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하고 싶고, 애들은 밟히고

19.08.25(주일)

by 어깨아빠

소윤이와 시윤이도 아침 일찍 일어났고 나랑 아내도 그리 오래 버티지 않고 일어났다. 밥도 제시간에 먹고 교회 갈 준비도 부지런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에 늦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내는 똥을 원인으로 꼽았다.


애들 밥 다 먹여서 씻기고 나니 배에서 신호가 왔다. 거의 항상 그 시간이다. 평일이나 주말이나. 일을 마치고 나도 씻고 나와서 옷을 딱 입었는데 소윤이가 얘기했다.


"아빠. 시윤이 똥 쌌나 봐여"


하아. 정말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숨만 쉬어도 꾸엑꾸엑 하는데다가 새로 산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내에게는 차마 넘길 수 없었다.


"이리 와. 시윤아"


자기가 싼 똥이면서 또 엄청 더러워한다.


"아빠. 똥. 똥. 더더워여어엉(더러워여)"

"너가 싼 거잖아. 안 묻어. 괜찮아"


아빠와 아들은 싸고 엄마는 꽥꽥거리고. 위아래로 다사다난한 가족이군.


"시윤아. 오늘도 누나랑 새싹꿈나무 갈 거지?"

"네에"


소윤이와 시윤이를 보내고 자유로운 예배를 드렸다. 너무 자유로웠을까. 8개월 뒤에 신생아를 출산할 예정인 아내는 신생아처럼 졸았, 아니 잤다. 물론 아내는 계속 울렁거림을 호소했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항상 그렇다고 보면 된다. 느낌상 시윤이 때보다는 훨씬 심하다. 소윤이 때보다는 조금 덜 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아내에게 소윤이와 시윤이를 맡기고 간다는 게 영 찝찝했다.


"여보"

"응?"

"오늘 애들 내가 데리고 갈 게"

"어디를? 축구?"

"어"

"아, 됐어. 어떻게 데리고 가"

"왜. 괜찮아. 데리고 가면 되지"

"아니야. 나중에 좀 더 시원해지면. 오늘은 괜찮아"

"여보. 너무 힘들잖아"

"아직 괜찮아. 힘들면 전화할 게"

"데리고 갈 게"

"괜찮다니까. 그냥 혼자 갔다 와"


교회에서 점심 먹고 잠깐 로비에 앉아 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를 예뻐하시는 집사님이 오셔서 대화를 나눴다. 소윤이가 아내에게 귓속말로 속닥거렸다.


"아빠한테 여쭤봐"


아내의 말에 나한테 오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빠. 엄마 임신한 거 말해도 돼여?"

"왜?"

"그냥여"

"그래"


엄마가 임신한 걸 다른 사람한테 막 알리고 싶은데 한 번도 막 얘기한 적이 없다. 꼭 아내나 나한테 물어본다. 그러라고 알려준 것도 아닌데.


소윤이는 집사님에게 얘기했다.


"엄마. 임신했어여"

"어? 정말이야? 할렐루야. 축하해"


"가영 집사 축하해"

"아, 네. 감사합니다"


"강집사. 이제 어깨가 무겁겠네"

"그러게요"

"어, 그럼 이제 축구 어떻게 해"

"그러게요"


이 집사님이 주일 축구 선교회 회장 집사님이다.


"아, 강집사 없으면 안 되는데. 애들을 데리고 나와"

"그럴까봐요"


고민하고 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먼 미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해법을 찾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여보. 진짜 애들 데리고 가도 되는데. 아니면 안 가도 되고"

"아, 괜찮아. 갔다 와. 힘들면 전화할 게"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한 잔 사고(그마저도 아내는 못 먹고, 나만을 위한 커피였다) 집으로 가서 아내와 아이들을 내려줬다. 아내는 차가 있어도 어디 나가지는 못할 것 같다며 나에게 차를 가지고 가도 된다고 했다.


"소윤아, 시윤아. 엄마 힘들게 하면 안 돼. 알았지? 시윤이는 들어가면 엄마랑 한숨 자고. 소윤이는 같이 누워 있든가 밖에서 혼자 조용히 공부하거나 놀거나 하고. 알았지?"

