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은 신중하게

19.09.01(주일)

by 어깨아빠

소윤이와 시윤이가 드리는 예배가 10시 30분 한 번으로 통합됐다. 전에는 신림동에서 자면 12시 10분 예배도 가고 그랬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물론 아내와 나보다 소윤이, 시윤이가 더 일찍,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에 따라 (내) 엄마도. 그나마 어제 애들 샤워를 시켰고 나도 샤워를 하고 자서 덜 바빴다.


일찍 나왔는데도 평소보다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내려주고 주차를 했다. 교회에 들어섰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여전히 로비에 있었다.


"왜 안 올라갔어?"

"시윤이가 엄청 울었어"

"왜?"

"아빠랑 같이 갈 거라고"

"진짜? 갑자기 왜?"

"몰라. 엄청 대성통곡을 하면서 아빠랑 갈 거라고"


다 함께 새싹꿈나무 예배실로 올라갔다. 지난 몇 주와는 다르게 시윤이가 안 떨어지려고 했다.


"시윤아. 누나랑 안 갈 거야?"

"아빠도 같이"

"아빠는 밑에 내려가서 어른 예배드려야지"

"시윤이는 누나랑 새싹꿈나무 예배드려야지"

"아빠두 같이 드여여어엉"


새싹꿈나무 예배는 가고 싶지만 엄마, 아빠랑 떨어지긴 싫었나 보다. 정신없는 분위기에 휩쓸려 신발을 벗고 예배실에 들어간 시윤이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크게 울었다. 들어가서 안아줄까 하는데 선생님이 시윤이를 안고 가셨다.


"여보, 가자. 시윤이는 괜찮을 거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그렇겠지?"


시윤이가 누나랑 가장 다른 점이 이거다. 시윤이는 금방 잊는다. 소윤이는 아니었다. 죽으나 사나 엄마, 아빠가 와야 그쳤다.


"똥 싸면 어떻게 하지?"

"어제 시원하게 쌌으니까. 안 싸길 바래야지"


예배를 마치고 아내는 식당에 가서 자리를 잡고 난 새싹꿈나무 예배실로 갔다. 시윤이는 아까 그 선생님에게 안겨 있었다.


"아, 계속 안겨 있었나요?"

"아, 그건 아니에요"


"아빠아아아아"

"어, 시윤아. 안 울고 예배 잘 드렸어?"

"네에에에"


"소윤아. 시윤이 계속 울었어?"

"아니여"

"그럼 처음에만 잠깐 울었어?"

"네. 계속 제 옆에 앉아 있었어여"


시윤이한테 누나가 얼마나 든든했을까. 아빠인 나도 이렇게 든든한데.


점심 먹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샀다. 아내는 어제 롬이의 임신을 알고 난 후로는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다. 디카페인 캡슐로 내린 라떼였다. 오늘도 커피를 마시겠다고 했다. 물론 디카페인으로. (윌에는 디카페인 커피가 있다)


커피 두 잔을 들고 차로 돌아왔는데 아내가 말했다.


"여보. 소윤이 똥 마렵대"


세상에 이보다 귀찮은 일이 없다. 그래도 이런 걸로 귀찮은 티 내면 안 되니까 어금니 한 번 꽉 물고, 밝은 표정으로 소윤이한테 말했다.


"소윤아. 혹시 집에 가서는 안 되겠어?"

"네"


표정이 정말 급해 보였다.


"그래. 여기서 싸고 가자. 나와"


시윤이는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울었다. 아니 함께 갈 곳이 따로 있지 자기가 닦아줄 것도 아니면서. 소윤이는 정말 시원하게 크고 길쭉한 한 덩어리를 분출했다.


"소윤아. 우와. 짱이다"

"왜여? 바나나 똥이에여?"

"어. 완전히 바나나 똥. 봐봐"

"오. 진짜 바나나 모양이다"


다시 차로 돌아왔을 때도 시윤이는 울고 있었다. 울음에 짜증과 떼가 섞여 있었다. 또 훈육. 하아. 나도 훈육하고 싶지 않다고. 일일이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매 순간순간 가르침과 수긍, 가르침과 반항이 오간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바르게 키우려면.


집을 향해 가는데 시윤이는 바로 잠들었다.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 소윤이가 말했다.


"아빠. 저 잠들면 누가 안고 가여?"

"소윤이가 잠든다고? 거의 다 왔는데? 그럴 일 없을 거 같은데"

"그래도여. 혹시 잠들면"

"그럼 아빠가 안고 가야지"

"왜여?"

"엄마는 너무 힘드니까"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소윤이가 정말 잠들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다.


"여보. 소윤이랑 시윤이 내가 축구 데리고 갈까?"

"응? 왜?"

"어차피 낮잠도 잤으니까"

"진짜? 괜찮겠어?"

"어. 뭐 안 되면 그냥 돌아오지 뭐. 일단 다시 교회로 가서 여보는 애들이랑 차에 있어. 나 목장 모임 할 동안. 너무 힘든가?"

