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03(목)
소윤이는 계속 아팠다. 아내도 함께 잠을 설쳤을 정도로 밤새 끙끙대는 신음 소리를 냈다고 했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했다. 다행히 더 토를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먹은 게 없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걱정이었다. 먹고 싶은 걸 물어봤더니 요거트, 딸기, 바나나, 체리를 말했다고 했다. 흡사 임산부의 바람과 비슷했다. 딸기와 체리는 구하기 어려우니 포기하고 요거트와 바나나만 대령하기로 했다.
소윤이에게 요거트와 바나나도 전달하고 점심도 먹을 겸 집에 들렀다. 소윤이는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나아진 듯했다. 일단 침대를 벗어나서 거실에 나와 소파에 있었다. 말이나 표정에도 어제보다 한결 생기가 붙어 있었다. 물론 여전히 기침도 많이 하고 기운도 없기는 했지만. 바나나 사는 걸 깜빡해서 다시 나가서 바나나를 사다 주고 일을 하러 나왔다.
저녁에 만났을 때는 소윤이가 더 멀쩡했다.
“소윤아. 괜찮아?”
“네. 완전히 괜찮아여”
내일 고모네 집에 가는 일정에 혹시라도 차질이 생길까 봐 애써 회복된 ‘척’을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소윤이의 모습을 보면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여전히 코가 가득 찬 목소리였고 기침도 많이 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힘든 게 좀 사라졌나 보다. 먹는 것도 잘 먹었다. 아까 사다 준 요거트와 바나나도 잘 먹었고 저녁이었던 수육도 잘 먹었다. 약도 안 먹고 하루 만에 끝나는 국면인 듯해서 다행이었다. 다만 시윤이와 서윤이에게서 비슷한 증상이 보였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콧물도 나고 기침도 하는 게 이어서 아플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아내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갔다 왔다. 원래 매주 목요일마다 온라인으로 영어 공부 모임이 있는데 계속 일이 있거나 피로가 넘칠 듯이 차서 제대로 참석을 못했다. 오랜만에 집중해서 참여를 해야겠다면서 카페로 갔다.
혼자 남는 시간(물론 아이들이 방에서 자고 있기는 하지만)은 언제나 고도의 집중과 효율의 극대화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막상 마주하면 고도의 게으름과 비효율의 극대화로 실현되곤 한다. 언제나 그렇듯 소파가 모든 일의 원흉이다. 일단 소파에 앉거나 누우면 다시 탈출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스스로 그토록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다. 아내가 돌아올 무렵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집중력을 정비한다.
다행히 소윤이의 기침 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았다. 신음 소리도 안 들렸고. 그러고 보니 어제는 엄마 옆을 떠나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 침대에 눕혔는데, 오늘은 자기 자리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