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똥이

19.08.24(토)

by 어깨아빠

처치홈스쿨 일일 캠프가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는 교감 선생님네 차를 빌려서 우리 애들을 태우고, 아내는 원래 우리 차에 다른 사람(함께 처치홈스쿨 하는 엄마 선생님과 아이)을 태우고 갔다. 부천에 10시까지 가야 해서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아빠. 우리 왜 이거 타고 가여?”

“아, 우리 차에는 사람을 다 태울 수가 없어서 빌린 거야”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빠가 운전하는 남의 차를 타는 다소 특수한 상황 자체만으로도 신이 났는지 잔뜩 들떴다. 쉴 틈 없이(시윤이도 말문이 트이면서 정말 쉴 새가 없다) 두 녀석의 질문에 답하면서 가다 보니 지루하지도 않았다.


가는 길에 빵집에 들렀는데 일하는 분 모두가 친절했다. 어느 정도로 친절했냐면,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다가 애들이 목이 마르다고 해서 물을 따라주고 기다리는데 시윤이 코에서 콧물이 흘렀다. 그걸 본 직원분이 휴지를 들고 카운터 바깥으로 나와서 손수 시윤이 콧물을 닦아줬다. 생전 처음 본 사람이 시윤이의 분비물을 닦아준 건 처음이었다. 다음에 꼭 또 가고 싶었지만 부천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이라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죽기 전에 다시 갈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캠프 장소는 부천의 어느 교회였는데 애들이랑 함께하기에 아주 좋았다. 사실 어른을 위한 캠프라 애들을 위한 시간은 따로 없었다. 물론 어른만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게 아이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만큼 방해(?)받지 않고 준비한 프로그램을 잘 진행했다.


소윤이는 말을 잘 들었지만 안 들었다.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지만 정말 그랬다. 아내와 나의 얘기를 못 들은 척하고 자기 하던 행동이나 말을 하다가 좀 단호히 얘기하면 또 바로 수긍하고. 한계선에 발을 막 넣었다 뺐다 하는 모양이랄까. 시윤이는, 그냥 똥을 많이 쌌다. 아침부터 하면 한 3똥 됐나. 시작하면서부터 왼손에 그 냄새를 묻히고 시작했다. 그게 두려워서 바로 손을 박박 닦았는데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지문 사이사이로 침투하는 건가. 얘는 닦아준다고 해도 싫다면서 일단 운다.


“아빠아아아. 닦기 싫어쪄여어어엉”

“시윤아. 닦는 아빠가 더 힘들어. 그래도 닦아준다고 그러면 얼른 와야지. 왜 자꾸 고집을 부려”

“아빠아”

“어”

“왜 냄재(냄새) 나여어엉?”

“똥 쌌으니까”

“왜 똥 따떠여어엉?”

“그걸 아빠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 시윤이가 싸 놓고”


아내가 자기가 닦겠다고 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헛구역질하는 사람한테 맡기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사실 오늘 이게 제일 힘들었다.


오후 5시까지 머물다가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시윤이는 타자마자 막 자려고 그랬는데 소윤이와 내가 협력하여 겨우겨우 깨웠다. 물론 시윤이는 엄청난 짜증과 울음으로 반응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일단 차에서 내리면 또 괜찮아진다.


생선구이를 먹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엄청 잘 먹었다. 특히 소윤이는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을 집중 공략했다.


“엄마. 이건 무슨 생선이에여?”

“이거? 조기”

“조기 진짜 맛있다. 조기가 맛있네. 엄마 이거는여?”

“그건 고등어”

“고등어도 맛있다”


저녁도 다 먹고 거기서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애들은 다시 (원래) 우리 차에 태웠다. 가다가 잠들 게 분명했으니까. 식당 화장실에서 약식으로라도 씻겨서 나왔다. 나는 빌린 차를 운전해서 교감 선생님 집에 반납하고, 아내도 함께 갔다. 나를 태워야 하니까. 애들은 잠들어 있었다.


“애들 바로 잤어?”

“어. 소윤이는 조금 있다가”


소윤이가 집에 도착해서 깨긴 했지만 금방 다시 잠들었다. 애들을 재우고 나온 아내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는 방에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거실이 고요했다.


“여보?”

“......”

“여보?”

“......”


거실에 나가 보니 아내는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여보. 여보”

“어. 어. 여보. 나 잤어?”

“어. 얼른 들어가서 자”

“아, 그래야겠다”


다시 방에 들어와서 앉았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헐. 대박”

“왜. 왜”

“나 오늘 화장 안 했지? 대박. 너무 좋다"


하긴. 화장 안 한 얼굴 씻는 것도 귀찮은데 화장한 얼굴을 더 하겠지.


양치만 하고 자겠다던 아내의 기척이 없었다.


“여보?”

“어”

“뭐해?”

“아. 잠깐 소파에 앉았어”

“얼른 씻고 자”

“알았어”


또 고요.


“여보?”

“어”

“뭐해?”

“아, 잠깐 카톡 좀 보내느라”


슬쩍 나가 보니 이번에는 소윤이 토끼 소파에 앉아 있었다.


뭐지. 메뚜기인가. 넓지도 않은 집 곳곳을 배회하던 아내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꾸엑꾸엑. 우에에엑. 웁웁웁”


아내는 이렇게 표현했다.


“여보. 치약이 혀에 닿기만 해도 막 올라와. 양치지 할 때가 제일 두려워”


양치 한 번에 폐인의 몰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