"아니, 그건 괜찮아"

"애들 깰 때까지 있다가 애들 깨면 교회에 들어와서 로비에 있든지 아니면 나한테 보내도 되고"

"알았어"


집에 가서 엄마가 싸 준 복숭아와 사과만 넣어 놓고 다시 교회에 갔다. 아내는 아이들과 차에 남았고 난 목장 모임하러 교회로.


목장 모임이 거의 끝날 때쯤에 소윤이와 시윤이가 신난 표정으로 나에게 왔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 거의 끝났어. 잠깐 엄마한테 가 있어"

"아이잉. 아빠한테 있을래여"

"아빠 거의 끝났다니까. 시윤이 데리고 잠깐 가 있어. 아빠 금방 갈 게"


목장 모임을 끝내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갔다. 아내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요즘은 좋을 때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더 나빠 보였다는 뜻이다)


"소윤아, 시윤아. 엄마 집에 데려다 드리고 아빠랑 축구하는데 같이 가자?"

"우와. 진난다아아(신난다)"


다시 집으로 가고 있는데 아내가 형님(아내 오빠)에게 온 카톡을 보여줬다. 애들을 봐 줄까 했는데 축구하는데 데리고 간다니까 그럼 다음에 기회를 보자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하지? 오늘은 그냥 맡길까?"

"그럴래?"

"내가 데리고 가는 건 아무 때나 가능하니까"

"그럼 애들한테 물어봐"


"소윤아"

"네"

"어. 오늘 삼촌이랑 숙모랑 놀래? 아빠 축구 따라가는 건 다음 주에 가고"

"왜여?"

"아, 삼촌이랑 숙모가 소윤이랑 시윤이랑 같이 놀고 싶다고 하셔서"

"그러자여"


아내가 바로 형님한테 연락을 했고 원흥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윤아. 삼촌이랑 숙모랑 재미있게 놀고 와"

"아아아앙. 시더여어엉. 아빠랑 갈래"

"응? 삼촌이랑 숙모랑 안 놀고?"

"네"

"아빠랑은 다음 주에 가면 되잖아"

"시더여어엉. 지구우우움"

"누나는 삼촌이랑 숙모랑 놀 건데? 시윤이는 아빠랑 갈 거야?"

"네"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소윤이면 몰라도 시윤이는 혼자 데리고 가기 좀 어려웠다. 소윤이랑 같이 데리고 가야 소윤이가 봐 주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그럴 테니. 일단 형님네를 원흥역에서 만났다. 시윤이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었다.


"시윤아. 삼촌이랑 킥보드도 타고 공놀이도 할 수 있어"


킥보드라는 말에 살짝 흔들리는 듯했다. 몰아쳤다.


"같이 놀이터도 가고 킥보드도 타고. 놀이터 안 갈 거야?"

"갈 거에여엉"

"놀이터 갈 거야?"

"네"

"삼촌이랑 숙모랑?"

"네"


소윤이와 시윤이를 차에서 내려 삼촌과 숙모에게 인계했다. 시윤이는 삼촌에게 넘겼다. 막상 엄마랑 아빠가 차에 타니 당황스러운지 시윤이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아아아아아. 아빠야아아앙"


다시 시윤이를 안고 설득을 시작했다.


"시윤아. 삼촌이랑 숙모랑 놀이터 안 가?"

"네"

"안 간다고?"

"네. 아빠양 갈 거야"

"그런데 아빠가 시윤이만 데리고 갈 수는 없는데"

"아아아. 시더여어어엉"


정말 난관이었다. 애초에 시윤이의 의사도 물었어야 하는 건데. 일단 시윤이가 너무 완고하니 소윤이로 대상을 변경했다.


"소윤아. 그러면 오늘은 그냥 아빠랑 같이 축구하러 가고 다음에 삼촌이랑 숙모랑 놀까?"

"아아아, 싫어여"

"소윤이가 이해 좀 해주면 안 될까? 시윤이가 도저히 싫다는데"

"으아아아아아아앙"


소윤이도 울음을 터뜨렸다. 거리 한복판에서 이게 웬 난리인지.


"에이. 그럼 우리 다 같이 그냥 집에 가자"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물론 마음에 없는 소리였다. 소윤이는 충분히 억울할 상황이었다. 가만히 있던 아이를 내가 들쑤신 거지 뭐. 아내는 소윤이를 붙잡고 설득, 나는 시윤이를 붙잡고 설득.


"시윤아. 삼촌이랑 놀이터도 가고 킥보드도 타자. 맛있는 것도 사주신대"

"아. 시더여어어어엉"

"빵도 먹고, 우유도 먹고"

"시더여어엉. 아빠양 갈 거야아아앙"

"진짜?"

"네"

"아빠랑은 다음 주에 가자"

"시더여어어어엉"

"삼촌한테 아이스크림도 사달라고 할까?"

"응?"


흔들렸다. 몰아쳤다.


"어때? 아이스크림 먹을 거야?"

"네"

"삼촌하고 숙모하고 갈 거야?"

"네"


약 15분여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간식 금지령은 무슨. 개나 주라지.


