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22(월)
민방위 교육이었다. 9시부터 1시 30분까지. 예비군 제도도 심한 예산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민방위는 더더욱 그렇다. 뭐 덕분에 월요일 아침을 보다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으니 나쁠 건 없지만.
4시간여의 피로 해소 시간을 마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어디야?"
"어. 나 지금 남옥 언니랑 나가려고"
"아. 그래?"
"여보는? 끝났어?"
"어. 동네에서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했는데 안 되겠네"
"여보. 그럼 나 남옥 언니랑 큐커피 갈 건데 그리로 올래요?"
"그럴까?"
소윤이랑 시윤이는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시간에 아빠를 만나니 유독 더 반가워했다.(라고 나만의 해석을) 낮에는 20도가 넘어갈 정도로 날이 따뜻, 아니 더워졌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양 볼이 벌겋게 달아 올라서는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미모 급감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여보. 낮에 이렇게 나오니까 좋다"
"그치? 역시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일을 해야 돼"
일하다가 처자식 보고 싶으면 잠깐 나와서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사람 사는 게 그런 맛이 있어야지. 잠깐이었지만 (먹고 살만 한) 프리랜서의 삶을 경험하니 좋았다. 예산 낭비긴 해도 덕분에 질 높은 삶도 살아 보고, 민방위 교육 좋네.
40여분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회사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아내랑 아이들도 집에 간다며 자리를 정리했다. 시윤이는 졸렸지만 자지는 않았다. 만나자마자 유모차에 태워 재워보려고 했지만 어림없었다. 아내는 조금만 재우고 깨워야겠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소윤아, 시윤아 안녕. 조금 이따 보자"
사무실에 가서 3시간의 짧은 근무를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왔다. 애들은 아기의자에 앉아 시리얼을 먹고 있었다. 잠깐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빠른 진행을 위해 부지런히 저녁을 준비했다. 시윤이는 집에 도착해서, 2시가 넘어 낮잠을 잤다. 40분 만에 깨우긴 했지만 어느 정도 각오를 했다. 소윤이는 졸음에 허덕였고. 소윤이, 시윤이가 저녁 먹고 있을 때 아내는 집을 나섰다.
소윤이가 조금만 덜 졸렸어도 잠깐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쑀을 텐데, 너무 피곤해 보였다. 소윤이라도 일찍 재우고, 시윤이는 안 자면 데리고 나오자는 심정으로 더욱 서둘렀다. 7시쯤 취침에 돌입했다.
책 읽고 기도한 뒤, 소윤이는 5분도 안 돼서 잠들었다. 의외로 시윤이도 금방 잠들었다. 뭐지, 이 수지맞은 기분은. 궁금해하는 아내에게 소식을 전했다.
12시가 넘도록 아내가 오지 않았다. 예전에야 상관없었지만 처치홈스쿨을 시작한 뒤로는 신경을 쓰고 있다. 아내는 일정에 따른 체력 관리, 몸 상태 조절. 이런 걸 잘 못한다. 아니, 아예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기도 하고.
[여보 어디야]
카톡을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여보. 지금 가고 있어"
"너무 늦은 거 아니야? 내일 괜찮겠어?"
"안 그래도 나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어. 얼른 갈게"
"그래. 조심히 와"
아내는 한 시쯤 자러 들어갔고, 아내가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소윤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아아아. 아빠아아아아"
문을 열어 보니 잠결에 뒹굴고 있었다. 아마 아내가 들어온 걸 못 알아차리고 날 찾은 것 같았다.
"소윤아. 엄마 여기 누워 있네. 얼른 자"
잠이 오지 않는 건지 자기가 싫은 건지, 별로 하는 것도 없이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엄청 늦게 누웠다.
'아, 내일 버스 타고 가야 되는데. 엄청 졸리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