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26(월)
아침에 일어나서 본 아내의 모습이 왠지 더 힘이 느껴졌다.
"여보. 어때? 왠지 더 좋아 보이는데?"
"그래? 그냥 아침이라 그런 거 아닐까?"
"아, 아침에는 좀 나?"
"그냥. 속이 비었으니까"
출근하고 나서 통화할 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여보. 진짜 금방 끝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좋긴 하겠다"
그런 일은 없었다. 아내는 금방 제 모습(?)을 되찾았다. 오늘따라 소윤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했다. 뺀질거리면서. 보통은 잘 안 그러는데 오늘은 특별히 원격으로 소윤이에게 주의를 줬다. 엄마 힘드니까 더 말 잘 들어야 한다, 엄마가 너무 힘들면 롬이가 죽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하는 말 바로바로 순종해라 등등. 별로 먹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후에 아내에게 또 전화가 왔는데 소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소윤이는 왜 울어?"
"아, 놀이터 못 가서 속상해서 그래요. 원래 하람이랑 가려고 그랬는데 하람이가 계속 시간이 안 돼서 못 가게 됐거든요"
"아빠아"
"어, 소윤아"
"이따 아빠 오면 놀이터 가도 돼여?"
"그래. 아빠랑 가자"
"아빠"
"이따가 노이터 가자여엉?"
"안 되는데? 시윤이는 안 되는데?"
"왜여어어엉"
"그냥. 누나만 갈 건데"
"나두우 가치 갈래여어엉"
"장난이야. 시윤이도 같이 가자"
"아빠. 왜 장나아아안?"
"그냥. 재밌으라고"
그렇게 오늘도 놀이터 예약. 퇴근했더니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빠아아아"
"아빠아아앙"
반가운 인사는 그저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을 뿐인가. 소윤이는 나에게 곧장 주문을 했다.
"아빠. 여기 누워 봐여. 누워서 나 비행기 태워줘여"
"아빠. 나두우우. 나두우우"
누워 있는 나를 밟고, 올라타고, 덮치고. 막 힘이 남아 돌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놀았다. 의지를 발휘해서.
저녁 먹고 킥보드와 자전거를 챙겨 놀이터에 갔다. 시윤이는 지난번처럼 내내 킥보드만 탔다. 그 사이에 속도도 늘고 방향 전환도 능숙해져서 제법 숙련자 느낌이 난다. 소윤이도 발전이 있었다. 물론 엄청 느리긴 하지만 전진과 전환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엄청 오래 탔다. 마지막 10분이 되기 전까지는 소윤이도 계속 자전거만 탔다.
집에 들어갈 시간이라고 얘기하자 약속한 대로 군말 없이 따라나섰다. 소윤이도 시윤이도. 집에 가서 차례대로 샤워를 시켰다. 시윤이는 또 지려놨다. 아, 이런 강지림이. 씻기고 나서 책도 읽어줬다. 굳이 나한테 읽어달라 길래.
"소윤아, 시윤아. 잘 자. 안녕"
아내와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집 정리를 좀 했다. 내일 처치홈스쿨 엄마 선생님 회의를 우리 집에서 한다고 했다. 아내는 지금 자기 몸 챙기기에도 버거운 사람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했다. 일단 커다란 어수선함, 무질서함을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화장실 청소를 했다. 다 끝났나 싶었는데 설거지가 남아 있었다. 설거지도 했다. 그때쯤 아내가 깨서 나왔다.
설거지를 다 하고 난 뒤에는 각종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아내가 낮에 책장 정리를 해서 버리는 책들이 많았다. 무거웠다. 다시 땀이 줄줄 났다. 샤워하자마자 흘리는 땀이 세상에서 제일 불쾌하다.
혹시 예상보다 금방 끝나는 거 아닌가 하고 기대했던 게 무색하리만치 아내는 연신 헛구역질을 반복했다.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는 듯도 하다. 불과 1-2주 만에 집의 분위기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생기가 사라졌다. 모든 운동 에너지가 소멸하는 기분이다. 새 생명이 등장했는데 오히려 더 바싹 마르는 듯한 이 묘한 상황은 뭐지. 그립다. 그냥 얼마 전이.
모두를 위해 롬이가 빨리 잠잠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