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파주 출퇴근

19.04.09(화)

by 어깨아빠

출근할 때, 아내랑 시윤이만 깨고 소윤이는 자고 있었다. 삼송역에서 막 지하철을 탔을 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여보세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말이 없었다. 전화가 끊어졌고 곧바로 다시 걸려왔다.


"여보"

"어"

"소윤이가 일어나자마자 아빠 찾더니 출근했다고 하니까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엄청 서럽게 울었어"

"그랬어? 소윤아"


소윤이는 대답이 없었다.


"아빠"

"어"

"이따 전화할게여"

"그래"


서럽게 울었다는 건 상관없고, 날 찾으며 울었다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시윤이도 거실에 나오자마자 나한테 와서 안겼다.


"시윤아, 잘 잤어?"

"네에"


처치홈스쿨 하는 날은 이렇게 아침에 보면 오후까지 연락하기 힘들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시윤이 이제 잠]

[헉]


지금은 예비학교 기간이라 낮잠 시간이 없어서 시윤이 낮잠 재울 틈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다 끝나고 재우는데, 너무 늦다. 낮잠이 1시간 늦어지면 밤잠도 1시간만 늦어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낮의 1시간은 밤의 3시간으로 치환된다.(체감상)


아내는 또 [윌]에 갔다고 했다.


"애증의 밀크티를 마시고 있어"


그래. 그놈의 밀크티. 오늘은 꼭 마시고 와. 가방에 넣지 말고.


그러고 나서 또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난 합정으로 가려고"

"합정? 갑자기 웬 합정?"

"그냥. 여보도 거기로 와"

"합정에 가서 뭐하게?"

"글쎄. 계획은 없어"

"그런데 뭐하러 합정을 가?"

"아니. 그냥 집으로 가면 여보가 내심 서운하다길래"

"아니, 그건 그냥 그렇게 쓴 거지. 상관없어. 나 신경 쓰지 마"


이때 소윤이가 끼어들었다.


"아빠. 지금 뭐 하고 있어여?"

"아빠? 지금 일 하고 있지"

"나 지금 가면 택배 포장하는 거 할 수 있어여?"

"그렇긴 한데, 엄마가 합정에 간다는데?"

"합정이 어딘데여?"

"어. 아무튼 아빠 일하는 곳은 아니야"


아마 소윤이는 합정에 간다는 걸, 내 사무실에 간다는 걸로 잘못 이해했나 보다. 아내가 소윤이에게 물었다.


"소윤아. 아빠 사무실에 가고 싶어?"

"네"

"그래, 그럼 아빠한테 가자. 여보 갈게"


그렇게 아내와 아이들은 또 파주행. 아내는 사무실 근처의 모처(아내의 사촌언니-항렬상 언니지만 꽤 차이가 남-가 관리하시는 북카페)에 있다가 퇴근할 무렵 사무실로 왔다.


"소윤이가 계속 여보 보고 싶어 했어"


아내의 이 말 한마디가 남은 하루를 행복하게 했다. 계속 생각났다.


'소윤이가 그렇게 날 보고 싶어 했단 말이지'


지난 주말에 파주에서 애들 구워주고 남은 고기를 싸왔었다. 호주산 척아이롤과 국내산 안심(?). 애들한테는 한우를 주고, 난 호주산을 먹었다.(아내가 그렇게 줬지만, 내가 분배했어도 그렇게 했을 거다) 시윤이는 고기만 먼저 집어 먹었고, 소윤이는 영 지지부진했다. 내 몫을 다 먹고 남은 소윤이 고기를 한 점 집어 먹었는데, 맙소사. 이게 한우구나. 새삼 느꼈다. 호주산 척아이롤 하고는 차원이 다르구나.


"여보. 대박. 여보도 얼른 먹어봐"


아내에게도 먹여줬다. 호주산이 적당히 쫄깃한 젤리라면 한우는 머시멜로랄까. 아니, 같은 소인데 왜 한국에서 자란 것들이 더 맛있는지 당최 모르겠단 말이야. 그 맛있는 고기를 앞에 두고도 소윤이는 불성실한 식사 태도를 보였다. 결국 정해진 시간 안에 식사를 끝내지 못했다.(시간은 둘째 문제였다. 본질은 성실과 감사가 상실된 태도였다)


"소윤아. 이리 와"

"아아아아아아아"

"얼른 와. 아빠가 뭐라고 했지. 잘못한 것보다 더 나쁜 건, 잘못한 걸 인정하지 않는 거라고 했지"


소윤이는 순순히 내 앞에 섰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해준 뒤 5분 동안 벽을 보고 서게 했다. 소윤이의 반응에 대한 느낌은 그때그때 다른데, 오늘은 자기도 인정하는 눈치였다. 훈육이 끝나고 바로 제 기분을 찾는 걸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아내는 매우 지친 상태였다. 기민함이 없었다.


"소윤아 이리 와"

"시윤아 이리 와"


심지어 입술에도 민첩함이 사라졌다.


"소윤아, 시윤아 오늘은 아빠랑 잘까?"

"아. 싫어여. 엄마랑"


안 먹힐 걸 알면서도 괜히 한 번 던져봤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혹시나 하고.


'여보. 괜찮아'


아내가 입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오늘도 왠지, 아내가 가장 먼저 잠들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확실한 느낌이랄까.


"소윤아, 시윤아 잘 자. 빠이빠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헬스장에 갔다. 운동을 마치고 카페에 가서 일기도 쓰고. 아내는 카톡에 답이 없었다. 집에 와서 보니 역시 소윤이와 시윤이 사이에서 자고 있었다.


오늘은 안 깨워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