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09(주일)
축구는 안 가기로 했다. 리더를 맡고 있는 교회 모임이 오늘 마지막 시간이라 끝나고 리더, 스태프 간담회가 있다고 해서. 또 멀어도 너무 머니까 썩 내키지도 않았다.
"소윤아. 아빠 오늘은 축구하러 안 간다? 좋지?"
"왜여?"
"어. 오늘은 너무 멀리서 해서. 알파 모임만 하고 올 거야"
혹시 아빠 눈에 눈물 고였니.
나도 엄청 늦게 일어났는데 아내는 나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아주 신속하게 아침 공정(?)을 마쳤다. 계란밥 해서 후딱 먹이고, 옷도 갈아입혔다.
"어? 뭐야? 여보가 옷도 다 갈아입혔어?"
"응"
"왜 안 깨웠어?"
"그냥. 자라고"
"나 머리도 감아야 되는데"
"이제 일어나서 감아"
여느 주일과 비슷했다. 나갈 때는 항상 바쁘고, 예배드릴 때는 시윤이가 적잖이 성가시고. 점심 먹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 사고.
"소윤아. 오늘은 무슨 설교 말씀 들었어?"
"어, 오늘은여. 어떤 형이랑 동생이 있었는데 한 명은 동물로 제사를 드리고, 한 명은 식물로 제사를 드렸어여. 그런데 하나님이 동물로 제사를 드린 사람은 칭찬하셨고, 식물로 드린 사람은 기뻐하지 않으셨대여"
"가인과 아벨 얘긴가?"
"그런 거 같아"
"아빠 맞아여. 가인과 아벨"
열심히 오늘 설교가 어떤 의미며 소윤이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덧붙여 설명했다.
"알았지? 소윤아?"
"아빠. 지금 준희 삼촌 카페 가는 거에여?"
"그래"
모임이 끝날 시간에 맞춰 아내가 데리러 오기로 했다.
"소윤아, 시윤아 잘 가. 좀 이따 다시 만나자"
"아빠. 사랑해여. 잘 가여"
사랑한다는 말과 스킨십을 아끼지 않는 아이로 길러야지. 꼭.
모임을 마치고 리더, 스태프 간담회 때 피자가 나온다는 걸 소윤이도 알고 있었다. 아내에게 일찍 와서 애들 피자 먹여도 된다고 얘기했다. 생각보다 간담회가 일찍 끝났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오기 전이었고.
"여보. 어디야?"
"어. 나 이제 원흥역"
"난 이제 끝났어"
"아. 진짜? 빨리 끝났네"
"응. 조심해서 와"
"으아아아아아아앙"
갑자기 소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소윤아 왜?"
"아. 일찍 가면 피자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거 못 먹어서 속상해서 그래요"
"아 진짜? 소윤이 이런 피자 안 좋아하잖아"
"그래도 먹고 싶었나 봐. 소윤아, 일단 엄마랑 얘기 좀 해보자"
통화를 끝내고 다시 올라가서 피자 한 조각을 얻었다. 휴지로 둘러싼 피자를 한 손에 들고 다시 아내에게 전화했다.
"소윤아"
"네, 아빠"
"아빠가 피자 한 조각 받아왔어. 이따 오면 소윤이랑 시윤이랑 나눠 먹자. 알았지?"
"네"
잠시 후 아내가 도착했고 나도 차에 탔다.
"여보. 어디 가게?"
"어. 하나로마트 가서 장 좀 보고 가려고"
"그래. 이 피자는 어쩌지"
"이따 먹여야지 뭐"
하나로 마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윤이 기저귀를 사기 위해 스타필드 지하에 있는 트레이더스부터 갔다. 기저귀는 안중에 없고 시식 코너를 쭉 돌았다.
"아빠. 저거 먹을래여 저거"
"아빠. 나두. 나두"
아내는 양 손 가득 시식용 음식을 들고 다녔다. 아내는 다이어트식으로 샐러드도 먹겠다며 채소와 과일도 샀다. 하나로 마트로 옮겨서도 여러 시식 코너를 섭렵했다. 장을 다 보고 의자에 앉아 드디어 피자를 먹었다. 한 조각 가지고 둘이 나눠 먹였는데, 다 식고 굳은 피자를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소윤아. 이제 이런 피자도 맛있어? 소윤이 원래 안 좋아했잖아"
"맛있어여"
"시윤이도 이거 맛있어?"
"네. 떠여. 떠여(또 줘요)"
이태리식 화덕피자나 씬피자만 먹더니, 그새 또 식성이 바뀌었나. 이럴 줄 알았으면 두어 조각 챙겨 올 걸 그랬다.
집에 와서 애들 반찬으로는 생선을 구워줬다. 아내는 내 저녁도 샐러드를 줬다. 난 샐러드 먹겠다고 한 적이 없었는데. 군말을 하지는 않았다. 맛있게 잘 먹었다. 내가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샐러드 같은 거 안 먹고 기름진 것만 먹어서? 놉. 샐러드도 너무 맛있게 잘 먹으니까. 고기는 고기대로 육식 동물처럼 탐닉하고, 야채 주면 야채대로 며칠 굶은 소처럼 잘 먹는다. 뭐라도 안 먹어야 빠질 텐데.
애들 씻겨서 재우고 나니, 스멀스멀 축구 욕망이 피어올랐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밖에 나가서 동네라도 뛰고 올까 했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빨리 와라. 수요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