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14(주일)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여보. 비 와도 축구해?"
"하긴 하더라. 오후에는 그친다던데"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오후 세 시 이후로는 강수확률이 20%였다.
'아싸'
시윤이는 웬일인지 또 예배 시작할 때 잠들어서, 밥 먹을 때까지 깨지 않았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밥 먹고 나서는 이별이었다. 예배를 드리고 나오니 비는 그치고, 해가 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정확하다.
아내는 해나(아내 친구)를 만나러 갈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12시 30분쯤 헤어져서 아무리 빨라도 7시30분은 넘어야 만나게 된다. 오늘처럼 누구라도 만나면 좀 다행이고, 해나네 집이 파주니까 만나고 나면 처가댁에 갈 테니, 독박 육아의 한 가운데로 떠민 죄책감을 좀 덜 수 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갈 게. 이따 만나자"
"아빠. 이따 만나여"
"아빠. 빼이"
"여보. 갈 게. 연락해"
"응. 잘 갔다 와"
그야 말로 짧은 만남 긴 이별이다.
교회 모임을 마치고 축구장으로 가려는데, 차가 없으니 택시를 타려다가 버스가 있길래 버스를 탔다. 하나도 번거롭지 않았다. 몇 번을 갈아탄다고 해도, 즐거이 갈 수 있다.
축구장에 도착했을 쯤,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여보. 어디야?"
"나 축구장에 방금 왔어"
"뭐 타고? 택시?"
"아니. 버스. 버스도 있길래"
"많이 안 기다렸어?"
"어. 금방 왔어. 여보는?"
"난 이제 해나네서 엄마네 집 가려고"
"애들은 괜찮았어?"
"어. 괜찮았지"
축구를 다 마치고 집에 왔을 때도 아내와 애들은 없었다. 샤워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어디야?"
"나 집"
"우린 이제 출발 하려고"
"그래 알았어"
그러고도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아내랑 애들이 돌아왔다. 시윤이는 아내에게 안겨 잠든 상태였고, 소윤이는 생기발랄하게. 떨어져 있을 때는 장모님 휴대폰으로 엄청 달달한 음성메시지 보내고 그러더니, 또 막상 만나면 튕기기는 엄청 튕긴다.
소윤이는 매우 쌩쌩했지만, 낮잠도 안 자고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금방 잠들 게 분명했다. 아내가 데리고 들어가서 10여분만에 재우고 나왔다.
주말에 돌입하기 전, 아내도 나도 각자 나름대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재정비해서 그런지 꽤 모범적(?)인 주말 육아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오늘 하루를 복기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아내의 결론은 이랬다.
"여보.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 그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먼저 튀어 나오고 제대로 소통이 안 되니까. 소윤이는 기질적으로 순종이 어려운 아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순종 안 하는 모습에도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그래. 조심. 애들한테는 조심하기가 쉽지 않지. 그 조심이란 게, 애들 마음 상하지 않게 조심한다기 보다는 여과 없이 감정을 쏟아내거나 차분함을 상실하는 스스로를 조심한다는 뜻이다.
분명히 또 망각하고 부족한 부모의 민낯을 드러내겠지만, 그래도 자꾸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 한다.
아무튼 이번 주말은 나름 즐겁고 의미있게 보낸 것 같아서 매우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