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댁 휴가

19.08.06(화)

by 어깨아빠

아내와 아이들이 아침에 데려다줬다. 내가 차를 가지고 가면 낮에 아내가 차를 못 쓰니까.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버스가 너무 안 다니는 데다가 차로 가면 10분 걸리는 걸 대중교통 타면 거의 30분이 넘게 걸리니 고려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1시간 30분씩도 타면서, 스스로도 참 의아스럽군) 소윤이와 시윤이는 내복 차림으로 차에 올라서 출근길에 함께했다.


"소윤아, 시윤아 잘 가. 여보도 잘 가"


10분여의 출근길 동행 후 다시 귀가. 아내는 시윤이 낮잠을 엄청 일찍 시도했고 성공했다. 아내는 밤에 아는 언니를 만나러 나가야 했고, 시윤이를 일찍 재운 건 나를 위한 배려인 듯했다.


[아침 먹다 또 한 판 했네]


아내가 덧붙여서 소식을 전했다. 시윤이는 요즘 한 판 유발자다.


아내와 아이들은 사무실에 점심도 먹으러 나왔다. 백반집 하나를 정해 놓고 먹는데 직접 기른 재료들로 정말 집 밥처럼 차려 주신다. 거기에 가격은 5,000원. 아내도 파주에 오면 아주 가끔씩 가곤 했다. 오늘도 바람 쐴 겸(이라기에는 너무 더웠지만) 나오고 싶으면 나오라고 했더니 왔다.


애들은 신났다. 출근한 아빠의 사무실에 나와 아빠도 만나고 점심도 먹고. 너무 신나서 호들갑을 떠느라 막상 밥은 그렇게 잘 먹지 않았다. 집이었으면 허용되지 않았을 식사 태도였지만 그들의 흥을 깨기 싫어서 허용 범위를 넓혔다. 제재와 허용, 훈육과 방임의 가치 속에 갈등하는 식사 시간이었다.


점심 먹고 나서도 사무실에 와서 좀 더 있다가 갔다. 쭈쭈바도 하나씩 사줬다. 쭈쭈바는 내가 중독됐나, 매일 사주는 것 같네. 애들 놀 거라고는 단 한 개도 없는 사무실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놀 거리를 만들었다.


두 시간 정도만 더 있었으면 함께 퇴근했을 정도의 시간쯤에 아내와 아이들은 돌아갔다. 시윤이는 돌아가는 길에 미용실에 들러서 머리를 잘랐다. 나름 투블럭이라고 자르긴 했는데, 아직 뭔가 모양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거에 비하면 많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숱이 너무 빈약했다. 그 와중에도 정리가 안 되면 더벅머리처럼 보이는 게 참 신기하다. 깔끔해진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내는 장모님이 사 두신 전복과 새우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역국도 끓이고 있었다.


"여보. 얼른 나가. 나머지는 내가 할 게"

"어, 알았어. 하던 것만 마저 하고"

"여보. 웬 미역국이야. 오늘 누구 생일인가?"

"뭐야"

"누구 생일인데 미역국을 끓이지"


아내는 저녁을 다 차려주고 나갔다. 아이들을 위한 저녁상이기도 했지만 나를 위한 조촐한 생일상이기도 했다.


"소윤아, 시윤아. 엄마 갔다 올 게. 아빠 말씀 잘 듣고"

"엄마. 잘 갔다 와여"

"엄마. 빠빠이"


소윤이는 전복을 입에도 안 댔다. 잘게 잘라서 볶음밥 할 때 넣으면 먹는데 이렇게 통으로 주면 안 먹는다. 시윤이는 새우를 안 먹었다. 평소에는 잘 먹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냥 싫었나 보다. 결국 전복도 새우도 내가 제일 많이 먹었다.


"소윤아, 시윤아. 우리 이제 목욕하자"

"그러자여"

"아빠가 이제 나오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네, 아빠하고 바로 나와여"

"그래"


"시윤이도 그럴 거지?"

"네. 이케?"

"응. 네하고 바로 나와? 알았지?"

