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시작도 없는 육아

19.06.11(화)

by 어깨아빠

처치홈스쿨을 마친 아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어디야?"

"나 이제 버스 타고 대화역 가는 중"

"아, 오늘은 좀 빠르네?"

"어. 버스를 금방 탔어"

"우리도 이제 막 끝나서 가는 중이야. 놀이터 가려고"

"놀이터?"

"어, 소윤이가 하도 놀이터 가고 싶다고 해서"

"그래, 알았어"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 어디야?"

"나 이제 내렸어"

"아, 그래? 그럼 국수 삶아야겠다"

"어? 놀이터 가는 거 아니었어?"

"아, 밥 먹고 가려고"

"그래"

"여보는 놀이터 갈 때 아예 운동 가방 챙겨서 나가"

"그럴까"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는데 어디선가 소윤이의 소리가 들렸다.


"아빠아아아아아아아"


베란다에 서서 날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옆에 시윤이도 함께. 반겨주는 이가 있다는 건 참 힘이 되는 일이다. 나도 힘차게 팔을 흔들어 화답했다.


"아빠아아아아아. 저어어어. 이거어어어 머리띠이이이이 했어여어어어어"


나도 함께 소리 지르기는 좀 그래서, 연신 팔로 대답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기분은 좋아 보였다. 바로 앉아서 온 가족이 콩국수를 먹었다. 지난여름 애용했던 한살림 콩국물. 소윤이는 후루룩 후루룩 잘 먹었는데 시윤이는 입맛이 없었는지, 아니면 콩국물이 입에 안 맞았는지 잘 안 먹고 계속 장난만 쳤다.


"시윤아, 그만 먹을 거야?"

"아녀"

"먹을 거면 장난치지 말고 열심히 먹어"

"네에"


대답만 그렇게 하고 계속 장난쳤다.


"시윤아. 안 먹을 거면 그만 먹어도 돼. 괜찮아. 먹어, 안 먹어?"

"안 먹어여"


저녁 다 먹고 놀이터에 놀러 나갔다. 요즘은 깜짝깜짝 놀란다. 해가 길어져서 아직 얼마 안 됐구나 싶은데, 막상 시계를 보면 저녁을 넘어선 밤일 때가 많다. 놀이터에 가도 쉴 틈은 없다. 소윤이는 요즘 한창 매달리기에 재미를 붙였는데, 막상 매달려 있을 힘은 부족하니 항상 내가 받쳐줘야 한다. 시윤이는 암벽등반(?)이나 구름다리 건너기같이 강한 근력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들만 빼면, 웬만한 건 스스로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녀석이 겁도 없이 아무 데나 덤빌 때가 많아서 잘 보고 있어야 한다. 오늘도 아내랑 틈새를 이용해 수다 좀 떨려고 그러면


"아빠가 아. 아빠아아"


불러대는 통에 한마디 주고받기가 어려웠다.


"여보. 여보는 이제 가"

"아니야. 저기 놀이터도 간다고 했잖아. 거기까지는 있어야지. 여보 혼자서는 힘들잖아"

"그래 그럼"


첫 번째 놀이터를 끝내고, 두 번째 놀이터까지 함께했다. 소윤이는 세 번째 놀이터를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가기로 약속했었다. 두 번째 놀이터를 마치고는 아내와 아이들이 헬스장 앞까지 데려다줬다.


"소윤아, 잘 가. 놀이터에서 안 간다고 떼쓰지 말고 엄마 말 잘 듣고. 내일 봐"

"알았어여"


"시윤이도 잘 가고. 누나랑 싸우지 말고?"

"네에. 빠이"


"여보. 화이팅"

"그래"


한참 운동하다가 9시 조금 넘어서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현재 상황은?]

[이제 다 씻고 들어가기 직전]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12시간 넘게 아이들과 한 몸이 되어 수고를 겪은 아내가 안쓰러웠다. 집에 들어가 보니 어둠과 적막이 가득했다. 아내를 깨울까 말까 많이 고민했는데 깨우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잠을 좀 확보해야 체력이 비축될 테니.


작은방에서 노트북을 하고 있는데 안방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내가 깨서 나왔겠거니 했는데, 소윤이가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어? 소윤이 깼어?"

"아빠. 바지에 쉬 했어요"

"아, 그래?"

"알았어. 옷 갈아입자"


옷 갈아입혀서 방에 들여보내면서 잠깐 같이 들어갔다. 아내는 잠들었다가 살짝 깨긴 했는데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베개 쪽으로 다리를 두고 잤는지, 베갯잇만 잔뜩 젖어 있었다. 소윤이 애착 이불도 조금 젖었고. 얼마 전에 빤 바닥에 까는 패드와 이불이 젖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젖은 베개와 이불을 가지고 거실로 나왔다.


시간이 꽤 늦었었는데 거실을 좀 치우고 설거지를 했다. 재우다 잠들어서 눈 떴는데 아침이라는 걸 확인했을 때의 짜증과 스멀스멀 지린내를 풍기는 이불을 마주했을 때의 짜증만 해도 버거울 테니, 아주 조금이라도 성가신 일을 없애주는 게 도리였다.


그러고 보니 내일 또 수요일이네. 오늘 깨웠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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