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08(목)
아침에는 출근시켜주고 저녁에는 퇴근시켜주고. 아내에게 제공받던 초특급 서비스도 오늘로 끝이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셔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빠. 나 오늘 타요 보다가 울었어여"
"왜? 슬픈 장면이 있었어?"
"네. 거기 어떤 애가 엄마랑 헤어졌는데 엄마를 못 찾았어여"
"그래서? 슬퍼서 울었어?"
"아니여. 나도 엄마 잃어버릴까 봐 무서워서여"
퇴근한 나에게 소윤이가 낮의 일을 얘기해줬다. 아내에게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이라고 괜히 안 하던 행동을 했다. 소윤이는 할머니 휴대폰 만지작거리다가 그만 만지고 내려놓으라고 하면 반항하고. 물론 끝까지 가지는 않았다. 아내와 나랑만 있을 때보다 조금 더 간 보는(눈치 보며 살살 일탈을 꿈꾸는) 횟수가 많아지는 정도다.
시윤이는 요즘 같아서는 할머니 집이고 우리 집이고 구분이 없는 거 같다. 그냥 자기 마음에 따라 반항과 거부를 일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언어 능력의 신장과 함께.
저녁은 이태리 요리집에서 먹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피자를 잘 먹었다. 꼬리꼬리한 고르곤졸라 향이 많이 풍겼는데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신 다른 걸 안 먹었다.
"아빠. 배부어여(배불러여)"
배부르다더니 카페에 가서 케잌은 또 엄청 잘 먹었다. 소윤이도 마찬가지였다.
"소윤아. 너도 아까 배부르다고 했잖아"
"그래도 이거는 먹을 수 있지여"
초코가 송송 박힌 브라우니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시윤이도 줘도 돼?"
"아, 몰라여. 뭐 그냥 좀 주죠 뭐"
약간의 포기(?)로 잠시나마 자유함(못 먹게 하면 울 테고 그럼 그거 달래야 하고)을 얻고 싶은 아내의 마음이었다
"소윤아, 시윤아. 여기 당근 케잌도 있잖아. 이것도 좀 먹어. 초코만 먹지 말고"
라고 말하는 나의 포크도 당근 케이크를 외면하고 자꾸 브라우니 쪽으로 향했다. 다 누굴 닮았겠니. 소윤이와 시윤이는 브라우니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마지막 남은 부스러기도 서로 탐낼 정도로 먹었다. 보통 시윤이는 자기 양이 차면 뒤도 안 돌아 보고 돌아서는데 간만에 풍미 진한 초코 맛에 매료되었는지 후진이 없었다.
"아빠. 떠 먹거 시퍼여엉"
"시윤아. 너랑 누나가 다 먹었잖아. 이제 없어"
"쩌(저기) 이짜나여엉"
"아. 우리는 하나 사 먹었으니까 또 사 먹을 수는 없어"
"왜여어엉?"
기승전왜여엉. 으아아악. 몰라아아아아아악. 이것은 마음의 소리일 뿐.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아름답게 포장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소윤이는 이러지 않았다. 하도 '왜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소윤이는 '왜요'라는 질문은 많이 하지 않았다. 했더라도 시윤이처럼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하지는 않았다.
아내는 마침 칫솔과 치약도 있겠다 카페 화장실에서 간단히 애들 양치를 했다. 아내의 바람대로 둘 다 잠들었다.
"여보. 이제야 휴가 끝난 거 같다"
"그러게"
아, 10분 만에 출근하는 거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