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정을 위한 치열한 육아

22.11.20(주일)

by 어깨아빠


교회에서 가족 특송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교회에 가기 전에도 두 번 정도 연습을 했다. 아내가 가장 잘 부른다. 난 어른이니 음을 정확히 맞추는데 의의가 있고, 소윤이는 다소 지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법 음정과 박자를 잘 맞춘다. 시윤이는 누나만큼은 아니어도 박자에 맞춰 따라 부르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하다. 소윤이든 시윤이든 노력이 기특하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고. 서윤이는 참여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함께 어른 예배를 드렸다. 특송 순서가 돼서 예배당 앞으로 나갔다. 연습한 대로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찬양을 불렀다. 마이크는 나와 아내가 들었고 특별히 아이들 목소리가 더 잘 나가도록 노력하지는 않았다. 눈을 뜨고 부르면 시선처리도 어렵고 괜히 더 긴장이 될 거 같아서 눈을 감고 불렀다(난 어디 나가서 노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시윤이 목소리가 안 들렸다. 소윤이 목소리는 연습 때처럼 잘 들렸는데 시윤이는 아마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듯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가사를 잊어서 조금 못 부른 것 말고는 큰 실수 없이 마쳤다(아, 실수는 내가 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서윤이는 앞에서 막 춤을 췄다고 하던데 어떤 몸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반응은 이랬다. 아내에게는 주로 ‘찬양 잘 하던데요?’, 서윤이에게는 ‘아이고, 귀여워라. 어쩜 그렇게 춤을 춰’, 나에게는 ‘찬양 좋았어요’. 언제 어디서나 청중과 소비자는 냉정하다.


오늘도 오후 예배가 없었다. 점심으로 소불고기가 나와서 어디 잔칫집에 간 것처럼 거나하게 먹고 잠시 쉬다가 나왔다. 몸이 카페인을 원하는 건지 뇌가 카페인을 원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나도 아내도. 지난 주에 갔던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씩 샀다. 소윤이는 집에 가면 우노를 하자고 했다. 시윤이는 블록을 꺼내 달라고 했다. 둘 다 금요일에도 얘기를 했던 것들이었다. 금요일에는 나가느라 못했다. 오늘은 집에 오면 특별한 일정이 없었으니 아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막상 집에 도착하니 카페인도 무용지물이었다. 엄청 졸렸다. 잠깐 소파에 앉아 있다가 바닥에 누웠다. 자려고 마음을 먹고 누운 거였다. 금세 눈이 감겼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30분이었나, 한 시간이었나, 아니면 그것보다 훨씬 짧았나. 아무튼 피로가 꽤 풀렸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직도 우노와 블록을 못하고 있었다. 바로 블록과 우노를 꺼냈다. 시윤이는 서윤이와 함께 블록을 가지고 놀았고 소윤이는 나와 우노를 했다. 몇 판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계속 했다. 소윤이가 또 하자고 하면 계속 했다. 열 판은 넘게 했나 보다. 여러 번 졌다. 정신만 쌩쌩하면 소윤이와 보드게임 하는 게 제법 흥미롭다. 루미큐브도 했다. 졌다. 고도의 집중을 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봐 준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나니 금세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아내는 특별한 계획이 없고 그냥 볶음밥을 해 줄 생각이라고 했다. 아내와 나도 먹기에는 밥이 약간 부족해 보였다. 그냥 반찬을 두고 먹는 거라면 충분한 양이었지만, 볶음밥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어도 항상 다 먹었고, 오히려 부족할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볶음밥을 주고 아내와 나는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내는 저녁에 기도회를 간다고 했다. 난 안 가기로 진작에 마음을 먹었고, 우리 집 대표로 아내를 보냈다. 아내가 나가기 전에 아이들은 잘 준비를 모두 마쳤다. 아내가 나가고 나서 책을 한 권 읽었다. 시윤이의 사주를 받은 서윤이가 골라 온 책이었는데 그렇게 긴 책이라는 걸 잠시 깜빡했다. 그래도 끝까지 다 읽었다.


“아빠아. 똥 따떠여엉”


수고로운 책 읽기의 보상은 사랑하는 막내 딸의 향기로운 똥이었다. 이 짓 아니 일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할 때도 많은 아내를 생각하며 서윤이에게 다정하게 대했다. 많이도 쌌다. 일단 서윤이부터 씻기고 새 팬티를 입혀서 다시 방으로 들여보냈다. 정수기와 청소기, 식기세척기에 버금가는 만족도를 자랑하는 ‘화장실 청소용 고압 호스’로 팬티에 짓이겨진 똥을 털어냈다.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인상은 찌푸려졌다. 혹시라도 파편이 나에게 튈까 봐 세밀하게 고압 조절 레버를 돌렸다. 그 후로는 평안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