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21(수)
소윤이와 시윤이는 내가 일어났을 때 이미 밥 먹으려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제저녁에 먹고 남은 가지밥이 있었던 덕분에 빠른 아침 준비가 가능했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갔다 올 게"
"아빠. 잘 다녀와여"
"아빠. 쩨자(회사) 가여?"
"응. 시윤아. 밥 맛있게 먹구"
"네"
아내는 아침 먹고 예배만 드리고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일찌감치 집에서 나왔다고 했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그냥. 애들 킥보드도 타고"
"점심시간까지 기다렸다가 행복한 밥상 가려고?"
"그럴까 했는데 너무 더워서 안 되겠어. 집에 잠깐이라도 갔다 와야지"
"그래"
영상통화도 잠깐 했는데 놀이터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평일 이 시간에 애들 데리고 놀이터 나오는 사람이 정말 없긴 없나 보다.
난 정신없이 자느라 몰랐는데 소윤이, 시윤이 모두 7시부터 깨서 난리였다고 했다. 속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 애들이 협조적인지 물었더니, 둘 다 일찍 깬 탓에 엄청 수월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 자식들이.
퇴근해보니 아내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여보. 많이 힘들어?"
"아니. 배가 너무 고프네"
저녁 준비는 거의 다 끝난 상태였다. 먼저 식사를 끝낸 아내가 소파에서 좀 쉬려고 하자 시윤이가 괜히 막고 나섰다.
"엄마가 먹여 주세여엉"
원래대로면 먹여주기는커녕 스스로 떠먹으라고 해야겠지만 오늘도 평화롭게 보내고 싶었다.
"시윤아. 그럼 아빠가 먹여줄게"
"시더여어어엉. 엄마가아아아아"
"시윤아. 아빠가 엄청 재밌게 먹여줄 건데?"
"응?"
"엄청 재밌게"
"아빠가"
별거 없었다. 한 숟가락씩 떠서 비행기 인척 허공을 휘젓다가 입속으로 넣어줬다. 이게 뭐라고 소윤이까지 자기도 해달라며 입을 벌렸다. 덕분에 끝까지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여보. 얘네 샤워해야 되지?"
"어. 땀 많이 흘려서"
"머리는?"
"머리는 그냥 지나가자"
"그래"
한 명씩 차례대로 씻긴 뒤에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말했다.
"우리 12에 갈 때까지 노는 거야. 알았지?"
"네에"
놀기 전에 설거지를 했다. 소윤이는 어제처럼 숨바꼭질을 하고 싶어 했다. 아빠가 꼭 있어야 하는데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 초조했나 보다.
"아빠. 얼른 놀자여"
"설거지 좀 하고"
"얼마나 남았어여?"
"글쎄"
"왜 설거지부터 해여?"
"설거지는 꼭 해야 되는 일이니까.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숨바꼭질은 꼭 지금 먼저 해야 되는 일이 아니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조급했다. 어쨌든 시간은 정해놓고 그 시간을 설거지하는데 쓴 거니까. 서둘러 설거지를 마치고 소윤이, 시윤이와 숨바꼭질을 했다. 아내는 거실 소파에 누워서 잠깐 자고 있었는데,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아주 잘 잤다.
"어. 12에 갔다. 이제 자자. 여보. 일어나"
"어. 여보. 벌써 다 놀았어?"
"응. 숨바꼭질도 하고"
"진짜? 전혀 몰랐어. 완전히 깊이 잠들었나 봐"
"그러게. 여보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어"
시윤이는 낮잠을 좀 늦게 잔 편이었다. 밤에 금방 잠들 것 같지 않았다.
"여보도 오늘은 그냥 같이 잔다는 생각으로 들어가"
"그래야겠다"
"시윤이가 깨든 말든"
"알았어"
자리에 누운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엄마 힘드시니까 말 잘 듣고. 바로 자야 돼. 시윤이는 손 빨지 말고. 알았지?"
"네에. 아빠아"
그러고 나서 짐을 챙겨 축구장으로 갔다.
"여보. 힘들면 전화해. 쉬는 시간마다 볼 게"
다행히 아내의 전화는 없었다. 자고 있었으니까.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깨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시윤이 금방 안 잤지?"
"그런 거 같아. 내가 먼저 잠든 거 같아"
"속은 좀 어때?"
"계속 안 좋아"
아내는 트림과 헛구역질을 반복했다. 안쓰러웠다. 그러는 와중에 소윤이가 깨서 울었다.
"소윤아. 왜 울어. 울지 말고"
"아빠. 손수건 주세여"
"그만 울어"
"코가 너무 불편해여"
"울면 코 더 막혀. 자 손수건으로 소윤이가 닦아"
시윤이도 깨고. 엄청난 난리 법석인 것 같지만 이제 이 정도는 그냥 일상이다. 둘 다 물 한 잔씩 마시고, 소윤이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아내도 다시 자리에 누웠다.
조용한 걸 보니 속 안 좋은 아내도, 코가 잔뜩 쌓인 소윤이도, 가장 멀쩡한 시윤이도 다 자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