시윤이는 그 순간이 문제지 막상 헤어지고 나면 아무렇지 않을 걸 아니까 더 포기하지 못했다. 어쨌든 삼촌과 숙모에게 무사히 아이들을 넘겼다.


"여보. 그래도 불안한다"

"뭐가?"

"똥 싸면 오빠랑 예지가 할 수 있을까?"

"뭐 어떻게든 하겠지"


아내를 집에 내려주고 다시 운동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오늘은 애들을 데리고 온 집사님이 몇 분 더 계셨다. 애들이 한 네댓 명 있었는데 쪼르륵 앉아서 휴대폰 게임만 했다. 나중에 소윤이랑 시윤이 데리고 오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 딱히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축구하느라 소윤이, 시윤이를 막을 수도 없고. 아무리 사전 교육을 한다고 해도 집에서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인 스마트폰의 세계를 마주하면 무용지물이 될 테고. 다른 애들 없을 때 데리고 가야 하나. 아무튼 오늘은 형님네 덕분에 마음 편히 축구를 했다.


혹시나 중간에 연락이 올까 싶어서 쉬는 시간마다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조용했다. 다 끝나고 보니 아내가 보낸 카톡이 있었다. 장인어른, 장모님도 오셔서 같이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니 조금 일찍 끝내고 올 수 있으면 오라는 내용이었다.


"여보"

"어. 지금 끝났어? 카톡 봤어?"

"응. 지금 끝났어. 카톡도 대충 봤고. 지금 어딘데?"

"쏭스키친. 여보도 얼른 와요. 같이 먹을 수 있겠다"

"알았어"


다행히 갈아입을 옷이 있었다. 식당에 도착하니 막 음식이 나오고 있었다. 소윤이가 달려와서 내게 안겼다.


"아빠아아아아"

"어. 소윤아. 삼촌이랑 숙모랑 잘 놀았어?"

"네에에에에"


아기의자에 앉아 있던 시윤이도 팔을 뻗었다.


"아빠아아. 나두우우"

"그래, 시윤이도 이리 와. 시윤이도 재밌게 놀았어?"

"네에에"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내와 나에게서 완전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전담하셨다. 덕분에 엄청 편하게 식사를 마쳤다. 아내는 역시 별로 좋지 않았다.


"여보는 집에서 계속 누워 있었어?"

"어. 아무것도 못 하고 계속 누워 있었어"


밥을 다 먹고 근처 카페에도 잠깐 들렀다. 아내는 오늘도 먹을 때는 오히려 괜찮고 먹고 나면 괴로워졌다. 헛구역질도 많이 하고 기운도 없고, 안색도 안 좋았다. 그래도 감사한 건 어쨌든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아내가 의지를 가지고(롬이를 생각해서) 먹는 거지만 아예 그것조차 안 되면 더 괴로울 텐데 다행이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는 옷만 갈아입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내가 씻겼다. 도저히 샤워는 못 시키겠고 손과 발, 얼굴만 씻기고 양치도 했다.


시윤이가 침대에 누운 아내 옆에 가서 눕겠다고 했다.


"시윤아. 안 돼. 오늘은 시윤이 자리에 누워"

"왜여어어엉"

"오늘은 엄마가 너무 힘드시대. 엄마 편히 자게 시윤이가 좀 배려해"

"엄마 옆에서 자고 싶어여어엉"

"오늘은 안 된다고 했지요? 시윤이 자리에 누우세요"

"엄마 옆에 누울 거야아아앙"

"아빠한테 소리 지르고 떼쓰면 어떻게 되지요? 마지막이에요. 계속 이러면 아빠랑 저기 방에 가는 거에요"


시윤이는 마지못해 자기 자리에 누웠다. 이럴 때 소윤이가 두 살이나 더 산 게 티가 난다. 소윤이는 아내 옆으로 가더니


"엄마. 안녕히 주무세여"


하고는 자기 자리에 누웠다. 눈물 나게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소윤아, 시윤아. 떠들지 말고 눈 감고 자. 엄마가 힘드시니까 방해하지 말고. 알았지?"

"네"

"시윤이는 손 빨지 말고"


방문을 닫고 나왔는데 소윤이와 시윤이가 툭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금 더 진지하고 근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어허. 아빠가 오늘은 조용히 자라고 했지. 자꾸 떠들 거야?"

"아빠아. 시윤이가 자꾸 엄마 자리(소윤이와 시윤이 사이)에 누워여"

"소윤아. 오늘은 거기 엄마 자리 아니야. 누워도 돼. 이제 그만 떠들고 얼른 자. 알았어?"

"네"

"또 시끄러운 소리 들리면 아빠가 들어와서 데리고 나갈 거야"

"아빠. 아빠랑 나가면 아빠랑 자는 거에여?"

"어? 아니, 음. 아빠가 맴매할 거야"


예상치 못한 질문에 어리석은 대답이 튀어나왔다.


"조용히 하고 얼른 자"


다들 금방 잠들었는지 고요했다.


다음 주에는 정말 데리고 가야지. 어차피 롬이 태어나면 혼자 못 나갈 테니. 미리 연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