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그 후

19.09.03(화)

by 어깨아빠

어제 소윤이가 자기 전에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아빠. 내일은 나 꼭 깨워여"

"소윤아, 엄마는 못 가도 아빠랑 갈 거야?"

"엄마는 왜 못 가여?"

"아, 못 가는 건 아닌데 혹시나 엄마가 너무 힘들면 아빠 혼자 가야 하니까. 그래도 깨워?"

"네. 내가 자고 있어도 꼭 깨워야 된다여"

"알았어"


아내도 같이 간다고 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떠서 아내를 깨웠다. 시윤이는 아내와 나의 소리에 깼는지 눈을 뜨고 있었다.


"엄마. 어디 가여어?"

"교회 가자"

"째짜 꿈나무(새싹꿈나무)?"

"아니, 새벽 기도"


소윤이도 전혀 졸린 기색 없이 바로 일어났다. 교회에 가서도 둘 다 제법 얌전히 있었다. 시윤이가 중간부터는 잠이 쏟아졌는지 누워서 낑낑거리긴 했어도 그 정도면 양호했다.


"아빠. 내일도 또 올 거에여?"

"그런데 내일은 아빠가 드럼 쳐야 해서 소윤이랑 시윤이는 못 올지도 몰라"

"왜여?"

"엄마 혼자 너네 둘을 데리고 있으면 너무 힘드니까"


"오늘처럼 얌전히 잘 있으면 괜찮긴 하지"


설교가 끝나고 개인기도 하는 시간에 애들을 데리고 먼저 식당으로 올라왔다.


"여보. 애들 데리고 먼저 올라갈게"

"그럴래?"

"방해 없이 기도하고 와"

"알았어"


"아빠. 엄마는여?"

"엄마는 혼자 기도 좀 더 하신대. 우리 먼저 올라가자"


시윤이가 엄마랑 있을 거라며 떼를 부리려고 폼을 잡았다.


"시윤아. 엄마가 시윤이가 있으면 제대로 기도를 못 하시니까 아빠랑 먼저 올라가서 밥 먹고 있자"

"엄마양 같이이이"

"그럼 밥은 엄마랑 먹어. 올라가기만 하고"

"시더여어어엉. 엄마양 있을래여어어어"

"시윤아. 그만 떼쓰고 올라가자. 떼쓸 일이 아니야. 얼른"


오, 웬일인지 말귀를 알아먹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아내는 두고 다 함께 식당으로 갔다. 특별새벽기도 기간에는 아침도 준다. 오늘은 배추 된장국. 애들용으로 안 맵게 따로 끓인 것도 있었다. 시윤이는 정말로 아내가 올 때까지 망부석처럼 기다렸다. 그래도 잘 먹기는 했다. 소윤이도 시윤이도. 그 이른 아침에 오히려 집에서 먹을 때보다 더 잘 먹었다.


새벽에 잠깐 깨서 화장실을 가는데 목이 따끔거렸다. 잠결이었지만 심상치 않은 징조를 느꼈다. 교회 가려고 일어났을 때는 목이 많이 아팠다. 몸 상태도 영 시원치 않았다. 몸살 기운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막 몸살의 문턱을 코앞에 두고 있는 느낌이랄까. 뜨끈한 국물을 먹고 났더니 목 아픈 건 좀 가라앉았다.


감기 기운 때문인지 수면 부족인 탓인지 굉장히 피곤했다. 집에 돌아와서 한 40분 정도 누웠다가 일어났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소란(잠결에 시윤이가 침대로 올라오는 게 느껴지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눈을 떠보니 홀라당 벗고 있었다. 아내가 화들짝 놀라 거실에 나갔는데 소윤이도 마찬가지였고. 이를테면 이런 소란들)을 떠는 바람에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 선잠이긴 해도 잠깐이라도 눈을 붙였더니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했다. 일할 때도 비슷했다. 경계선을 넘었다 돌아왔다 하는 느낌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둘 다 10시쯤 낮잠을 잤다고 했다. 두 시간 정도 잤다는 걸 보니 엄청 졸리긴 했나 보다. 꽤 적당한 시간에 잘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처치홈스쿨 개강 예배가 있었다. 아내랑 아이들은 내 퇴근 시간에 맞춰 미리 나와 있었다. 주차장에서 아내와 애들을 태우고 바로 교회로 갔다. 시윤이는 차에 타자마자 잠들었다. 도착해서 내리면 깨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시끄러운 예배실에서도 계속 잤다. 거의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여보. 시윤이 어떻게 하지?"

"그러게. 엄청 오래 잤네"


예배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9시쯤이었다. 소윤이가 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아내에게 얘기했다.


"여보. 소윤이 잠들면 시윤이는 그냥 데리고 나와"

"그래, 알았어"


아내가 소식이 없다. 시윤이도 조용한 것 같고. 나도 얼른 들어가서 자야겠다. 여전히 몸살의 경계선을 오락가락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