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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Apr 04. 2024

나가자, 운동장으로

23.10.07(토)

요즘 토요일의 일과가 늘 비슷하다. 축구를 하고 오면 아내와 아이들이 늦은 아침을 먹고 있고, 나도 씻고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그러고 나면 주방을 치우고,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렵거나 미루기 어려운 집안일을 일단 처리한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어디를 갈 지 고민도 한다. 결정이 되면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눈을 붙인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내가 깨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린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고맙고 다행인 건, 아이들이 매번 새롭고 강력한 자극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대체로 비슷하다. 시윤이는 축구와 야구, 소윤이는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서윤이는 킥보드를 타는 것이면 충분히 만족한다. 자주 가는 집 근처의 대학교 운동장은 지겨우니까 오늘은 조금 멀리(차로 30분) 가기로 했다. 오늘은 아내가 함께 갈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함께 가지는 못했다. 역시나 두통 때문이었다. 대신 아내는 필요한 짐을 챙기며 후방에서 지원을 했다. 차에 짐을 잔뜩 실었다.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킥보드, 각종 공, 거기에 간식으로 먹을 과일과 물, 빵까지.


강변에 있는 축구장이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트랙도 있는 곳이었다. 집 근처 대학교 운동장과 비교하면 사방이 뻥 뚫려 있어서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훨씬 강해서 좋았다. 마음이 시원해졌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이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오늘도 시윤이는 축구에 열심이었다. 지난번에는 자전거만 탔던 소윤이가 오늘은 인라인스케이트를 한참 탔다. 시윤이와 축구를 하려면 아무래도 시윤이에게만 집중해야 하는데, 그때 소윤이가 서윤이를 잘 챙겨줬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서도 킥보드를 타는 서윤이를 데리고 다니고 챙겨줬다. 서윤이도 언니가 있으니 굳이 나를 찾지도 않았고. 소윤이 없었으면 바깥에 나오는 게 훨씬 어려웠을 거고, 더 엄두를 못 냈을 거다.


4시간 가까이 놀았다. 아이들은 그렇게 놀고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마지막까지 시간을 꽉꽉 채우려고 애를 썼다. 아이들도 나도 재밌게 놀아서 만족스러웠다. 조금 귀찮더라도 학교 운동장보다는 여기로 나오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내까지 함께하는 날이 온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테고. 아내는 집에서 저녁을 만들어 놓고 기다렸다.


일주일 내내 (이번 주는 연휴가 있어서 아니었지만) 제대로 나가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토요일이 해방 같은 날이 되길 바라고 있다. 꺼내지 못하고 묵혀둔 온갖 에너지와 감정들을 마음껏 뿜어내길 바라고. 특히 발산한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차이가 유독 뚜렷해지고 있는 시윤이에게, 토요일이 행복한 날이 되길 바라고 토요일로 인해 다음 한 주가 조금 수월해지길 바라고.


오늘은 세차를 못했다. 월요일이 휴일이라 내일 할 생각이기도 했지만 월요일이 휴일이 아니었더라도 오늘은 못했을 거다. 축구도 즐거웠고, 아이들과 논 것도 즐거웠지만 즐겁다고 피곤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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