"네, 아빠아아"


욕조에 물을 받고 소윤이와 시윤이를 넣었다. 몇 안 되는 자동차 장난감도 함께. 그렇게 해놓고 밥 먹은 거 치우고, 설거지도 하고. 마지막에는 혼자 앉아서 커피도 한 잔 타 마셨다. 둘이 둬도 크게 위험하지 않을 만큼, 아빠가 없어도 둘이 잘 놀 만큼 컸다. 집이 떠나가라 웃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다.


물론 중간중간 신경전을 벌이는 소리도 들렸다. 좀 심해진다 싶으면 가서 중재(라고 쓰고 최후통첩이라고 읽어도 무방하다) 하고 그랬다. 그러고 돌아서면 곧바로 시윤이의 짜증 섞인 "하지마아아" "시더시더" 소리가 들릴 때도 있는데, 소윤이의 다급한 목소리도 이어서 들린다.


"알았어. 시윤아. 시윤아. 짜증 내지 말고오. 자, 자, 여기 있어어?"


혹여 다시 아빠가 나타나 뭔가 불이익(?)을 줄까 싶어 급히 눈가림을 하는 거다. 모르는 척했다. 여유롭게 커피를 다 마시고 아이들에게 고지했다.


"소윤아, 시윤아. 이제 5분만 더 하고 나오자?"

"네에"

"네, 아빠"


5분이 지나고 다시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나오자"

"아아아아앙. 시더어어"


한 판 유발자가 또 싸움을 걸어왔다.


"알았어. 그럼 시윤이는 조금 더 해? 누나부터 씻길게. 누나 씻고 옷 갈아입은 다음에는 나오는 거야?"

"네에"


물론 다 믿지는 않았다. 일단 소윤이를 꺼내서 씻기고 옷을 입혔다.


"시윤아. 이제 나오자"

"아아아아앙. 시더어어어어어어"


역시. 내 이럴 줄 알았지.


"시윤아. 아까 아빠랑 약속했지? 자꾸 소리 지르고 신경질 부리고 고집부리면 아빠가 맴매로 도와줄 거에요"

"아아아아아아앙"

"계속 그렇게 아빠 말 안 들으면 어쩔 수 없어 시윤아. 지금 나올 거야, 아니면 아빠가 맴매로 도와줄까?"


그때 소윤이가 말을 보탰다.


"그러면 딱 5분만 더 하고..."

"소윤아. 아빠가 시윤이한테 이야기할 때 소윤이가 그런 거 결정하는 거 아니랬지. 왜 또 끼어들어"

"아빠. 그게 아니라 아빠한테 물어보려고 한 거에여. 으아아아아아앙"


소윤이도 울음을 터뜨렸다. 소윤이한테는 내가 잘못했다.


"소윤아. 미안. 그런 줄 몰랐어. 아빠가 오해했네. 미안해"


많이 서러웠나 보다. 좀 더 울었다. 시윤이는 반 억지로 욕조에서 나왔다. 막상 욕조에서 나오니 현실에 순응한 듯, 태연함을 되찾았다.


"아빠. 왜 머이(머리) 감아여어엉?"

"땀 많이 흘렸으니까"

"왜 땀 마니 흘려여어엉?"

"날씨가 더웠잖아"

"왜 더어여어엉?"

"여름이라서"

"왜 여름이에여엉?"

"하나님이 여름을 만드셨어"

"한난님가?(하나님이?)"


한차례의 울음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다시 유쾌함을 회복했다. 시윤이는 방에 들어가서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소윤이는 거의 잠들기 직전에 날 불렀다.


"아빠"

"어, 소윤아. 왜?"

"아빠. 사랑해여"

"어, 아빠도 소윤이 사랑해"

"아빠. 내가 엄청 많이 사랑해여"

"그래. 아빠도"


그러고는 스윽 잠들었다. 이러니 내가 딸 예찬론자가 아닐 수가 없지.


그나저나 다시 휴가인 느낌이다. 에어컨 시원하고 TV도 있고. 오늘도 TV 보면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