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07(수)
오늘도 온 가족이 나의 출근길에 함께했다. 원래 오늘 집에 가려고 했는데 나의 축구 덕분에 파주 휴가(?)가 하루 연장됐다.
"여보. 나 오늘 축구장이 탄현이더라"
"아, 그래? 그럼 그냥 하루 더 자고 갈까?"
"그럴래?"
똑같은 일상이지만 자는 곳이 바뀌니 뭔가 휴가스럽긴 했다. 소윤이는 출근하는 길에 이런 고백을 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소윤이 집에 가고 싶어? 왜?"
"그냥 자는 것도 불편하고"
"소윤이 할머니 집에서 자는 거 안 좋아?"
"아니여. 좋기는 한데 이불도 내 이불이 아니고 그래서여"
"그래? 그럼 우리 이제 집에 갈까?"
"아니여어"
"불편하다며"
"그래도 내일까지 있기로 했으니까 있어야져"
소윤이도 초가삼간이어도 제 집이 제일 편하다는 걸 알았나 보다. 집 떠나서 자는 게 신나긴 하지만 영 불편하기도 한 그 묘한 기분을.
아내랑 아이들은 오늘도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어제처럼 같이 점심 먹고 사무실에 와서 좀 있다가 아내와 아이들은 먼저 갈 생각이었다. 요즘 쭈쭈바는 너무 자주 사줘서 오늘은 미리 얘기했다. 혹시나 기대하고 있을까 봐.
"소윤아, 시윤아. 오늘은 쭈쭈바 안 사줄 거야. 알았지?"
"왜여?"
"너무 많이 먹었잖아. 그렇게 맨날 먹으면 배 아파"
"알았어여"
"대신 다른 간식은 하나 사 줄게"
"뭐여?"
"글쎄. 그건 한 번 가서 골라보자"
우유 하나와 조그만 로아커 웨하스를 사줬다. 늘 그렇지만 과연 로아커 웨하스가 아이스크림보다 덜 유해한지는 모른다. 왠지 느낌이 그렇고, 어쨌든 아이스크림은 찬 음식이니 배탈의 위험도 있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시간이 술술 흘러갔다. 아내는 한 쪽에 앉아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만지고, 무언가를 했으며, 종알댔다. 정말 거의 한 시도 쉬지 않고. 어렸을 때 당구장에 있는 아빠를 보러 가자고 하면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뭔가 내켜하지 않았었다. 오늘에야 그 이유를 좀 알게 됐다. 일하는 걸 크게 방해하거나 몸을 귀찮게 한 건 아닌데 뭔가 성가셨다. 끊임없이 대화를 걸어오고 신경을 쓰이게 하는 게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역시 좋다고 하루 종일 같이 보내는 건 그게 누구이던 간에 부작용을 낳는다.
결국 나의 퇴근시간까지 함께 있었다.
"소윤아. 아빠 사무실에 있으면 좋아?"
"네"
"왜? 여기 놀 것도 하나도 없잖아"
"그래도. 그냥 좋아여"
집이 아니면 일단 좋은가. 온 가족이 함께 퇴근했다. 시윤이는 낮잠을 자지 않았다. 보다 수월한 아내의 육아 퇴근을 위해(솔직히는 축구하러 나가는 자의 죄의식을 떨쳐 내기 위해) 부지런히 저녁을 만들었다. 어제 남은 새우와 전복을 넣어서 볶음밥을 만들었다. 하나도 귀찮거나 힘들지 않았다.
"여보. 나 너무 설레"
"뭐가?"
"축구하러 가는 거"
"오랜만이지?"
"그렇지. 지지난 주 주일부터 지난 주 수요일 주일 다 못했으니까. 세 번을 못했네. 거의 열흘이네"
몸이 팔딱거렸다. 할 수 있는 모든 사명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아내가 말했다.
"여보. 5분만 더 있다가 가"
"아, 그럴까?"
이럴 때는 토를 달면 안 된다. 5분 먼저 가려다 5주를 쉬게 될지도 모른다. 소윤이랑 시윤이가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쯤 집에서 나왔다.
"여보. 갈 게"
"재밌게 하고 와"
여름휴가의 단점을 꼽으라면 먼 것도 아니요, 휴가 후유증도 아니다. 축구를 못한다는 게 최대의 단점이다. 인조잔디 위에 내 모든 걸 태우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아내가 통화 거부를 했다. 카톡을 보냈다.
[통화중?]
[소윤 깨서 들어와 있음]
아내는 라디오스타를 보고 있었다. 시윤이가 또 깨서 아내가 먼저 들어가고, 난 오늘도 TV를 보며 잠들었다. 우리 집에 TV를 안 놓은 건 죽을 때가 되어도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로 TV 한량 생활도 안녕이라니. 너무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