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아야지

22.11.02(수)

by 어깨아빠

평소보다 더 일찍 나갔다. 어제 일찍 잔다고 잤는데도 피곤했다. 소윤이가 잠깐 일어나서 나를 배웅했다.


“소윤아. 다시 자”


오늘은 왠지 다시 잘 듯한 얼굴이었다. 소윤이도 여전히 피곤해 보였다. 다들 며칠 동안 열심히 노느라 피곤했나 보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수요예배를 드리고 처치홈스쿨 모임을 하는 날이었다. 바빠서 자주 연락을 하지는 못했지만 고단했을 거다.


퇴근할 무렵에 아내가 슬픈 소식을 전했다.


“여보. 어디예요?”

“이제 가려고”

“소윤이가 좀 아픈가 봐요”

“아, 진짜? 열은?”

“한 38도?”

“많이 아픈가?”

“한 번 토했어요. 계속 누워 있어요”


아플 만한 이유는 많았다. 며칠 간 삼촌 가족과 노느라 힘들었을 거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기도 했다. 체력을 거의 쓰지 않고 안빈낙도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도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날씨이기도 했다. 아침에 나갈 때는 너무 추워서 깜짝 놀랐는데 한낮에는 여름 같았다. 소윤이는 감기를 피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감기 치고는 꽤 많이 아픈 듯했다. 아내를 옆에 두고 떠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아내는 소윤이 곁을 떠나기 어렵기도 하고 저녁을 준비 할 체력이 없기도 했다. 집에 올 때 돈까스를 찾아 오라고 했다. 함께 일하는 K가 갑자기 치킨도 한 마리 사 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닭과 돼지의 만남이 성사된, 풍성한 저녁 식탁이 됐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멀쩡했다. 소윤이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많이 아파 보였다. 계속 끙끙거리는 신음 소리를 냈다. 점심 때 이후로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했다. 신음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다가 잠들고 다시 깼다가 잠들기를 반복했다. 아내는 소윤이는 못 먹는데 ‘우리만 먹으려니 미안하다’고 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누구도 죽지는 않았지만). 소윤이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돈까스와 치킨을 먹었다.


두 팔 인간으로 돌아온 어제부터 바로 여러 작은 일에 복귀했다. 아이들을 씻기는 일이나 설거지 하는 일 등에. 아내는 소윤이를 돌보는 데 집중하고 난 시윤이와 서윤이를 재울 준비에 신경을 썼다. 소윤이는 우리(아내와 나) 침대에서 재우기로 했다. 아내는 소윤이가 잠들 때까지 옆에 누워 있었는데, 소윤이와 함께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소윤이는 결국 한 번 더 토했다. 물만 넘겼다고 했다. 토를 하고 나서는 조금 괜찮아진 듯 보였다. 하루 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소파로 나왔다. 표정도 그렇고 조금씩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약간 나아진 건 분명했다. 그게 일시적인 건지 아니면 진짜 나아지는 과정인 건지는 알기 어려웠다. 아내와 내가 자러 들어갈 때까지 소파에 있었다.


아내와 소윤이는 침대에 눕고 난 아이들 공부방에 혼자 누웠다. 아예 혼자 다른 방에서 자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의외로 기분이 괜찮았다. 불을 끄고 깜깜한 방에 두툼한 이불을 덮는 느낌이 생각보다 좋아서 당황스러웠다. 순간 ‘문을 잠그고 저절로 깰 때까지 늦잠을 잘까’하는 충동이 일었지만, 조용히 잠재우고 알람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