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났다

19.09.07(토)

by 어깨아빠

특별새벽기도 마지막 날. 온 가족이 새벽부터 교회에 갔다. 예배 드리고 아침도 먹고. 선물도 타고. 정말 은혜로웠다. 드디어 끝났다. 1주일인 게 정말 감사했다. 울산에서 다니던 교회는 40일이었는데. 천만다행이다.


"소윤아, 시윤아. 우리 오늘 새벽기도 끝났잖아. 우리 가족 잘 참석했으니까 축하 파티할까?"

"파티가 뭐에여?"

"아, 우리 축하하는 거"

"어떻게여?"

"편의점에 가서 뭐 먹고 들어갈까?"

"좋아여 좋아여"


집 앞 편의점에 가서 소윤이와 시윤이는 초코칩 쿠키, 우유를 사줬다. 난 아이스커피, 아내는 바리스타. 태풍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질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고 하늘은 잿빛이었다. 그래도 밖에 앉아 있기에 무리는 아니었고 오히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였다.


"소윤아, 시윤아. 이게 진짜 행복한 거야"

"뭐가여?"

"새벽부터 일어나서 교회 다녀오고, 우리 가족끼리 이렇게 아침부터 시간 보내고"

"일어나자마자 TV 보고 동영상 보고 이런 거보다 이게 더 즐거운 거야"

"그런데 나도 할머니 집에 가면 TV 보고 그러잖아여"

"할머니 집이니까. 한 번씩 보는 거지"


너무나 쉬고 싶은 하루였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방학이라 쉬었던 부모교육이 재개됐다. 편의점 다녀오니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도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집에 있다가 다시 교회로 갔다. 시윤이는 가는 길에 잠들었다. 부모교육받는 동안 꽤 소란스러웠을 텐데 아무런 방음 장치 없이 두 시간을 잤다. 소윤이는 당연히 안 잤다.


새벽 5시에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멀쩡하던 소윤이는 부모 교육 끝날 때쯤 되니까 슬슬 징징거렸다. 이때쯤에는 나도 너무 피곤했다. 떨어지지 않는 감기 기운도 다시 기세를 펼쳤다. 목은 아프고 뇌압은 높아지고. 또 졸리긴 엄청 졸리고.


"여보. 집에 가면 좀 자"

"아니야. 여보가 자"

"얼른. 말 들어. 지금 여보가 더 피곤해 보여"

"그럼 여보는? 애들이랑 있어야 되잖아"

"있으면 되지"


집에 도착해서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침대로 가서 누웠다.


"여보. 아무래도 나 좀 자야겠다"


아내는 피곤도 피곤이지만 입덧이 문제였다.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방과 거실을 오가며 소란을 떠는 아이들 덕분에 깊이 자는 게 힘들었다. 아내가 애들 막는 소리(아빠한테 가지 말라고. 조용히 하라고), 애들 떠드는 소리, 둘이 싸우는 소리, 우는소리가 다 들렸다. 잠결에. 푹 자는 건 포기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체력이 좀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서 억지로 누워 있었다.


"여보. 애들 저녁은 뭐 먹이지?"

"그러게. 밥도 없는데"

"반찬은?"

"반찬도 딱히 없지"

"그럼 애들 국수 먹일까? 새벽 기도 선물로 받은 거"

"국수? 무슨 국수"

"그냥 간장이랑 설탕 넣고"

"그러자"


"소윤아, 시윤아. 오늘 저녁은 아빠가 국수 해 줄게"

"아빠아. 나늠. 계안밥(계란밥) 먹고 지퍼여엉"

"시윤이 계란밥 먹고 싶어?"

"네에"

"계란밥은 오늘 안 되고 대신 내일 아침에 아빠가 해 줄게"

"지금 먹고 지퍼여어엉"

"지금은 안 돼"

"왜여어어?"

"오늘은 국수 먹기로 했어. 그리고 밥도 없어"


애들은 국수를 주고 아내와 나는 냉동 볶음면을 먹었다. 영양학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 메추리알도 삶아줬다. 시윤이가 식사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거의 시작하자마자) 또 땡깡을 피웠다.


"시윤아. 감사히 먹지 않으면 오늘 저녁 못 먹어요. 그럼 내일 아침까지 아무것도 못 먹는 거야. 물만 먹을 수 있어요"

"으아아아아아아앙"

"강시윤. 울면서 얘기하면 아무것도 원하는 대로 못 해요"

"으아아아아아앙. 엄마가아아아아아아"

"울면서 얘기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빠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해여어어어어어어"

"시윤아. 소리 지르지 말고. 신경질 내지 말고. 또박또박 얘기하세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아빠 이제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시윤이가 듣지 않으면 국수 치울 거에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시윤이의 저녁상은 치워졌다. 소윤이는 원래도 잘 먹고 있었지만 시윤이 사태(?)를 보더니 더 성실하게 먹었다. 깊은 슬픔에 잠겨 있던 시윤이는 금방 잊고 다시 자기 기분을 회복했다.


"시윤아. 이건 시윤이가 저녁을 감사히 먹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야. 알았지?"

"네에"

"내일 아침 먹을 때는 감사히 먹을 수 있지?"

"네에. 계안밥 해주데여"

"알았어. 아빠가 계란밥 해 줄게"


애들은 내가 데리고 들어가서 재웠다. 소윤이도 시윤이도 금방 잠들긴 했는데 잠든 걸 확인하고 나서도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30-40분 잠들었다가 나왔다. 아내가 거실에 없길래 어디 있나 봤더니 작은방 책상 앞에 앉아 엎드려 자고 있었다.


"여보.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어? 아. 그냥 잠깐 앉았다가"

"얼른 들어가서 자"

"아, 그래야겠다"


거실에 앉아 있던 아내는 여러 번 입덧을 반복하더니 드디어(?) 토하기 시작했다. 한 번 토를 하기 시작하면 계속 그런다고 애써 참고 있었는데, 이제 억지로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거다. 화장실에 한 번 갔다 오더니 얼굴이 핼쑥해졌다.


"여보. 나 아무래도 들어가서 자야겠다"

"그래, 알았어"


나도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도무지 제정신을 찾기 힘들었다.


'아내도 아까 이런 기분이었구나'


켠 지 5분 만에 껐다. 바로 자려다가 싱크대의 그릇들이 눈에 밟혔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설거지를 하다 보니 잠이 좀 깨서 소파에 앉아 있다가 자러 들어갔다.


오랜만, 아니 거의 처음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건.