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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Mar 25. 2024

명절은 가족과 함께

23.09.27(수)

짐은 어제 모두 차에 실었다. 애들 옷도 잠옷 대신 오늘 입어야 할 옷을 미리 입혀서 재웠고. 덕분에 출발이 많이 지연되지 않았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았다. 워낙 이른 시간이었으니 아이들은 가면서 잘 줄 알았는데, 서윤이만 자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자지 않았다. 엄청 시끄럽고 신나게 떠들면서 갔다. 명절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비게이션에서 예측한 시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시간에, 전혀 막히지 않고 도착했다. (내) 엄마는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었다. 엄마가 차려 준, 반찬이 즐비한 풍성한 식탁에 앉아서. 아내는 점심을 먹고 얼마 안 돼서 곧장 방에 들어가 누웠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온 만큼 혹시나 무리가 될까 싶어서 얼른 누우라고 재촉했다.


소윤이는 수시로 피아노를 쳤다. 아직 집에 피아노가 없다 보니 교회에 갔을 때만 틈틈이 치곤 했는데 마음대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게 좋았나 보다. 다만, 아직 완곡을 치거나 수준급의 연주를 하는 건 아니라서 같은 노래의 같은 부분을 계속 반복해서 쳤다. 그것도 한 번에 쭉 앉아서 치는 게 아니라 막 놀다가 잠깐 와서 치고, 다시 놀다가 잠깐 와서 치고 이런 식이었다. 강조되고 반복되는 소리는 강아지는 물론이고 사람도 듣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작은 국지전을 수시로 벌이기는 했지만 적당히 말로 지도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잠깐 쉬다가 다시 차를 타고 나왔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뵈러 가기로 했다. 엄마는 일을 가야 해서 함께 못 갔고, 아빠만 함께 갔다. 아빠는 퇴근하고 곧장 할아버지 댁으로 가셨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나마 소윤이와 시윤이는 할아버지의 질문에 모기만한 목소리로라도 대답을 했지만 서윤이는 계속 내 품을 파고들며 입을 꾹 다물었다. 진짜 부끄러운 것 같기도 하고 괜히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


할아버지 댁에서는 잠깐 앉아 있다가 할아버지에게 기도만 받고 금방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이 많이 막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시간 이상 걸리기는 했다. 나나 아이들은 괜찮은데 아내가 걱정이었다. 소윤이 때는 12주 되기 전에는 거동을 지극히 삼가고 장거리 이동은 아예 엄두도 안 냈는데. 집에 도착해서 잠시 쉬려고 했는데 어느새 또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아이들 화장실만 갔다가 바로 다시 나왔다.


엄마와 아빠는 갈비를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아내는 고기를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평소에도 고기를 향한 욕구가 별로 없는 사람인데 입덧까지 더해지니 아예 욕구가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고기 상상’만으로도 입덧이 심해진다고도 했다. 희한한 건 구운 고기나 튀긴 고기를 향해서만 그렇다는 거다. 평소에 좋아하던 전골 형식의 고기는 또 잘 먹는다. 덕분에 오늘도 저녁 메뉴를 바꿨다. 버섯불고기전골을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찬스를 이용해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었다.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씻고 바로 누웠다. 요즘 집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너무 많은 활동과 이동이 있었던 하루였다. 충분한 휴식으로 보전하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이었다.


아이들도 조금 일찍 재웠다. 집에서 자는 것과 비교하면 물론 엄청 늦은 시간이었지만, 보통 할머니 집에 왔을 때를 생각하면 이른 시간이었다.


“너희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랫동안 차를 탔으니까 엄청 피곤할 거야. 아직 명절 연휴가 많이 남았으니까 저번처럼 아프다가 가지 않으려면 너무 늦게 자면 안 돼”


오늘은 사촌 동생(내 조카)도 함께 잔 덕분에 고모(내 동생)가 함께 누웠다. 할머니가 아니라 고모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피곤해서 그랬을까. 누운 지 얼마 안 돼서 다들 잠들었다.


아내는 진작에 잠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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