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3(수)
교회에서 일을 하며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렸다. 수요일이라 아내와 아이들도 예배를 드리러 올 예정이었다. 오늘도 시간에 맞춰 오지는 않았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바쁘게 준비를 하고 있거나 준비조차 못하고 허덕이고 있거나. 먼저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10여 분 지나니 아내와 아이들이 왔다.
시윤이는 그저께와 어제 때아닌 모기의 습격을 받았다. 모기 한 마리가 어딘가에 숨어서 시윤이의 피를 빨았나 보다. 그저께 물렸을 때 베란다에서 모기 한 마리를 잡았는데 피가 나오지는 않았다. 경각심을 가지고 더 자세히 찾아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더니 어제 아주 제대로 물렸다. 두 눈두덩을 비롯해서 곳곳에 수도 없이 많이 물렸다. 아침에 시윤이가 자는 1층 벽에서 찾아냈다. 휴지로 꾹 누르니 찐득한 피가 나왔다.
점심도 교회에서 같이 먹었다. 아내가 어제 자기 전에 점심을 뭘 준비할지 고민하길래 그냥 간단히 하라고 했다. 안 그래도 바쁜 아침에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준비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아니, 가능하려면 아내의 혼과 영을 갈아서 넣어야 했다. 아내가 준비한 오늘의 점심은 참치김치볶음 덮밥이었다. 거기에 계란 프라이와 김자반까지 얹어서. 이 정도면 훌륭하다.
점심만 먹고 부지런히 나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소윤이 테스트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처치홈스쿨 교재를 적정한 가격에 구입하려면 회원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 중에 하나였다. 그동안 성실하게 과정을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라고나 할까. 강변 근처라 테스트를 보는 동안 아내는 강변에 나가서 기다렸다고 했다. K의 아내와 자녀들도 함께 가서 소윤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즐겁게 놀았다고 했다.
소윤이도 테스트를 즐겁게 봤다고 했다. 말이 테스트지 보통 생각하는 ‘시험’의 개념이 아니긴 하지만, 어떤 형식이든 그간의 무언가를 평가받는 느낌이니 나름 긴장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침에 아내에게 ‘아주 사소한 테스트지만 그래도 정성껏 성실하게 임하도록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소윤이는 ‘생각보다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아내가 별 거 아닌 일에 ‘혹시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으로 긴장했다고 했다. 부모의 마음이란. 자녀의 모습이 꼭 ‘부모로서 나의 모습’처럼 이입이 되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내와 아이들을 시내에서 다시 만났다. 함께 일하는 K의 남편도 있었으니 두 가족이 모이게 됐다. 모처럼 밖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두 가족이어도 열 명이다 보니 웬만하면 집에서 먹었다. 오랜만의 공동 외식이었는데 역시나 정신이 없었다. 아내들은 하루 종일 굉장히 지쳐 있었는데 남편들을 만나서 기운을 좀 차렸다. K와 나는 아이들을 만나서 특별히 더 피곤하고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다만 집에 오니 피로가 쏟아졌다.
막내 서윤이를 챙기려고 일부러 서윤이 옆에 앉았는데 오히려 서윤이가 더 얌전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덜어주고 너무 시끄럽지 않게 자제시키는 일이 훨씬 더 번거로웠다. 그걸 아내가 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내는 엄청 맛있다고 하면서 아주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평소에는 정신이 없으면 잘 먹지도 못하는데, 신기했다. 생존본능인가.
저녁에 아내의 성경공부가 있어서 시간이 빠듯했다. 밥만 먹고 서둘러 집으로 왔다. 아내는 곧바로 교회로 갔다.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 보고 있어서 그랬는지 밤 공기가 너무 상쾌하게 느껴졌다. 밤 산책을 한 바퀴라도 돌고 올까 싶었다. 마음 속으로 1분 정도 고민했는데 밤 공기에 마비됐던 피로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냥 얼른 들어가기로 했다.
역시나. 소윤이와 시윤이가 씻는 동안 바닥에 누워서 잠들었다. 서윤이를 미리 씻겨서 소윤이와 시윤이가 씻는 걸 기다렸는데 소윤이가
“아빠. 이제 우리 다 씻었어여”
라고 깨울 때까지 잤다. 소윤이가 깨우고 나서도 한참 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이제 조금 더 추워지면 밤에 산책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러니 지금 부지런히 나가야 하는데 이 놈의 몸뚱어리가 전혀 따라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