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 뻐근한 목덜미

22.11.18(금)

by 어깨아빠

아침에 꽤 늦게까지 잤는데 목덜미가 뻐근했다. 두통도 심했다. 긴장 때문에 몸 안에 숨어있던 피로가 한 번에 터져 나와서 그런가 싶었다. 엄청 아픈 건 아닌데 굉장히 존재감이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몸이 안 좋을 때 나타나는 두통하고는 느낌이 달랐다. 아침을 먹고 나서 아내는 나를 눕혀 놓고 안마를 해 줬다. 꽤 오랫동안 했다. 평소 아내의 평균 안마 시간이 한 3분 정도인데 오늘은 15분은 한 거 같다. 엄청 시원했다. 전문적인 느낌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내 몸이 워낙 안 좋은 상태여서 그랬나 손이 닿는 곳마다 아프고 시원했다. 약도 하나 먹긴 했다.


아내는 몸이 안 좋으니 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쉬어도 좋다고 했지만 내가 답답했다. 집에서 쉬든 밖에 나가든 몸 상태는 비슷할 거 같았다. 오히려 밖에 나가서 움직여야 나을 것 같기도 했다.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었고. 목적지는 서로의 의견을 모아서 정했다. 일단 나는 의견이 없었다. 어디를 가든 상관이 없었다. 아내는 시내의 빵 가게를 들르자고 했다. 일단 동선에 포함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디선가 얻은 지역 지도에 나와 있는 어느 놀이터에 가 보자고 했다. 거기도 포함했다. 어제 먹기로 했다가 못 먹은 아이스크림도 먹으러 가기로 했다. K의 첫째에게 미안했지만, K의 첫째는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따위는 비교도 안 되는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아이스크림부터 먹었다. 서윤이는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잠들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움직이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윤이의 자는 시간과 치환하기에는 뭔가 아까운 행동이었다. 그냥 이동하는 동안 먹으라고 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 움직이는 차 안에서는 뭘 먹지 못하게 한다. 허용되는 사유는 주로 하나다. 아내나 내가 아쉬울 때. 그 다음은 빵 가게였다. 무척 피곤했다. 빵을 사러 간 아내를 기다리면서 잤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증언에 의하면 코까지 골았다고 했다. 다음 목적지인 놀이터에 갈 때는 아내가 운전을 했고, 난 다시 바로 잠들었다.


다행히도 두통은 점점 사라졌다. 몸과 마음을 억누르던 기묘한 불쾌한 기분도 점점 걷혔다. 놀이터는 처음 가 보는 곳이었는데 나름 이색적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좋아할 만한 게 많았다. 트램펄린도 있고 짚라인도 있고 아주 높은 미끄럼틀도 있었다. 서윤이는 빵만 먹었다. 트램펄린은 무서워서 들어가지도 못했다. 아내 옆에 딱 붙어서 계속 빵만 먹었다. 덕분에 좀 편했던 거 같기도 하다. 돈을 내고 타는 아주 작은 기차도 있었다. 한 사람에 천원 밖에 안 한다고 하길래 탔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이천 원만 했어도 만족도가 급감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름 레일 위를 달리는 거라 진짜 기차 느낌이 났다. 쇼핑몰 같은 곳에서 타는 맨바닥을 바퀴로 달리는 기차하고는 달랐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도 아주 만족했다. 겨울치고는 날씨가 따뜻한 거지 춥지 않은 건 아니었다. 특히 해가 지기 시작하면 급격히 쌀쌀해진다. 한 시간 정도 놀고 나왔다.


아내는 교회에 가야 했다. 우리 모두 교회에 가야 했지만 아내는 특송 연습을 하러 한 시간 일찍 가야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했다. 게다가 집에도 들러야 했다. 아내가 특송을 생각하지 못하고 너무 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와서 갈아입어야 했다. 교회 바로 앞에 있는 중국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따로 점심을 안 먹어서 그랬는지 다들 참 잘 먹었다.


교회 근처에서 먹으니 시간이 빠듯해도 여유가 있었다. 아내는 무사히 늦지 않게 갔다. 예배를 다 드리고 집에 오니 열한 시였다. 특별 집회가 있어서 평소보다 예배가 조금 길었는데 막상 예배를 드릴 때는 그렇게 늦은 줄 몰랐다. 집에 와서 시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다소 절망스럽기도 했다. 오늘 하루가 한 시간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에. 그래도 다시 희망을 가졌다. 아내 말마따나 오늘이 토요일 같았는데 아직도 금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