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10(수)
출근할 때,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파주에 갔다. 아내가 내일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오늘 가서 하루 자고 오겠다고 했다. 그 김에 파마도 하고. 나 홀로 집에 와서 자기로 했다. 오늘은 수요일, 축구의 날이니까.
아내는 아이들 없이 자유롭게 파마를 했다. 아마 파마 그 이상의 시간이었으려나. 그래도 딴짓 안 하고 딱 머리만 하고 바로 집에 간 걸 보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나 보다.
어쩌다 보니 장인어른, 장모님, 같이 일하는 형, 그 형의 아내(아내의 절친 언니), 그 형의 장모님(장모님의 절친, 통칭 권사님)과 다 함께 저녁을 먹게 됐다. 내 차는 아내가 가지고 가서 함께 일하는 형의 차를 타고 처갓댁으로 가고 있는데, 시윤이가 장모님과 권사님과 함께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내려서 합류했다. 장인어른과 소윤이는 장인어른과 함께 먼저 식당에 가 있었다.
왕복 4차선 넓이쯤 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쪽 편에는 나와 시윤이, 장모님, 권사님이 서 있었고, 저쪽 편에는 장인어른과 소윤이, 아내가 서 있었다. 할아버지를 발견한 시윤이가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흥분했다.
"하버. 하버. 하버. 하버"
1초라도 빨리 할아버지에게 도달해야 한다는 듯, 바삐 움직였다. 누가 보면 몇 달만에 만난 줄 알겠네. 할아버지를 향한 각별한 사랑이 너무 큰 나머지, 요즘은 처음 보는 분들에게도 "하버. 하버" 하면서 애정을 표현한다. 감사하게도 대부분 기쁘게 받아 주신다.
애들 넷(5살 2명, 4살 1명, 3살 1명)을 포함해 총 12명이 식사를 하니, 여간 정신없는 게 아니었다. 소윤이는 자기에 비하면 거의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친구를 보며, 억눌렀던 욕망이 꿈틀대는지 평소보다 들떠 있었다. 친구는 하는데 자기는 못 하는 상황에 풀이 죽기도 했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양 옆에 소윤이와 시윤이가 앉아서 더더욱 정신없는 식사시간이었다. 역시 이럴 때는 돈까스가 최고다. 처음에 잘라 놓는 게 좀 귀찮아서 그렇지, 애들 먹이면서도 얼마든지 휙휙 집어 먹을 수 있다.
"아빠는 이제 가여?"
"어. 아빠는 축구하러 가야 돼"
"아빠. 가지 마여"
"소윤아. 아빠 안 가도 어차피 아빠랑 조금밖에 못 놀아"
"시윤아, 아빠 이제 갈 게. 빠이빠이"
"뻥?"
"어. 아빠 축구하러 가"
소윤이 때 경험했는데도 재밌고 새롭다. 말만 못 하지 다 알아듣고 소통이 되는 이 시기가.
밥 먹고 잠깐 카페에 들렀을 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확히는 바로 축구장으로 갔다.
열심히 축구하고 집에 왔는데, 할 일이 많았다. 치워야 할 것도 많고, 설거지도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도 버려야 했고. 시간이 없었다. 아니, 시간은 있었지. 축구하고 와서 그런 격무(?)를 할 수가 없었다. 재활용 쓰레기는 버렸지만 집 치우기와 설거지는 미뤘다.
'내일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알고 있었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축구 끝나고 휴대폰을 봤더니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있었다. 장모님이었다. 아마 소윤이었을 거다.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소윤이 목소리 들었으면 좋았을 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