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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Mar 17. 2024

공든 탑과 다짐의 공통점

23.09.14(목)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아이들에게 짜증 내지 말아야지’


사실 이런 생각은 늘 한다. 다만 오늘은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주차를 하고 나서도 차에 잠시 머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요즘 몸이 힘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아이들을 향해 감정을 배설하게 된다. 사실 아이들도 힘들 텐데. 그러니까 서로 자꾸 다투기도 하고, 빡빡해지고 그러는 것일 텐데. 나까지 거기에 합류해서 세상 자비 없는 아빠처럼 화를 내기도 한다.


‘오늘은 그러지 말아야지’


몇 번을 다짐하고 기도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계획은 어기라고 있는 거고, 다짐은 무너지라고 있는 거라고, 세계의 모든 이치를 통달한 고대의 어느 철학자가 말했을 것 같다. 때로는 나도 모르게, 때로는 이미 인식했지만 멈출 수 없는 상태로 여러 감정을 아이들을 향해 쏟아냈다. 피곤한 육체의 반응을 미처 제어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절정은 서윤이였다.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칭얼거리고 울면서 떼를 썼다. 별 내용은 없었다. 엄마 옆에 가서 자고 싶다거나 문을 조금만 더 열어 달라거나. 몸과 마음의 여력이 많이 남았을 때는 마냥 귀엽게 받아줬을 만한 거였는데 오늘은 참으로 야박하고 엄격했다. 심하게 보태서 말하자면, 어디 풀 데 없는 내적 스트레스를 아이들을 향해 푸는 느낌이랄까. 한참 지나서 고요하게 잠든 서윤이를 보고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중 가장 진한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잘 때 서윤이 옆에 누웠다. 나의 기척에 잠에서 살짝 깬 서윤이가 나를 확인하고는 내 목에 팔을 감았다. 다 감기지도 않는 가녀린 팔을.


“서윤아. 사랑해”

“네에. 아빠 사랑해여”

“아빠 서윤이 옆에서 잘까? 안방으로 갈까?”

“저 옆에서 자여”


셋을 기르고 점점 강하게 드는 확신이 있다. 아마도 이 아이들이 장성하여 성인이 되고 나면, 그때나 되어서야 부모로서 어느 정도 완숙미를 갖추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그럼 손주가 태어나겠지.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잘 해 주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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