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06(금)
어제 숙주(?)의 생일을 배려해 잠시 약화됐던 아내의 두통은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저께 극심할 때 만큼은 아니어도 정상적인 일상을 충분히 방해할 만큼은 되는 듯했다. 잔잔하지만 하루 종일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랄까(나도 추정할 뿐이지만).
오늘은 철야예배에 가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쉬고 싶었다. 나나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까지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모두를 향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도 모자랄 판에 나도 모르게 또 힘겨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내의 두통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뒤에 그랬기 때문에 아내의 입장에서는 괜히 더 서운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 건 아니었지만, 극도로 지치고 힘들다는 걸 표를 냈기 때문에 아내나 아이들이나 적잖이 신경이 쓰였을 거다.
“얘들아. 내일 주말이네? 내일 또 아빠랑 재밌게 놀자. 알았지?”
아이들을 눕히고 나서 집에서 나왔다. 카페로 향했다. 평소에 일을 할 때도 카페에 있을 때가 많아서 육아퇴근 후에 카페를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오랜만에 밤 시간을 보내러 동네에서 그나마 가장 늦게까지 문을 여는 카페(스타벅스)로 갔다. 2시간 남짓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밀린 일기도 쓰고 무의미한 웹서핑도 하면서 시간도 보내고, 바보같이 힘든 티를 낸 조금 전의 어리석음에 대해 반성도 했다. 바다를 보며 (밤이라 깜깜했지만) 바다의 내음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조금 환기가 됐다.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아내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듯했다. 며칠 전만큼은 아니어도 두통이 꽤 심한 듯했다. 역시나 비염도 엄청 심했고. 속에서는 윤이가 난리고(입덧), 겉에서는 코와 머리가 아프고. 아내도 얼마나 괴로울까 싶었다. 아내와 보내던 작고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매일 깨닫고 있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어디를 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