 일찍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내는 남은 일을 다 하고 나갔다. 남은 일의 마침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였다.


아내가 나가자마자 누웠던 서윤이가 방문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서윤아. 왜? 왜 일어났어?”

“아빠아. 똥 따떠여어엉”

“어? 똥?”

“네”


한 팔로 서윤이의 똥팬티를 처리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혹시라도 왼팔이나 왼손에 똥이 묻으면 안 되니까 일단 왼손은 열외다. 결국 오른손으로만 모든 걸 해야 한다는 건데 서윤이가 매우 협조적으로 나와도 어려움이 생긴다. 오늘도 결국 바지에도 똥이 묻었다. 서윤이는 매우 호의적이었다(자기가 호의적이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마는, 싸질러 놓고도 되려 짜증을 낼 때도 많다). 싼 지 얼마 안 돼서 서윤이 엉덩이에 눌러 붙은 게 거의 없었다. 그나마 한 손으로 처리하기에 용이한 형태였다.


서윤이를 다시 눕히고 화장실에 가서 팬티를 처리했다. 큰 덩이는 변기에 버리고 나머지를 처리해야 했다. 어차피 양손으로 깨끗하게 빠는 건 못하니까 적어도 들러붙은 것들이라도 떼어 놓으면 나중에 아내가 빨 때 도움이 된다. 화장실 청소용으로 단 고압 호스가 아주 유용하다. 본연의 용도였던 화장실 청소보다 서윤이 똥팬티 처리에 더 많이 쓰였다. 세면대에 바지와 팬티를 놓고 강력한 물줄기로 잔해를 처리했다. 너무 세게 하거나 조준을 잘못하면 사방으로 튀는 불상사 아니 비극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매우 섬세한 힘 조절과 정밀한 조준이 필요한 작업이다.


아내는 세 시간 정도 있다가 돌아왔다.


“여보. 집에서 똥냄새가 나네?”

“그래? 난 모르겠는데. 어디서 나지?”

“화장실에서 나나?”

“그러게 어디서 나지?”


아내가 작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우웩”


이라며 작은 비명을 내뱉었다. 나도 들어가자마자


“우욱”


소리가 절로 나왔다. 흡사 메주 냄새였다. 서윤이가 자면서 똥을 또 싼 거다. 강력한 냄새였다. 아내는 자는 서윤이를 깨워서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웬일로 서윤이도 순순히 아내의 지시를 따랐다. 마치 자기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지겠다는 듯, 웃으며 말을 잘 들었다. 나 혼자 있을 때 싼 건 마중물 아니 마중똥이었다. 아내가 오고 나서 싼 게 진짜였다. 질펀했다.


“서윤아. 엄마가 얼마나 비위가 약한지 모르지? 지금 엄마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난 비위가 약한 편이 아닌데도 힘들다. 위대한 엄마의 시작은 똥 치우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는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