"네"

"네, 아빠"


다시 교회로 가서 목장 모임을 했고, 끝난 뒤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어"

"좀 어때? 목소리는 힘이 없네"

"비슷해"

"시윤이는 바로 잤어?"

"응. 바로 눕기는 했어"

"여보도 같이 자고?"

"어, 나도 좀 자고"

"소윤이는?"

"혼자 밖에 있었지"

"기특하네"

"엄마랑 아빠가 잠깐 오시기로 했어"

"아, 그래?"


조금은 부담을 덜고 축구에 임했다. 하긴 이렇게라도 풀어야지 안 그러면 괜히 또 애들한테 아내한테 쓸 데 없이 짜증 내고 그럴지도 모른다. 풀 땐 풀고, 가서는 또 헌신하고 그러면 되지 뭐.


집에 도착하니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가시고 없었다. 아내는 냉장고 어느 구석에 숨어 있다가 발견된 숨이 다 죽은 상추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씻자"

"여보. 애들 세수만 시키면 돼"

"아, 맞다. 샤워 아침에 했지"


세상 반가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소윤이부터 씻기고 시윤이를 씻기려는데 또 똥이 있었다. 아, 이 강삼똥이. 한 번에 시원하게 싸지 자꾸 조금씩 지려 놓는다. 그렇다고 냄새가 안 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소윤아. 뽀뽀"

"으, 냄새"

"무슨 냄새?"

"아빠 냄새. 꾸린내 난다. 꾸린내"

"아빠 아직 못 씻어서 그래. 그래서 뽀뽀 안 해주겠다고?"

"냄새나서 못 간다니까여"

"아 코 막고 하면 되지"

"알았어여. 잠깐만여"


"아빠 나두 코 막구 하께여엉"

"그래"


둘이 코를 막고 와서는 차례대로 뽀뽀를 했다. 귀여운 녀석들.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당연히 다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한참 지나고 시윤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아내가 나왔다.


"어? 안 잤네?"

"어. 시윤이 또 안 잔다"


시윤이는 방 안에서


"엄마아아아. 드여 와(들어와)아아아아"

"엄마아아아. 나가고 지퍼어어엉"


이러면서 울었다.


"시윤아. 이리 와 봐. 아빠한테 와 봐"


울음을 그치지 못한 채 내게 와서 앉았다.


"시윤아"

"네에에에에"

"왜 울고 있어?"

"엄마양 자고 지퍼여어엉"

"아, 그랬구나. 시윤아"

"네"

"그런데 엄마가 시윤이 옆에 누워서 재워주려고 했지?"

"네"

"시윤이가 너무 오랫동안 잠들지 않아서 이제 엄마는 같이 잘 수가 없어"

"왜여어엉?"

"엄마도 너무 힘들고 할 일이 있으니까. 그러니가 시윤이는 이제 자리에 누워서 혼자 자야 돼. 알았지?"

"시더여어어엉"

"어,, 싫어도 어쩔 수 없어. 오늘은 엄마가 안 들어오실 거야. 이따가 시윤이 잠들면 엄마 옆에 누우라고 할 게. 알았지?"

"아빠는여엉?"

"아빠도 할 일이 있지"

"아빠가 대진(대신) 드여 와여어어엉"

"아니야. 오늘은 시윤이가 혼자 누워서 자는 거야. 옆에 누나도 있으니까 괜찮아. 그러니까 오늘은 시윤이 혼자 누워서 자자. 알았지?"

"네"

"이따 엄마한테 옆에 누우라고 할 게"

"네"


소윤이는 이런 경우에 끝까지 박박 울며 매달리고 그랬는데, 시윤이는 이런 순두부 같은 면이 있다. 시윤이가 보여주는 아들의 매력은 시윤이가 유일했으면 한다. 또 남동생보다는 여동생을 더 잘 챙겨줄 것 같고. 소윤이를 생각해도 동성의 동생이 한 명 더 있는 게 좋고.


그래, 롬이야. 아빠는 니가 건강하기만 하면 장땡이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너도 형보다는 오빠가 있는 게 낫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